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도가 경쟁력인 이유는 '좋은 태도'를 갖는 것이 정말 어렵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01. 지난 주말 동아광장에 소개된 최인아 대표님의 칼럼을 읽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칼럼에서 소개하신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는 제가 진행하는 독서모임에서도 다룰 정도로 꽤 맘에 들게 읽은 책이었고, 또 대표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태도가 경쟁력이다'라는 말은 저 스스로 항상 강조하고 새기는 말이기도 하거든요.
02. 하지만 칼럼을 통해 들려주신 사연처럼 세상에는 남의 말이나 생각을 아무 동의 없이 가져다 쓰고, 왜곡하고, 또 홍보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저 역시도 <기획자의 독서>라는 책을 출간하고 나서 비슷한 사태를 몇 번 겪었거든요. 물론 저도 <기획자의 독서>라는 워딩이 책의 제목일 뿐 상표권으로 등록된 단어가 아닌 데다 진심으로 해당 워딩이 널리 쓰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있어서 한 번도 태클을 건 적은 없습니다.
03. 그럼에도 교묘하게 제가 사용한 워딩과 소제목들을 조금씩만 바꾸어서 행사의 타이틀로 활용하거나 커뮤니티 홍보에 활용하는 사례들을 보며 씁쓸한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내 건데 왜 갖다 써?'라는 마음보다는 '분명히 내가 한 말은 저런 의도와 늬앙스가 아닌데'라는 걱정이 앞서서 더 속상하기도 하고요.
04. 솔직히 얘기하면 기획 분야에서 남의 생각과 말을 베끼는 문화는 공공연하게 이뤄집니다. 그러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지만 과거의 어느 순간을 파헤쳐 보면 저 또한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들을만한 행동을 했을지 모르죠. 하지만 백번 양보하고 생각해도 타인의 무형적인 자산을 고스란히 가져가 자기 맘대로 뜯고 고쳐 '내 것'이라고 내놓는 행위는 부끄러워해야 함이 분명합니다.
05. 말이 나온 김에 책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자 합니다. <기획자의 독서>를 통해서 제가 강조한 것 중 하나는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잘 할 수 있고, 또 타인에게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는지를 염두에 두고 자신만의 무게중심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그게 자격증도 없고, 전문 기술도 필요 없는 이 냉정한 기획자의 세계에서 보다 오래 버틸 수 있는 힘을 만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쌓는 것보다 타인의 오리지널리티를 가져다 튜닝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06. 작년 연말부터 시작해 거의 반년에 걸쳐 제게 온 요청이 하나 있었습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브랜드를 홍보하는 글을 한 편 써주면 그에 해당하는 사례금을 주겠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글을 쓰지 않는다며 단칼에 거절했지만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왔고 나중에는 원하는 금액을 말해보라고 했습니다. 그때 저는 이렇게 답변드렸습니다. '다른 사람의 입과 손을 통해 도움을 얻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지금 대표님께서 하시는 행동은 그 과정이 잘못된 것으로 보인다'라고요.
07. '태도가 경쟁력'이라는 말이 어디서든 실실 웃고 굽신굽신 거리라는 말이 아님을 우리 모두 잘 압니다. 자신의 능력 부족을 유들유들한 성격으로 커버하라는 말도, 모쪼록 윗사람 말 잘 듣고 동료들과 부딪히지 말고 재주껏 피하며 살라는 말이 아니라는 것에도 공감하실 겁니다.
때문에 저에게 좋은 태도란 '좋은 관점을 바탕으로 좋은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뜻합니다. 관점 없이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사는 것도 알맞은 태도라고 할 수 없고, 어디서 멋진 말은 다 가져다 쓰면서 정작 본인은 그 말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도 배울만한 태도를 가진 건 아니니까요. 부디 관점과 행동의 밸런스가 잘 이어지는 삶을 살면 좋겠습니다.
08. (다시 앞부분으로 돌아가서...)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로 독서모임을 진행할 당시 멤버분들의 주된 의견도 '다정함이 그저 착함이나 친절함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문제 해결을 위해 지혜롭게 커뮤니케이션하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실행력에 가깝다는 게 제 첨언이기도 했고요.
09. Attitude라는 단어가 '적합한'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Aptus에서 기원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러니 좋은 태도를 유지하는 것은 그 상황과 사람에 맞는 적합한 관점과 행동을 수반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기획을 하는 분들께서는 꼭 유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는데요'라는 말로 메이크업되지 않는 사태도 많이 있거든요. 심지어 그 의도조차 옳지 못했다면 얼른 마음과 자세를 고치셔야 함이 분명하고요.
10. 따라서 '태도가 경쟁력이다'는 말은 무엇이 좋은 태도인지를 잘 이해하고 설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 모두가 청렴결백한 선비처럼 기획할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괴물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