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수업을 하다 보면 어느 원고지에서는 빛이 나요. 저는 이를 ‘재능의 광채’라고 표현하는데, 그 순간은 재능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비교돼요. 그러나 재능은 있어도 안 쓰면 결국 녹슬어요. 반대로 별다른 재능이 없는 애가 얼마나 무섭게 달라지는지도 많이 봤어요. 물론 재능 있는 사람이 반복할 때가 무서워지는데(웃음), 저는 100점짜리 글 쓰는 사람도 부럽지만 80점을 꾸준히 쓰는 사람도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기복 없이 항상 똑같은 국수를 내는, 사람 엄청 많은 국숫집 사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더 대단한 재능이 있었으면 더 탁월한 세계를 꿈꿨겠지만, 저는 그것도 정말 멋지다고 생각해요.” “‘일간 이슬아’에 대해 한 지인이 ‘옛날에는 작가가 설명할 수 없는 영감의 샘에서 이야기를 길어올리고, 피할 수 없는 소명 때문에 작가가 됐는데 이 시대 이슬아는 자장면을 배달하듯 글을 쓴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같은 세대 내에서도 차이가 클 것 같지만, 저의 경우 작가 옆에 있는 숭고한 아우라를 걷어 낸 게 달랐던 것 같아요. 작가가 전면에 나서서 글의 값어치를 싸게 매기고(‘일간 이슬아’에서 이 작가는 글 한 편이 500원임을 내세웠다), 이를 넷플릭스 구독료나 어묵 값과 비교잖아요. 일간 이슬아를 하며 직거래하는 농부를 제일 많이 생각했어요. 글 농사 지어서 직접 주소 받아 적고 발송하는 거죠. 소탈하게 거래해도 당연히 어떤 아름다움과 탁월한 성취를 추구하는 건 같아요.” 날마다 뭐라도 꾸준히 쓰는 작가. 자신의 글을 팔 줄 아는 세일즈맨. 꾸준함과 팔 줄 아는 능력이 만나 명징한 브랜드 '이슬아'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아무튼, 주말] 나는 기복 없이 말아내는 ‘국숫집 사장’··· 날마다 뭐라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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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나는 기복 없이 말아내는 ‘국숫집 사장’··· 날마다 뭐라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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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7일 오전 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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