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경험했으니 잘 할 거라고? '돌직구' 피드백 없으면 도루묵 [김경일의 CEO 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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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기업에서 흥미로운 주제로 포럼을 진행하기에 초청 연사로 다녀왔다. 이른바 <실패 포럼>이다. 기존의 실패 사례를 공유하면서 이를 통해 갖게 된 교훈을 조직 전반에 걸쳐 각인하는 것이다.
물론 포럼의 성격상 분위기가 축제처럼 즐겁기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매우 긍정적인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수많은 조직과 기업이 다양한 실패를 경험하지만, 실패로부터 배우는 것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 쉬쉬하면서 지나가고 이후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더 커진다. 새로운 시도가 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실패로부터 배운다는 말을 그리 많이 하면서도 우리는 왜 그 말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것일까?
최근 매우 독특하면서도 창의적 시각으로 이를 바라보는 연구가 발표됐다. 노스웨스턴대 경영대학원 켈로그스쿨의 심리학자 로런 에스크라이스윙클러 교수 연구진은 사람들이 실패로부터 배우지 않는 이유 중 의외의 것이 하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바로 실패의 당사자가 아닌 주위 사람들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과거에 실패한 인물이 미래에 성공할 가능성을 사실보다 크게, 즉 과대 추정한다.
그 이유는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 자신의 실패를 분석하고 교훈을 얻는 행동을 할 가능성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리더나 주변인들이 비난까지 하지 않더라도 실패를 한 사람은 방치되기 십상이다.
연구진은 이를 잘 보여주는 일련의 실험을 진행했다. 일단 참가자들에게 변호사, 간호사 또는 교사가 되기 위한 자격시험을 치렀다가 실패한 사람이 다음 시도에서 합격할 가능성을 추정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결과 참가자들은 재시험을 치른 사람이 합격할 가능성을 실제보다 1.5배 이상 높게 추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실패를 맛본 사람이 더 나아질 확률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교원 임용시험에서 219점을 받은 사람의 다음 점수를 예측하게 했다. 절반의 참가자들에게 해당 점수가 불합격한 점수라고 말해줬더니 참가자 중 70%가 재시험 점수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른 절반의 참가자들에게는 219점이 불합격 점수라고 얘기해주지 않았더니, 절반 정도인 56%만이 재시험 후에 응시자의 점수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과대평가의 편향성은 실패한 사람들이 이후에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실제 데이터를 알려준 이후에만 사라졌다.
이 연구 결과들이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실패를 맛본 사람들에게 조직과 주위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해온 조언에 분명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수많은 기존의 다른 연구들을 통해서, 사실 사람들은 실패로부터 별로 배우지 않으려 한다는 점이 이미 밝혀져왔다. 그런데 오늘 소개한 연구를 통해서, 주위 사람들은 오히려 실패한 사람들이 더 잘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근거 없이 한다는 점 역시 분명하게 나타났다.
그러니 ‘알아서 잘 하겠지'나 ‘분발하라’는 식의 안이한 격려는 지양해야 한다. 그보다는 매우 구체적인 지침과 실패한 내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통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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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8일 오후 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