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손 안의 모래알을 망설임 없이 놓아버릴 | 커리어리

당신은 손 안의 모래알을 망설임 없이 놓아버릴 수 있나요?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를 읽었다. 싯다르타는 다채로운 성격의 인물이지만, 그중에서도 '현재 상황에서의 이탈', '더 나은 것을 향한 도전 혹은 도발'을 주저 않는 싯다르타의 모습에 더욱 이입했다. 그건 내가 퇴사를 앞둔 상황이기 때문이리라. 싯다르타는 진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더 큰 배움과 진리를 찾고자 주어진 환경을 자꾸만 벗어난다. 그는 어린 시절 서로 '사랑'한 친구 고빈다와의 이별을 과감하게 택했고, 다신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현자 부처에게도 (대범하게) 안녕을 고하였으며, 첫눈에 반해 십여 년간 자신을 정착하게 만든 카말라와도 하룻밤 만에 이별을 결심했다. 손에 잡은 모래를 남은 한 톨까지 탈탈 털어버리고, 새로운 모래를 찾아 떠날 줄 안다. 당장 노는 자리에만 빠져도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는 현대인1인 나로서는, 그의 결단력과 이별 능력에 그저 감탄했다. 이직을 할 때도 손에 쥔 것을 알알이 세어보며 얼마나 재고 고민했던가. 싯다르타는 그런 굴레를 걷어찬다. 개가 신나게 뛰어놀다 스테인리스 밥그릇을 땡그랑 걷어차듯, 싯다르타는 자기만의 길을 나선다. 그리곤 외친다. "나고 시은 대로 나 있으라지. 그 길이 어떻게 나 있든 상관없이 나는 그 길을 가야지!" (140쪽)
 하여 뜬금없지만, 퇴사를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 파스텔톤 일러스트가 가득한 퇴사 에세이보다는 싯다르타 한 권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싯다르타 그리고 이직

brunch

2022년 4월 19일 오전 1:49

댓글 0

함께 보면 더 좋은

⚾️1루에 타자를 10명 또 100명을 보내도, 2루 한번 밟아보지 못하고 계속 0점을 낸다면…? 책 <기획자의 독서>에서 나온 인터뷰 인용 구절에 무릎을 탁 쳤다가, 곰곰이 생각해보고 도로 거두기로 했다. p.116 "처음부터 이기려는 마음으로 경기를 구상하면 십중팔구 계획이 틀어진다. 그보다 어떻게 하면 매 타자가 1루까지 살아나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개인의 삶에 빗대면 참 공감가는 말이다. 100만 유튜버가 되기 위해 첫 브이로그 영상에 온 영혼을 갈아넣다 1년째 올리지 않는 것보단, 뭐라도 하나씩 올려보는 게 낫다. 완벽하게 좋은 글을 쓰기 위해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것보다, 뭐라도 읽고 뭐라도 쓰는 게 낫다. 그러니까 내 삶이 경기고, 내가 야구선수라면 나는 1루까지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몸으로 부딪쳐야만 할 것이다. 하지만 회사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매 타자를 1루에 살아남게 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전략은 아찔하다. 특히 이미 1루까지 선수를 보내놓은 회사, 그러니까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파운더가 내두른 배트에 깡 하고 날아간 공은 커브를 그리며 안타를 맞았고, 그 사이 초기 멤버들과 첫 프로덕트는 1루에 안착했다. 그렇다면 회사는 이런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 다음 타자는 번트로 희생시켜 1루 주자를 2루까지 가게 할까? 어떤 타자(mvp, 최소기능제품)가 빠르게 도루하며 2루까지 나아갈 수 있으려나? 나아가서는 이런 고민도 할 수 있겠다. 홈런을 뻥 치고 점수를 쭉쭉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역량 외에 팀 차원에서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 근근이 1점을 낼 게 아니라, 압도적으로 승리하려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그러니 회사 운영이 경기고 대표나 리더팀이 선수라면, 그땐 이 ‘명언’을 받아들이는 태도가 조금 달라져야 할 것이다. 1루까지 선수를 주구장창 내보내는 것만으로는, J커브를 그릴 수도, 폭발적인 성장울 이룰 수도 없다.

야구 명언, 스타트업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brunch

추천 프로필

현직자에게 업계 주요 소식을 받아보세요.

현직자들의 '진짜 인사이트'가 담긴 업계 주요 소식을 받아보세요.

커리어리 | 일잘러들의 커리어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