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주의⭐️⭐️ 매년 이맘때가 되면 여기저기서 기업조직개편 소식이 들려온다. 그럼 연말이라는 게 새삼 실감이 난다. 조직개편 소식에 항상 빠지지 않고 강조되는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성과주의>이다. 이윤 집단인 기업이 성과를 냉정히 평가하고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성과 제일주의의 폐해 또한 분명 존재한다. 성과는 사람이 내는 것이고, 사람은 기계처럼 돌려지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이다. 25년 동안 여러 기업을 다녀본 경험을 토대로 성과주의에 대한 몇 가지 생각을 정리해 볼까 한다. ​첫째, 성과먹튀 평가 시즌마다 혹은 해마다 성과로 증명하고 보상을 받는 시스템에서는 누구나 단기 목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단기 목표에 기반한 성과들은 보상 후 먹튀를 조장하기도 한다. 결과의 부작용이나 사후 유지 보수 비용 같은 것들은 차치하고 일단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중하게 된다. 성과를 보상받고 튀면 그만. (실제 승진후 다른 팀이나 프로젝트로 옮겨가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대부분의 평가 시스템이 즉각적인 성과에 기반하고 시간이 흐른 후 부작용이나 비용에 대한 책임을 소급하여 평가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실 성과먹튀 자체가 나쁜 건 아니다. 개개인이 성과를 내고 다음 성과의 기회를 찾아 옮겨 다니는 건 물이 고이지 않고 흐르게 하는 효과도 분명 있다. 핵심은 무엇을 성과라고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과 이를 동의하고 집행하는 집단 지성의 힘이다. ​둘째, 성과의 파편화 개개인이 자신의 성과를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프러덕들이 파편화되거나 중복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비슷한 내용의 문서들이 각자의 이름을 걸고 별개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서로 시너지를 내기 보다는 개별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 경쟁을 한다. 그리고 나에게 혹은 우리 팀의 성과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일들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협업보다는 그냥 내가 혹은 우리 팀이 해버리자는 식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우들이 생긴다. 그게 단기적으로 더 빠르고 효율적인 경우가 흔하고 성과물을 포장하기에도 쉬우니까. 매니저들의 역할과 프로젝트 관리 업무가 더욱 중요해지는 포인트이다. ​셋째, 성과의 그늘 대부분의 업무와 프로젝트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전략적으로 중요하여 성과로 빛을 발하기 쉬운 일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해야 하는 하지만 해도 별로 티도 안 나는 그런 일들도 많다. 당연 기업 입장에서는 핵심 인력을 전략과제에 투입하고, 보통 인력(?)은 그렇지 않은 과제에 투입하는 게 전략적인 선택이겠으나, 개개인에게 공정한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지는 건 아니다. 그렇다면, 성과 만능주의 시스템에서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에 대한 업무성과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큰 숙제로 남는다. ​한 번은 전략과제를 진행한 우리 팀이 피땀 흘려 노력한 결과로 큰 성과를 거두었으나, 비전략과제를 했던 팀과 고과 비율이 똑같이 할당된 부분에 대해 어필을 제기한 적이 있다. 돌아온 답은, 상위 고과를 전략과제원들에게 몰아주면 비전략과제는 누가 하냐는 것이었다. 억울했지만 큰 조직을 운영해야 하는 담당 임원의 고충 또한 이해가 되었다. 이 주제는 인력 관리 편에 별도로 자세하게 써 볼 생각이다. ​네째, 실패에 대한 범퍼 성과주의의 가장 큰 폐해는 실패를 두려워하는 조직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를 성과로 인정하는 시스템이 꼭 필요하다. 무성과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결과물이고, 무언가를 시도했다는 것 그리고 과감히 도전하여 실패한 결과치도 성과로 인정해 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얼마 전 타운홀 미팅에서 이런 질문이 나왔다. 기존의 평가 시스템이 성과에 집중되어 있고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다 보니 무분별하고 무책임한 프로젝트들이 남발하게 되고 벌어진 일들을 수습하는데 들어가는 낭비가 크다. (이건 실제 현실에서 매우 심각한 부담이고, 특히 개발팀의 업무가 상당 부분 싸질러진 프러덕을 유지 보수하는데 들어간다) 나는 담당 임원의 답변이 내심 기대되었다. 과연 어떤 답을 내놓을 것인가. ​임원은 이렇게 답을 했다. “실패에 페널티를 주는 건 구글답지 않다. 그건 도전을 저해하고 혁신을 가로막는다. 다만 그 실패의 원인이 잘 분석되었는지, 보완 솔루션은 마련되었는지, 잘 기록되었는지, 그래서 그다음 플랜은 무엇인지 등으로 실패의 성과가 평가되어야 한다.” 매우 교과서적인 답변이긴 하지만, 그래도 일말의 여지도 없이 바로 이렇게 리마인드를 시켜주는 리더의 답변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섯째, 성과의 범위 조직 내에는 수치화되지 않는 수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그러한 일들을 성과로 간주하고 권장하기 위해 구글은 평가 관련 수많은 자료와, 사례, 그리고 평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원들은 매니저와 주기적인 개인 면담을 통해 플랜을 짜고 커리어 성장과 평가 전략을 함께 만든다. 이러한 비가시적 성과를 예를 들어 보자면, 팀 문화 빌딩에 기여 (존중하는 문화, 즐거운 문화, 참여하는 문화 등등), 자료 공유, 멘토링, 채용에 참여, 업무 프로세스 개선, 협업 혹은 팀워크 등등. 다양한 각도의 기여가 성과로 포장이 된다. 특히 구글은 사내외 커뮤니티 활동을 적극 권장하고 이를 성과로 인정한다. 구글 직원으로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것 (혹은 필요한 일에 목소리를 내는 것), 학계나 인더스트리에 참여하여 기업의 이미지와 인지도를 높이는 것, 공유와 환원이라는 기업정신을 실현하는 것 모두 성과로 인정받는 일들이다. 개인적으로 구글을 다니면서 누리는 혜택 중 가장 큰 부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나를 기업의 부속물이나 조직원으로 국한하지 않고, 회사를 다니면서 내가 가진 가치를 (혹은 나의 또 다른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준다면, 회사를 나의 파트너로 생각할 수도 있지 않을까. ​기업은 사람들의 집단이다. 성과는 사람이 만든다. 그리고 사람은 마음이 움직여야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성과주의는 기업이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이고, 직원 공동체가 함께 동의하여 문화와 시스템을 정착 시킬 때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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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1일 오후 4:20

댓글 1

  • 모든 포인트에 대해 공감합니다. 첫번째 성과먹튀ㅎ 회사나 매니저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군요. 이 부분은 대기업의 일개 직원으로서 원하는 프로젝트/팀을 골라서 들어갈 수 없는 제약이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또 말씀하셨듯이 지나치게 성과중심이기 때문에 본인 “밥그릇을 알아서 챙겨야 하는” 직원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이동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성과의 그늘과 범위에서 다루셨듯이 임팩트에 대한 inclusive한 정의가 있어야 먹튀도 줄지 않을까 싶네요. 둘째 성과의 파편화는 한국 대기업에 있을 때도 참 겪었던 부분이라 규모가 일정 부분 이상 되는 기업 어디나 겪는 growing pain인가 싶네요. 성과주의란 단어 자체에서 거부감을 갖기 보다 “성과주의란 기업이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과 태도”이기 때문에 더 많은 직원들이 공감하고 밸류에 동의할 수 있는 방향의 성과주의라면 환영받을 수 있는 토양이 돼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