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손 안의 모래알을 망설임 없이 놓아버릴 수 있나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었다. 싯다르타는 다채로운 성격의 인물이지만, 그중에서도 '현재 상황에서의 이탈', '더 나은 것을 향한 도전 혹은 도발'을 주저 않는 싯다르타의 모습에 더욱 이입했다. 그건 내가 퇴사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이리라. 싯다르타는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 큰 배움과 진리를 찾고자 주어진 환경을 자꾸만 벗어난다. 그는 어린 시절 서로 '사랑'한 친구 고빈다와의 이별을 과감하게 택했고, 다신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현자 부처에게도 (대범하게) 안녕을 고하였으며, 첫눈에 반해 십여 년간 자신을 정착하게 만든 카말라와도 하룻밤 만에 이별을 결심했다. 손에 잡은 모래를 남은 한 톨까지 탈탈 털어버리고, 새로운 모래를 찾아 떠날 줄 안다. 당장 노는 자리에만 빠져도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현대인1인 나로서는, 그의 결단력과 이별 능력에 그저 감탄했다. 이직을 할 때도 손에 쥔 것을 알알이 세어보며 얼마나 재고 고민했던가. 싯다르타는 그런 굴레를 걷어찬다. 개가 신나게 뛰어놀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땡그랑 걷어차듯, 싯다르타는 자기만의 길을 나선다. 그리곤 외친다. "나고 시은 대로 나 있으라지. 그 길이 어떻게 나 있든 상관없이 나는 그 길을 가야지!" (140쪽)
 하여 뜬금없지만, 퇴사를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파스텔톤 일러스트가 가득한 퇴사 에세이보다는 싯다르타 한 권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싯다르타 그리고 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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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9일 오전 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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