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아무런 준비 없이 팀장이 된 지 9개월 차. 얕은 경험과 지식으로 하루하루가 살얼음판 같지만, 사장 > 나 > 팀원 혹은 팀원 > 나 > 사장 순으로 이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굴레 속에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을 가리는 것이 굉장한 곤욕이었다.
“이제부턴 팀원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할 거에요”
“모든 것을 다 말하진 말아요”
처음 팀장이 됐을 때, 회사가 돌아가는 일에 있어서는 팀원에게 가능한 솔직하려했던 내 생각을 무너뜨린 건 사장님의 저 말들이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까지 말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와중에 “까칠한 인재마저 사로잡은 그들의 지독한 솔직함”이라는 부재를 단 <실리콘밸리의 팀장들>의 제목을 보곤 ‘도대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은 조직에서 팀원이 아닌 사람이 맞닥뜨릴 수 있는 거의 모든 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이론적으로 제시한다. 아기 팀장들을 위한 모임에서 첫 책으로 꼽은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만큼 방대하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다 완벽히 ‘완전한 자아’로 읽기는 어려웠고, 2022년 5월 현재의 내가 간지러워하는 곳을 긁어준 부분을 중점적으로 곱씹으며 읽었다.
✔ 완전한 솔직함 = 개인적 관심+직접적 대립
킴 스콧은 팀장(상사)과 직원 사이의 새로운 관계 원칙으로 완전한 솔직함을 제시한다. 완전한 솔직함은 팀원과의 신뢰를 쌓게 도와주는 ‘개인적인 관심’과 이를 바탕으로 팀원 개인과 비즈니스를 위한 제대로 된 피드백 및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직접적 대립’이 조합되어 만들어진다.
개인적인 관심x직접적 대립 사분면을 따라 1) 완전한 솔직함 2) 불쾌한 공격 3) 고의적 거짓 4) 파괴적 공감으로 나뉜다. 상대방의 바지 지퍼가 열렸음을 확인했을 때 “너 지퍼 열렸어”라고 속삭이는 것은 완전한 솔직함, “저 사람 지퍼 열렸다”라고 외치는 것은 불쾌한 공격, 민망해서 말해주지 않는 것을 “고의적 거짓”, 상대방이 민망해할까봐 말을 안 하는 것이 “파괴적 공감”이다.
완전한 솔직함 사분면에 머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이것이 여의치않다면 차라리 불쾌한 공격 사분면이 나으며, 고의적 거짓이나 파괴적 공감에서 머무르면 안 된다. 감정적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개인적 공감이 부족할지언정, 솔직한 피드백과 조언에선 물러서면 안 된다는 것으로 읽힌다.
✔ 슈퍼스타와 록스타
최근 수습 기간이 끝나가는 신입직원의 정직원 전환 여부를 두고 고심하던 내게 ‘슈퍼스타’와 ‘록스타’ 개념은 나의 기준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최고의 팀은 최고의 팀원으로 구성되지만, 이 팀원들이 모두 슈퍼스타일 수는 없으며, 믿음직하게 바탕을 지켜주는 록스타도 팀 전체의 균형을 맞춰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개인 레벨에서 지금은 슈퍼스타인 직원이 언젠가는 록스타가 될 수 있고, 지금 록스타인 직원이 곧 슈퍼스타로 변모할 수도 있다. 훌륭한 상사라면, 직원들의 이런 변화를 즉각 알아차릴 수 있도록 직원들에게 충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현재 어떤 궤도에 있는지 분명히 파악하고 적절한 지시와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팀장이 된 지 3개월이 채 안 된 시점에 당시 슈퍼스타 직원이 그만두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내가 팀장이 아니던 시절엔 새로운 도전을 하는 그를 마음껏 응원해줄 수 있었겠지만, 팀장이 되니 100% 응원만은 어려웠다. 킴 스콧은 이런 슈퍼스타 직원을 ‘유성’이라 표현하면서 조직에 오래 머무르지 않을 것이며, 이들을 붙잡아 두려는 노력은 오히려 헛수고라고 지적한다. 잠깐이나마 우리와 같은 궤도에 있었다는 사실을 감사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슈퍼스타가 가고 록스타 같은 신입직원이 들어왔다. 기존에 록스타였던 다른 직원이 슈퍼스타로 변모하고 있어, 신입직원이 슈퍼스타가 될 때까지 충분히 같이 성장해나갈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러 정직원으로 전환하였다. 1:1, 식사, 티타임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개인적인 관심 레벨을 높이면서 누가 지금 어느 사분면에 속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인력 변동 대응 효율성을 높여줄 것 같다.
