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덴티티에도 숙성이 필요합니다. ] 01 | 커리어리

[ 아이덴티티에도 숙성이 필요합니다. ] 01. 혹시 열역학 제2법칙 아시나요? 엔트로피의 개념을 들어 '세상의 모든 것은 무질서를 향해 진화한다'는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뜬금없이 물리 법칙을 꺼내든 이유는 이 열역학 제2법칙이 브랜딩과도 통하는 무엇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02.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들라면 아마 '아이덴티티'를 꼽을 수 있을 겁니다. 이른바 '우리다움'으로 설명되는 아이덴티티는 사실 브랜드를 인식하고 소비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동질감을 만들어주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03. 그런데 이 과정은 아주 얌전히 고상하게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브랜드들이 쉴 새 없이 밀고 들어오고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우리와 상반되는 메시지를 던지며 사람들의 머릿속을 해집어 놓기 때문이죠. 그러니 브랜드의 정체성을 만드는 과정은 무질서를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경쟁자들 속에서 우리만의 질서를 만드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04. 예전에 샌프란시스코 여행 중에 한 와이너리를 방문했을 때입니다. 투어를 담당해 주시던 나이 지긋한 소믈리에 할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그저 와인을 가만히 두는 것만이 숙성이 아닙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외부 환경에 맞게 끊임없이 관리해야 할 포인트가 아주 많거든요. 한 달에도 몇 번씩 오크통을 옮겨줘야 하고 매일 저장고의 압력을 미세하게 조정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 그러니 진짜 숙성은 우리가 원하는 와인을 만들기 위해 초점을 맞춰가는 작업이죠." 05. 맞습니다. 아이덴티티를 만든다는 것, 다시 말해 무질서 속의 질서를 만드는 것도 이 와인의 숙성과정과 다르지 않습니다. 설사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이덴티티를 발굴했다고 해도, 다이나믹하게 변하고 공격받는 외부 상황 속에서 이를 어떻게 관리해가느냐가 훨씬 중요한 거거든요. 그러니 우리가 지키려는 그 정체성이 빗나가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 초점을 맞추는 노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06. 보통 정체성을 완성하다는 의미로 '정립(定立)하다'는 말을 많이 씁니다. 말 그대로 '정하여(定) 세우다(立)'라는 뜻이죠.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방점을 찍어야 할 포인트는 찾고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세우는 것'에 있습니다. 어쩌면 이미 개념 속에 그 답이 존재하는 거라고도 할 수 있죠. 07. 그래서 저 역시 가끔은 제가 만들거나 참여했던 브랜드들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기대만큼 잘 성장하고 있는지, 사용자들에게 잘 인식되고 있는지'에 더해 '우리가 바랬던 그 모습대로 잘 숙성되고 있는지' 말이죠. 아마 그 속엔 거대한 무질서함 속에서 일말의 의미 있는 질서를 만들어주길 바라는 마음이 조금은 담겨있는지도 모르겠네요. * 저는 아이덴티티를 잘 숙성하고 있는 대표적인 브랜드가 '뵈브 클리코'라는 샴페인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아래 링크는 제가 그 브랜드에 관해 브런치에 쓴 글입니다.

아이덴티티도 숙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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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7일 오후 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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