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블랑카에서 마라케시로 넘어가는 도로에서 갑 | 커리어리

카사블랑카에서 마라케시로 넘어가는 도로에서 갑자기 경찰이 우리 차를 불러 세웠다. 누가 봐도 경찰인 제복 속의 그는 우리가 속도위반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는 규정 속도를 준수했고, 그 어디에도 과속 카메라는 없었기에 어리둥절한만큼 우리는 당당했다. “야, 놀라지 마. 이거 돈 달라고 세우는 거야. 여기서 우리가 ‘약속에 늦었다’ ‘공항에 가야한다’ ‘빨리 출발해야한다’...라고 조급한 모습을 보이면 절대 놔주지 않아. 그냥 모른 척하고 버텨” 운전대를 잡았던 선배는 의자를 뒤로 밀고 누웠다. 나도 따라서 몸을 뒤로 뉘었다. 10분 정도 흘렀을까? 정말로 경찰은 우리에게 그냥 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리고 다른 차를 세우는데 온 힘을 쏟았다. 아직도 그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모로코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그 기억은 강렬하게 남아있다. 그날 이후로 내 마음속에는 지워지지 않는 울림이 하나 생겨는데, 그건 바로 “조급하면 지는거야!”라는 선배의 말이었다. 직장에서의 일은 요청으로 시작하여 요청으로 끝난다. 그러니 유관 부서에 요청하고 다른 부서로부터 요청받는 일은 직장인에겐 일상이며, 그것이 오늘 하루 일의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청하는 사람과 요청받는 사람 중, 누가 더 조급할까? 대개는 요청하는 사람이 더 조급할 가능성이 높다. 내가 무언가를 요청했다는 건, 다른 부서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던가, 상사가 나에게 다른 부서의 자료를 입수하라고 지시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말 그대로 조급하다. 마음의 여유가 없다. 안 되면 어떡하지, 못 받으면 어떡하지...불안과 초조가 온몸을 감싸 안는다. 그러나 지난 20여 년간의 직장 생활을 돌아봤을 때, 제 때에 자료를 받지 못했던 일은 거의 없었다. 어떻게든, 언젠가는 내가 필요한 걸 받게 되어 있다. 초조하고 조급한 걱정이 생각보다 쓸데없는 이유는 매우 간단하다. 나도 월급을 받고, 너도 월급을 받기 때문이다. (합당한 부서에, 합당한 요청을 했다면) 상대방은 자료를 주지 않을 수 없다. 그날 애인과 싸웠다거나, 출근길에 물 웅덩이에 빠져 그럴 기분이 아니더라도 말이다. 이것을 인정하는 순간 마음의 여유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조급하지 않으면 이기는거야!” 모로코의 도로에서 나는 이것을 경험했다. 만약 우리가 조급하여 제발 보내달라고 했다면 아마 그 경찰은 그날 횡재를 했을 것이다. 보통 조급함의 크기는 내 안의 두려움과 불안의 크기에 비례한다. 그러니 조급하지 않으면 이길 가능성이 높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조급함의 이유를 찾고, 여유를 가져도 괜찮다고 다독이면 삶에서의 승률은 올라가게 되어 있다. 사람은 조급하면 조급할수록 작아지고, 그러지 않으면 않을수록 커진다. 작아지는 것은 삶에 대한 내 믿음이며, 커지는 것은 마음의 크기다. 마음의 크기가 크다는 건 포용할 줄 아는 것이고, 포용할 줄 아는 것은 어떤 것도 담아낼 수 있다는 말이다. 조급함을 버려야지…라면서 조급해하면 안 된다. 조급해하는 나를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일 때, 어느샌가 마음의 여유가 피어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일을 제대로 해내는 사람의 마음가짐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자기 할 일을 다하는 사람과, 초조함과 조급함에 안절부절 어영부영 시간을 보내는 사람의 차이는 바로 마음의 여유에 있다. 조급하면 진다. 그러하지 않으면 이긴다. 모든건 내 마음에서 시작된다.

조급하면지는 거야, 이 각박한 직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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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9월 11일 오전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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