✔ 직접적 대립 1 : 동기부여
일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유명한 일화 - 3명의 벽돌공 이야기 -가 이 책에도 등장한다. 무슨 일을 하고 있냐는 질문에 ‘일을 하고 있다’와 ‘벽돌을 쌓는다’라고 답한 2명보다 ‘전능한 신계 바칠 성당을 짓고 있다’라는 벽돌공이 무슨 일을 맡기든 잘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킴 스콧은 여기서 이렇게 질문한 크리스토퍼 렌이 스스로 목적의식을 제시하고 강요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하는 팀원들을 데리고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팀장이 해야 할 것은 팀원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의미를 이해하고, 모두가 자신의 방식대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근로 화경을 만드는 일이다.
일에 대한 의미를 팀장이 제시할 수는 없다. 팀장으로서 내가 나만의 의미를 갖고 있는 것처럼, 팀원들은 각자 사정에 맞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팀원 모두가 나와 똑같은 레벨의 열정과 의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두에게 불필요한 부담만 주게 된다. 일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다양한 소스를 던지고, 혹시라도 영감을 받게 되어 변화가 감지된다면, 그것에 감사할 뿐 제발 열심히 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직원들에 대한 월권이다.
✔직접적인 대립 2 : GSD 바퀴
일상적으로 일을 하면서 완전한 솔직함을 달성하기 위해선 어떤 부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까. 킴 스콧은 듣기 > 정리 > 논의 > 결정 > 설득 > 실행 > 학습 > 듣기로 이어지는 GSD 바퀴 각 단계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을 설명했는데, 인상 깊었던 것 몇 가지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듣기 : 경쟁력은 하나의 거대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많은 아이디어의 조합에서 나오기 때문에 모두가 작은 아이디어를 잘 낼 수 있게 하는 것이 팀장의 역할이다. 하지만 회의나 대화를 할 때 팀장이 어떤 반응을 보이면, 직원들은 팀장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게 된다. 팀장이 생각을 드러내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정리 : 그리고 이런 아이디어를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도 팀장의 역할이다. 작은 아이디어도 무시하지 않고 빛을 발할 수 있게 가교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다른 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요청하고, 상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이 아이디어를 잘 상부에 전달하는 것도 팀장의 역할이 아닐까 한다.
논의 : 사람과 아이디어는 마찰과 소음을 통해 아름답게 빛나게 된다(p. 179) 상사의 태도와 말투는 그가 이야기하는 내용보다 회의 분위기에 더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p. 182)
결정 : 상사는 의사결정자가 아니다. 문제는 ‘충분한 정보’를 확보하지 못한 사람이 의사결정을 내릴 때 벌어진다. (p. 186)
설득 : 의사결정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설명에는 오직 논리만이 들어있기 떄문이다. 직원들의 감정까지 고려해야 한다. 직원들의 적극적인 실행을 요구하려면 먼저 신뢰 관계를 쌓아야 한다.(p. 192)
실행 : 손톱 밑의 때를 남겨두라. 실무에서 너무 멀어질 경우, 팀원들이 명료하게 이해하고, 논의에 참여하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 (p. 200)
학습 : 사실이 바뀌면 그에 따라 생각도 바뀐다. (p. 203)
✔ 직접적 대립 3 : 조언과 칭찬
조언과 잔소리의 경계는 아주 얇다. 조금만 삐끗해도 의도는 조언이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선 잔소리가 될 수 있다. 특히 개인적 관심을 통한 신뢰 관계가 얕은 경우에는 더욱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영혼 없는 칭찬, 혹은 상대방이 껄끄러워하는 방식의 칭찬은 안하니만 못할 때도 많다.
