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 서점가를 휩쓸고 지나간 이후에 대부분의 리더 코칭 아젠다가 “칭찬”이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기억나세요? 그때는 리더들에게 칭찬하기를 숙제로 내주기도 하고, 칭찬하는 방법을 피드백 기법에 넣어서 연습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리더들은 엄청난 노력과 자신의 역량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간 분들이고,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이 헤쳐왔던 극적인 스토리들을 훈장처럼 갖고 있었기에…팀원들의 부족한 부분들이 크게 보일 수 밖에 없었고, 팀원을 칭찬하는 것은 달성 불가능한 과제로 남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사실 리더가 조직에서 성과를 낸다는 것은 자신이 갖고 있는 리소스, 즉 인적 자원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상황은 스포츠 게임에 비유되기도 하는데…2002년 월드컵 4강의 그 뜨거운 시간을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한국 축구가 만들어낸 믿을 수 없는 성과는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을 빼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하실 겁니다. 2002년 월드컵은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많은 사람들이 분석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반대로 리더들 중에는 자신이 가진 리소스의 부족 혹은 팀원의 역량 부족을 탓하며 저성과의 이유를 찾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게 칭찬을 어려워하는 리더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이 바로 “눈 씻고 봐도 칭찬할 게 있어야지!” 입니다.
예전에 제가 코칭을 해야 하는 임원분이 있었습니다. 첫 만남에서 처음 사무실을 방문한 코치가 불편하지는 않은지 계속 신경을 써 주시는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습니다. 첫 세션에서 시간을 30분이나 오버하긴 했지만 감사하고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그 임원의 코칭을 요청하신 CEO를 피드백 미팅을 위해 만났을 때, 그 CEO는 제가 코칭을 해야 하는 그 임원과는 완전 정반대의 스타일이었습니다.
눈에 레이저가 쏘면서 과연 이 코치가 제대로 일을 해낼지 스캔을 하고, 확실한 시간 관리(30분 예정이였던 피드백 미팅은 27분 만에 끝냈고)는 물론, 대부분의 미팅 시간은 해당 임원이 부족한 부분을 쭉 나열하는 데 썼습니다.
그 미팅에서 코칭에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들을 열심히 받아 적으면서 저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아, 어쩌면 코칭을 받으셔야 할 분은 이 CEO일 지도 모른다.”
코치인 제가 과연 해당 임원을 6개월만에 CEO가 좋아하고 만족할만한 역량을 갖춘 임원으로 만들 수 있었을까요? 안타깝게도 저는 한 사람을 6개월만에 그렇게 완벽하게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코치가 아니였습니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해당 임원에게는 CEO의 시각에서 본인의 스타일이 어떻게 해석되고 보여지는지 거울을 대어 주는 것…그러한 기대치의 차이로 인한 감정적 대치상황을 극복하고 서로의 장점을 바라보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코칭 세션을 마무리하면서 CEO에게는 이런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혹시 체스를 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체스판에는 퀸만 있는 것이 아니고 루크, 비숍, 나이트 등 각자의 행마법을 가진 다양한 병사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칸씩 직진 전진만 가능한 폰도 있습니다.
체스판에서 퀸을 잡는 것은 퀸이 아니라 폰(병사)일 수도 있습니다. 체스 경기를 하는 플레이어가 각각의 말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경기 상황에 맞게 전략, 전술을 확실하게 사용할 때 이길 수 있죠.
CEO의 역할은 내가 갖고 있는 리소스의 강점을 파악하고, 성과를 위한 전략을 실행할 때 적재적소에 그들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그들이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저는 코칭 기간 동안 임원분의 많은 장점과 강점을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배려와 따뜻함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신뢰를 주는 분이십니다. 얼핏 업무적으로는 단호함이 부족해 보일 수 있지만, 똑똑한 팀원들이 그분의 단점마저 채워주고 싶어하는 분이었습니다.
제가 코치로서 드릴 수 있는 말은 해당 임원분은 사장님께서 원하시는 다재다능한 퀸은 아닐 수도 있으나, 사장님께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체크메이트 역할을 할 수도 있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마 사장님께서 퇴직하셔서 소주 한 잔 하자고 연락했을 때 제일 먼저 달려와 주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멋진 분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