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근길, 숲속의 자본주의자
저녁 6시 20분, 삼성역에서 두 대의 지하철을 떠나보냈다. 계단까지 길게 이어진 줄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그냥 7시반까지 야근이나 할 걸, 이게 뭐야. 투덜대며 세 번째 지하철에 가까스로 몸을 밀어넣었다. 왼쪽에는 노트북 오른쪽에는 토트백을 보호막처럼 둘러매고 사람들 틈에 구겨진 채로 20분쯤 명상을 하다보면 건대입구 즈음에서 자리가 난다.
눈치싸움에서 가까스로 자리를 사수했다. 전자책을 꺼냈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오늘부터 시작한 책이다.
💬 있는 힘껏 달리면서도 그 마음에는 희망이 아니라 체념이 자리잡는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거야. 어쩔 수 없어.' 이런 이상한 포기 상태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붉은 여왕은 말한다. "이곳에서 어디로 가려면, 최선보다 두 배는 빨리 뛰어야 해."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조금씩 더 빨리 달릴 방법을 찾는다. 잠을 줄여보고, 점심시간을 쪼개고, 출퇴근 시간도 활용한다. 그러나 열심히 사는 것과 의미 있게 사는 것은 다르다.
-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그러나 열심히 사는 것과 의미 있게 사는 것은 다르다.
이 문장에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나는 지금 열심히 살고 있는 걸까 의미 있게 살고 있는 걸까?
💬 동물적인 생존을 해결한 후에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생산 과정에서 부품이 되거나 소모되는 게 아니라, 생산 과정을 놀이로 만들 수 있을까? 돈을 버는 과정이 나를 나답게 하는 창조의 행위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이 답을 찾으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이런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 숲속의 자본주의자, 박혜윤
그렇다. 그냥 질문을 던지며 살아가는 것뿐이다.
나는 지금 열심히 살고 있는 걸까 의미 있게 살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