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중입니다.03 <내려올 때 꼰대짓하면 추해진다> ====== “그거 다 핑계일 뿐입니다. 방법을 찾아내고 가능하게 만들어가는 게 피디의 역할이에요. 모든 과정이 설득의 과정이라고요.” 기획국장님은 커피 한잔을 핑계 삼아 일선 PD들과 자주 대화를 나눈다. 직원들의 불만, 업무가 막히는 지점이 어디인지, 업무환경을 어떻게 개선했으면 하는지 등, 오늘 회의 때도 고이 모아 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셨다. 두어 개 사례를 드실 때, 나는 말을 끊고 발끈 성마른 비판을 한 것이다. 1초, 2초, 3초... 무표정이었던 국장님의 왼쪽 눈썹이 꿈틀 올라갔다. 손아랫사람에게 조차 반말하지 않는 평조의 음조가, 살짝 한 톤 올라갔다. “그래도 들어야죠. 핑계를 들어줘야 핑계가 되지 않는 방법을 찾지 않겠어요?” 고개를 떨궜다. 단두대에 떨어지는 것 마냥, 성질머리도 잘려 떨어졌다. ‘아차차! 방금 내가 한 짓이 바로 꼰대 짓. 내가 꼰대였군. 젠장’ -- 중략-- 올라갈 때는 겸손과 진실함을 무기로 삼고, 쇠의 시기 즉 내려갈 때에는 온후함과 자비를 계단 삼아야 한다. 내려갈 때 꼰대짓하면 추해진다. 아뿔싸! 나의 부심이 알고 보니 돌부리였네! 제법 잘 내려오고 있는 줄 알았는데, 오늘 꼰대가 굴러 떨어졌다.

내려올 때 꼰대짓하면 추해진다

Brunch Story

내려올 때 꼰대짓하면 추해진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1년 7월 1일 오전 4:54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