<평가 시스템이 가지는 역설> 1. 평가는 그 자체로 상황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2. 가령, 육상경기는 선수들의 달리기 속도를 측정해서 1등을 가린다. 이러한 경기가 더 많을수록, 기록은 더 좋아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달리는 속도를 측정하면 측정할수록, 선수들의 실력은 더 높아진다. 3. 다시 말해, 어떤 대상에 관심을 갖고 그것을 측정하는 순간, 우리는 그 대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리고 특정한 방향으로 상황을 몰아가게 된다. 4. 일단 측정을 시작하게 되면, 곧 수많은 참가자들이 등장하여 하나의 방향을 향해 경쟁을 벌이게 된다. 5. 1980~1990년대, 미국의 대형 병원들이 처음으로 환자의 사망률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병원의 투명성을 높이는 획기적인 시도였다. 6. 하지만 사망률을 공개하기로 한 시도는, 뜻하지 않게 병원이 수용하는 환자의 유형, 실험적인 치료의 시도, 그리고 진료의 수준과 같은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 때문에 원래의 취지는 크게 훼손되고 말았다. 7. 가장 먼저, 병원들은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 상태가 위중한 중환자를 가능한 받지 않으려고 했다. 즉, 모든 병원들이 사망률을 낮추는 데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중환자들이 오갈 곳을 잃게 된 것이다. 8. 이뿐만이 아니었다. 더 많은 병원들이 실험적인 임상치료나 난치병 치료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새로운 시도를 중단하고 안정적인 치료만을 추구함으로써, (거의 모든) 병원들은 점차 차별성이 없는 비슷비슷한 모습으로 나아가고 말았다. 9. 이러한 현상은 분명 평가 시스템의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평가 시스템이 구체적인 형태로 자리 잡을수록, 개척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기 마련이다. 10. 즉, 무언가를 평가하려는 시도는 결국 그 속의 다양한 구성요소들을 비슷비슷한 존재로 만들어버린다. 11. (차별화의 핵심은) 차별화는 곧 포기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를 포기해야 한다. 12.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대학이 되기 위해서는, 절대 다방면의 교수들을 두루두루 초빙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들 대부분은 이러한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13.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중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 얼마든지 설문조사를 활용해도 좋다. 14. 하지만 '최고'가 되기를 원한다면, 설문조사에 집착하는 태도는 가급적으로 멀리하는 편이 좋을 것이다. - 문영미, <디퍼런트> 중

2020년 10월 24일 오전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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