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기준이 바뀌고 게임의 룰이 바뀔 때, | 커리어리

세상의 기준이 바뀌고 게임의 룰이 바뀔 때, 기회가 온다고 했다. 섬유·패션 산업은 지금이 바로 그 기회이다. 그 동안의 성공 경험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과감히 버릴 자세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앞으로의 세상은 이전과 달라지기로 모두 합의했기 때문이다. 자동차 산업은 내연기관 엔진을 버리기로 했다. 1800년대 전기 모터가 자동차 역사에 먼저 등장했지만, 이후 석유산업의 발전과 함께 가솔린과 디젤을 기반으로 하는 내연기관 엔진이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2020년 기준으로 전 세계 약 14억 9천만 대의 자동차는 쉴 새 없이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있다. 요즘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 소개되는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내연기관 엔진이 없다는 점이다. 가솔린과 디젤을 연료로 작동하는 엔진은 자동차 메이커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핵심 부품이자, 기술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보여주는 자동차의 심장이었다. 그런데 자동차 업계는 이제 ‘심장’을 버리기로 합의했다. 그 동안 회사의 모든 자본과 기술을 쏟아 부어서 발전시킨 엔진을 버리기로 했다. 엔진을 버리지 않으면 회사가 사회로부터 버림을 받는 상황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시점 대비 1.5°C 이내로 억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는 45%, 2050년까지는 100% 줄여야한다는 것이 IPCC 보고서에 따른 국제적 합의이다. 이 국제적 합의에 내연기관 엔진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 세상은 탄소중립화로 가고 있다. 한국도 2050년 탄소중립화를 선언하고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 구조를 바꾸기 위해 각 산업별 R&D 기획을 진행하고 있다. 국가의 총 감축 목표에 따라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에 대한 개선을 우선적으로 시도 중이다. 반면 섬유·패션 산업의 배출 비중은 크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섬유·패션 산업자체의 축소, 그리고 구조적 특성 때문이다. 상당수 의류 생산 시설이 해외로 이전했고,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큰 섬유 스트림은 국내에서 그 기반이 이미 축소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섬유·의류 산업의 전체 스트림에서 보면, 섬유(fiber) 생산이 15%, 원단(textile) 생산이 76%, 봉제 및 유통이 8% 정도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따라서 현재 국내 섬유·의류 산업을 기준으로 탄소중립화를 추진하면, 가장 이상적인 온실 가스 저감 방안은 해당 산업과 기업을 모두 국내에서 없애는 것이다. 물론 어디까지나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감축 전체 목표 달성을 고려했을 때의 아이디어일 뿐이다. 탄소중립화는 지금 모든 산업에서 새로운 접근 방식과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화석연료로 태워 손쉽게 소재와 제품을 만들던 방식을 모두 바꿔야 한다. 설사 재생 에너지를 통해 에너지원을 대체하더라도 그 에너지 사용량 역시 절대적으로 축소해야 한다. 2050년까지 충분한 재생 에너지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각 산업에서 필요로 하는 에너지 절대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의 섬유·패션 산업은 산업 자체의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직면해 있다. 공장 효율화 등을 통해서 이미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한 많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계획하고 있는 2030년 45% 감축, 2050년 Net-Zero 달성은 그다지 비관적이지 않다. 반면에 향후 국내 섬유·패션 산업은 탄소중립화에 수동적으로 단순히 따라가는 자세를 취할 것이냐, 아니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또 다른 차원의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자동차 업계는 핵심기술인 엔진을 버리고 새로운 기회와 만나기로 결정했다. 과연 섬유·패션 업계는 무엇을 버려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를 선택한 자동차 업계의 2년 전 반응은 대부분 회의적이었다. 전기차 전환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가격에 따른 소비자의 선택 제한, 충전 인프라 부족 문제 등 전기차 전환에 따른 문제 해결보다는 문제점이나 기술적 장애 요소에 대한 나열을 통해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지금의 자동차 업계는 엔진을 버리는 자기잠식을 통해 새로운 기준과 세상에 맞춰 자신을 변모시키기로 결정했다. 섬유·패션 업계는 그냥 모두 그대로 짊어지고 가면서 탄소중립을 해결할 수 있을까? 2년 전 자동차 업계가 했던 것처럼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만을 나열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하고 있는 방식으로는 2050년 탄소중립화된 섬유와 의류를 만들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 동안의 지속가능성이 기업들이 각자 나름대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여정이었다면, 탄소중립은 절대적인 기준이다. 이 절대 기준을 충족하면 기업과 산업은 존속하고, 그렇지 않으면 사라진다.

섬유·패션산업은 무엇을 버리기로 했나?

Naver

2021년 9월 22일 오전 10:47

댓글 0

주간 인기 TOP 10

지난주 커리어리에서 인기 있던 게시물이에요!

현직자들의 '진짜 인사이트'가 담긴 업계 주요 소식을 받아보세요.

커리어리 | 개발자를 위한 커리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