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의 원칙들 (2) - 넷플릭스 1분기 실적 발표를 보고 든 생각
지난 주, 넷플릭스가 스트리밍 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섭스크립션 구독자 수가 감소했다는 실적 발표를 했고, 하루만에 한국 돈 66조원 규모의 시가총액이 날라갔다고 한다. 1997년 창사 후 최악의 날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서, 소비자로서도, 우리 팀의 벤치마크 대상으로도, 많은 관심을 기울였던 넷플릭스에게 이런 날이? 라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1. 넷플릭스는 고객에게 받는 구독료를 낮추고 광고를 보여주는 새로운 BM을 고려한다고 한다. 계정 비밀번호 공유도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2. 하지만 (내 기억이 맞다면) 넷플릭스는 "B2C 고객의 머리 수 X 월 구독료 = 매출" 이라는 심플한 사업구조를 옹호해 왔다. 월 구독료에 차등을 두었을 뿐, 심지어 연간결제도 없다. 고객에게 돈을 받는 사업이기에 서비스 안에서 광고가 노출되는 것은, 고객 경험 차원에서 좋은 선택이 아니라 했다. 계정공유는 적극 권장한 적도 있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계정을 나눠쓰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넷플릭스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lock-in 이 될 것을 기대했을 것이다.
3. 이번에 넷플릭스가 '앞으로 해결'하겠다며 발표한 것들을, 이런 날이 닥치기 전에 먼저 할 수는 없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문제들(계정공유로 인한 매출의 누수, 경쟁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독자적인 콘텐츠 아카이브로 시장 점유율을 야금야금 앗아가는) 것을 넷플릭스에서 몰랐을까? 당연히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더 많은 제작비를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 그래서 히트 콘텐츠가 터지는 것, 이로 인해 고객 수가 증가하는 방정식에 승부수를 걸었던 것 같다.
4. 문제는 성공방정식이 유효하게 작동하는 시간이다. 넷플릭스가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전세계 '유통'을 선점하던 플랫폼 사업자 성격에서 벗어나, 자체 제작 오리지널 콘텐츠를 본격 만들고 돈을 쏟아붓기 시작한 '퍼블리셔' 성격으로 탈바꿈을 하던 최근 5년 전후의 시기. 이 시기에 유효하게 작동했던 고객 수를 증가시키는 성공방정식이 이제는 과거만큼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 오징어게임의 글로벌 히트가 어쩌면 독이 되었을수도. (나는 이렇게 한방을 기대하며 자본을 쏟아붓는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이건 마치 여름/크리스마스 특수를 누리고 대작에 투자하는 제작사랑 다를 바가 없다. 돈을 쓰고, 기우제를 지낸다... 이런 느낌?)
5. 코로나가 끝나고 사람들이 그 전의 일상(집 안에만 머무르는게 아니라, 밖으로 나가는 시간이 충분히 확보되는)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넷플릭스 같은 기업 입장에서는 충분히 예측 범주 안에 있던 리스크였을까. 회사 입장에서 큰 수혜를 누린 이 시기가 끝나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면, 무슨 의사결정을 더 선제적으로 했었어야 했을까. 예상 밖의 성장이 축복처럼 급작스레 찾아왔다면, 썰물이 빠져나가고 난 후를 미리 생각할 수는 없는걸까. 인간이기에 어려운 것인가.
6. 다른 한 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도그마'에 빠져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의 미션/철학과,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간의 관계가 명확해야 한다. 수단을 목적으로 착각하거나 "우리 사업은 응당 이래야만 해"라는 위험한 관성이 없는지? 에 대한 점검을 때때로 해야 한다. 고객 경험에 좋지 않으니까 광고는 없어야 해, 같은 것이 대표적. 왜냐하면, 나 역시 지금까지 멤버십 사업에 대해서 누군가가 질문을 하면 똑같이 저렇게 답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도 그렇지 않냐며. 하지만 시장이 바뀌고 고객이 바뀌면 살아남는 것은 가장 빨리 적응하거나 미리 준비했던 자다.
7. '도그마'에서 빠져 나왔던 두 가지 사례가 있었다.
- 하나는 멤버십에서 월 정액제 구독 대신에 장기결제 구독 상품을 더 적극적으로 밀기 시작했던 것. 넷플릭스도 매월 결제하게 만들잖아, 라는 관성이 오랫동안 존재했다. 하지만 재작년 말부터 장기플랜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1개월 vs. 12개월 두 가지 단순한 선택지로 고객에게 제시한다. 놀랍게도 10명 중 4명은 12개월 플랜을 선택한다. 연말연초 프로모션 기간이 아닌데도.
- 또 다른 하나는, B2B 사업에 대한 관성. 우리는 기업마다 개별적으로 최적화하면서 돈 버는 건 안 할거야, 개인에게 돈을 받아야, User 와 Payer 가 같은 구조여야 고객에게만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어, 라는 말을 회사 초기에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커리어 시장에서 기업고객과 개인고객은 양면 고객이라 둘 다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더 큰 손은 당연하게도 기업이라는 것. 개별 기업에게 일일이 최적화를 하지 않더라도 B2B 사업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 회사 사업의 포트폴리오가 B2C와 B2B를 둘 다 균형있게 커버하게 만든 것도 작년 가을 이후다.
나의 의사결정에 대한 반성문 혹은 미래의 나를 위한 경고문처럼 생각하며 적어본 글.
요약하면,
1. 성공방정식에는 유효기간이 있다.
2. 밀물이 들어오면, 썰물이 빠져나가는 것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3. 도그마에 빠지지 말자. 목적과 수단을 착각해서는 안된다.
아래 표는 넷플릭스의 올해 1월 초 이후 주가 추이. 작년 말 700달러였던 주가가 200달러로 살벌하게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