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과 투자는 당연히 위험의 감수를 필요로 한다. 상황에 맞는 정확한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동안 심리학자들은 그 판단이 정말 사소하거나 심지어는 무관한 요인들에 의해서 얼마든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곤 했다.


무관한 요인의 영향을 어느 정도나 받을까? 이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흥미로운 연구 하나가 최근에 발표됐다. 독일 심리학자 슈테판 슐리히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의 연구를 한번 들여다보자.


사람들에게 게임들을 제안한다. 이 게임들은 그때마다 확률, 그리고 따거나 잃을 수 있는 금액이 다양하게 변화한다. 예를 들어, 12만원을 딸 수 있는 확률이 50%이고 나머지 50%의 확률로 7만원을 잃는 게임이다.


이런 게임을 제시하는 화면 가운데에는 겁에 질린 사람의 얼굴이 있었다. 굳이 이성과 논리를 동원하지 않더라도, 그 얼굴은 당연히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게임과 전혀 관련이 없다.


놀라운 건 그 얼굴이 얼마나 겁에 질려 있는가의 정도가 그 게임을 하지 않게 만드는 정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 얼굴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나서도 같은 효과가 여전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혹시 화면에 겁에 질린 얼굴이 있어서 단순히 기분이 상해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래서 연구진은 이번에는 게임 설명 화면이 나오기 전에 겁에 질린 얼굴을 아주 잠시 동안만 보여줬다. 얼마나 순식간에만 보여줬느냐 하면 단 0.25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보면 사실 어렴풋하게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았던 얼굴이 겁에 질린 얼굴일수록 이번에도 사람들이 이후의 게임에서 모험을 하는 빈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마찬가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렇게 사람들은 일단 불안함이나 부정적 사건을 경험하면 그 뒤에 오는 무관한 일에 대해서도 생각과 행동이 강하게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그 영향은 모험과 투자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좋지 못한 사건은 그것이 무엇이든 사람으로 하여금 ‘다음에 일어나는 일’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대비’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 뇌가 각성하면서 이른바 ‘준비성’을 키운다. 그리고 그 준비성은 관련 없는 다음 일에 대해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더 조심하게 만들어 손실이 있을 수도 있는 게임을 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지속적 영향력이 언제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 보면 좋은 사건이나 중립적인 사건들은 이러한 이른바 ‘다음 일에 대한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겨날까 염려된다. “부하들에게 겁을 줘서 조심하게는 만들 수는 있어도, 즐겁게 만드는 것은 다음 일에 별 영향이 없으니 무소용 아닙니까?”


즐겁고 행복한 경험이 직후의 일에 관한 모험 추구 혹은 회피에는 별 영향이 없는 것은 지금까지의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맞는 것 같다. 그렇다고 즐거움과 행복이 일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할까? 그건 결코 아니다.


훨씬 더 중요한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클라우디아 하세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교수가 그 해답을 전해준다. 즐겁고 행복한 경험을 하게 만들면, 그 이후의 무관한 일에 임할 때 ‘자발성’이 증가한다.


하세 교수의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실제로 즐거움과 행복을 느낀 후에 사람들이 단순히 일을 더 잘하거나 못하는 측면에 있어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단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괜한 투자를 한 것 아닌가 하고 리더를 의아하게 만들 수 있는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들이 일이든 공부든 간에 더 많이 질문하고 스스로 할 것들을 찾는다는 것이다. 자발성의 증가다. 그러니 장기적으로 보면 가장 중요한 측면의 변화가 일어난다.


사람들을 모험하고 도전하게 만들려면 흥을 돋아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심스럽고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게 만들려면 긴장 조성을 사전에 하는 것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 여기까지가 단기적인 힘이다.


그리고 즐겁고 행복한 조직을 만들면, 이로 인해 증가한 자율성이 장기적이고 간접적으로 창의성과 도전을 북돋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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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8일 오전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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