먼저 팀에 조언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팀장이 먼저 조언을 구하는 질문을 하는 것이 문화 형성에 도움이 된다. 팀원들에게 일종의 팀장을 평가하는 듯한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라 팀원들은 팀장이 듣기 좋을 단순한 대답으로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솔직한 대답을 들을 때까지 (여섯을 세며) 기다리며 불편한 시간을 감수해야 할 필요가 있다.
팀원에게 조언을 할 때는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오늘 아침 프리젠테이션에서(상황) 다각화 결정에 관한 이야기는(행동) 꽤 설득력이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해 주었어요(영향)”와 같이 1) 목격한 상황 2) 행동(좋든 나쁘든) 3) 드러난 영향을 언급하면 구체적인 조언을 전할 수 있다.
칭찬은 공개적으로, 지적은 개인적으로 하라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유의해야 할 것은 ‘수정 피드백’은 즉각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오타를 다시 보세요”라는 것은 즉각적으로 해야 할 수정 피드백이다. 하지만 “문법 체커 한번 돌리면 오타를 줄일 수도 있었을 텐데 신경 써주세요”라고 하는 것은 ‘지적’이다. 전자는 공개 여부에 상관없이 즉각적이어야 하며, 후자는 개인적으로 해야 한다.
또한, 공개적으로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개인적인 감정을 담은 칭찬이 아니라 “좋은 성과를 모두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 공개적으로 이야기한다”라는 뉘앙스를 담아야 한다.
✔ 직접적 대립 4 : 커리어 대화
끊임없는 인력 변동 속에서 ‘일’에 대한 내 애티튜드를 확고히 하고 팀원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원칙을 정해두고 싶었는데, 이런 면에서 이 책에서 읽은 커리어 대화를 기반으로 생각을 다듬어가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팀원이 어떤 동기와 비전을 가지고 있고, 현재 어떤 단계에 있는지 파악해서 그들의 비전과 팀의 비전을 인라인 할 수 있다.
1) 삶의 이야기를 듣는다 - 살아온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삶의 동기 요소를 파악한다.
2) 팀원의 꿈을 이해한다 - 승진을 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의 직업과는 완전히 다른 꿈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승진을 갈망하지 않는 직원은 커리어 목표와 관련된 질문을 받을 때, 자신의 야망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에 대해 일종의 죄책감을 느낀다.
3) 18개월 계획을 마련한다. - 꿈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배워야 할 것들 중에 무엇에 우선적으로 집중해야 할까? 그 배움과 현재의 업무를 인라인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지만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기 전에 내 상사가 어떻게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을 할지 스스로 정립을 좀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정말 솔적한 대답을 얻으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가??
✔ “완전한 자아로 일터에 나가라”
현재 팀원 5명. 이들이 슈퍼스타인지 록스타인지, 개개인의 비전은 무엇이고 이걸 팀의 비전과 어떻게 인라인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직접적인 대립을 한다는 건 엄청난 에너지와 시간이 소모되는 일일 것 같다. 게다가 집에서도 각종 머리 아픈 가정사와 나의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것들이 즐비한 상황에서는 팀장의 일에 소홀해지기가 매우 쉬워질 것 같다.
그래서 책의 초반에 나오는 “완전한 자아로 일터에 나가라”라는 말이 읽는 내내 머리를 울린다. 어떻게 하면 나부터 완전한 자아로 일터에 나갈 수 있을까. 에너지 급속충전을 위한 방안, 하루 2시간의 생각할 시간을 확보하는 법 등 팀장의 역할을 잘 해내기 위해 배우고 고민해야 할 것들이 여전히 많다. 그나저나, 집에도 완전한 자아를 가져와야 하는 것 같은데...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제부턴 팀원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어야 할 거에요”
“모든 것을 다 말하진 말아요”
사장님의 이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며, 또한 여전히 어떤 이야기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는 확실치 않다. 책애서 이야기하는 완전한 솔직함은 있는 이야기 없는 이야기 다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한 답은 팀장 생활을 더 해가면서 경험으로 체득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