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보는 2013년 백상예술대상 유재석 | 커리어리

< 다시 보는 2013년 백상예술대상 유재석 인터뷰 >  Q. 무명시절이 7~8년이나 갔다. 뭐가 문제였나.  "돌이켜 생각하면 너무 간단하고 쉬운 문제다. 노력을 안 했다. 그리고 늘 남 탓만 했다. 내가 못하는데 내 탓은 안 하고 '내 그릇을 너무 몰라주는 거 아냐. 내가 이 정도는 아니잖아' 이런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단역이라도 최선을 다해야 하는데 창피한 마음에 얼굴 감추기에 급급했다. 어느 날 폭탄 맞은 역할이 주어졌다. 그럼 폭탄 머리를 하고, 검댕이 분장을 하고, 옷도 최대한 처절하게 찢어서 잠깐이라도 그 배역에 올인해야 하는데 그땐 어떻게 하면 얼굴이, 머리가 좀 더 깨끗하게 나올까만 신경 썼다.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뭘 하면 재밌을까 고민하긴커녕 왜 자꾸 이런 역할에만 쓰지? 저 PD는 왜 날 싫어하지? 왜 나를 알아주지 않지…. 매일 잠자기 전에 이렇게 남 탓만 했다."  그는 "그게 나의 20대였다"라며 담담히 말을 이었다. "차라리 놀 거면 확실하게 놀던가, 기타를 치거나 춤을 추거나 뭐라도 열정적으로 했다면 후회가 없을 텐데. 나의 20대에서 가장 후회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들, 멍하니 보낸 시간들,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그렇게 허송세월하며 보낸 것, 그 시간이 너무 아깝다. 목표도 없이 그렇게 남 탓만 하고, 남 욕만 하며 보낸 시간이." Q. 기나긴 무명의 터널을 마침내 빠져나온 건가.  "웃음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싶었는데 너무 초반에 깨지고, 초라해지고, 자존심이 무너지고,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면서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됐다. 뭐가 문제일까, 내가 뭘 착각하고 살아왔던 걸까, 나 자신에게 끝없이 질문을 해댔다. 정말 많이 울었고, 많이 반성했다. 문제는 역시 나만 생각했던 거였다. 콩트는 공동작업이었다. 야구팀도 각자 포지션에서 맡겨진 역할을 잘 소화해내는 게 중요하지 않나. 모두가 4번 타자가 된다고 이기는 건 아니잖나. 근데 나는 팀이야 이기든 말든 일단 내가 튀어야 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상대방이 웃기면 리액션을 해줘야 하는데, 내가 웃으면 저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는 편협한 생각에 일절 반응을 안 했다. 내 머릿속엔 오로지 주인공뿐이었다."  그 무렵 한 선배가 그에게 물었다. "세원이 형이 왜 바닥을 구르면서 웃는 줄 아니?" "그야 재밌으니까, 웃는 스타일이 다르니까…." "그게 아냐. 천하의 세원이 형이 그렇게 웃으면 시청자도 더 재밌어하고 얘기하는 사람도 더 신나지 않겠어." 맞는 말이었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고 했다. 그동안 뭐가 잘못됐었는지를. Q. 남을 편안하게 해준다, 게스트보다 말을 적게 한다는 평을 받는데 MC로서 나름의 철학이 있나.  "그런 걸 의식하고 하는 건 아니다. 그저 상황에 충실할 뿐이다. 프로를 위해 내가 만약 독설을 해야 한다면 기꺼이 할 거다. 지금의 이미지만 고집할 생각은 없다. 철학? 딴 건 없고, 게스트에게 늘 이 말은 한다. '걱정하지 마세요. 너무 불안해하지 마세요. 괜찮아요'. 예능 나와서 웃음 주는 거, 결코 쉽지 않다. 나도 그런 시절 겪어봐서 잘 안다. 부담 백배다. 하지만 좀 안 웃기면 어떤가. 오늘 히트 치면 물론 좋겠지만 오늘이 전부는 아니잖나." Q. 언제가 전성기라고 생각하나. 이미 지나갔나? 지금인가? 아니면 아직 안 왔나?  "바람은 아직 안 왔으면 싶은데(웃음). 끝나는 그날까지 전성기였으면 좋겠지만 그게 가능한 일은 아닐 테고. 언젠간 '유재석도 갔네'라는 말이 나오지 않겠나. 마음의 준비는 늘 하고 있고, 막상 그 순간이 닥쳐도 당황하진 않을 것 같다. 허락되는 날까지 최선을 다하자 다짐하면 별로 두려울 게 없다. …물론 가끔 생각은 날 거다. 정말 내게 그런 시절이 있었나. 아들이 컸을 때 '나 옛날엔 잘 나갔다'라고 하면 과연 믿을까 싶기도 하고."

[사람 속으로] 백상예술대상 TV대상 받은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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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14일 오후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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