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글쓰기]
한 달에 한 편, 글을 씁니다.
기획자로 커리어를 밟아가며 느낀 점들을 가감없이 풀고, 기록합니다.
작성일 : 2022. 4. 4
Title 20. OKR 1분기 회고
전사에 OKR을 도입하고 1분기를 보냈다. OKR로 인해 달라진 점을 꼽고 싶으나 객관적인 시선에서 회고하는 게 어려울 정도로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게 정말 OKR 덕분이었는지, 다른 외부 변수가 작용해서인지 인과 관계가 명확하지 않다. 그래도 회고는 해야 하기에, OKR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해 보면서 써본다.
좋았던 점
1. 모든 부서의 목표가 명확해진다.
목표가 명확해진다는 것은 부서의 업무 우선순위가 정해진다는 말과 같다. OKR이 없었을 땐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설정하기 어려웠다. 회사 특성상 타 부서와 함께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부서마다 우선순위가 달라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붙잡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OKR을 도입하면서 각 부서의 우선순위를 전사에 맞춰 설정했기에 서로가 각자의 OKR을 달성하기 위해 서로를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자연스럽게 결정되었다.
2. 업무 사이클이 생겼다.
OKR 도입 전에는 맺고 끊음이 딱히 없었다. 프로젝트 마감 기한을 엄격하게 설정하지 않으면 약간의 이슈만 발생해도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마감이 연기되고, 때에 따라서는 흐지부지 드롭되는 경우도 많다. 그 과정에서 직원 피로도가 누적되고, 이런 생각으로 빠진다. '아 모르겠다. 그냥 시키는 것만 해야지. 내 알 바야.'
사실 모두의 알 바다. 회사의 성장이 더뎌지고, 직원의 동기부여 및 커리어 성장에도 좋지 않다. OKR은 분기 별로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에 분명히 가야 할 곳과 마감 기한이 정해져 있다. 이는 반드시 오는 기한이기 때문에 달려야 한다. 그리고 종료가 있기 때문에 어쨌거나 끝냈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시작과 종료를 느끼는 것, 그 과정을 회고하여 다음 분기를 달리는 것. 이러한 업무 사이클 덕분에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다.
대표님과 술 먹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지난 1년 동안 한 것보다 이번 1분기에 한 게 더 많은 것 같아."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는 말이다.
아쉬웠던 점
1. TF가 너무너무 많다.
조직적으로 OKR을 Align 하게 되면 기능조직의 한계가 드러난다. 여러 부서의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보통 이럴 경우 TF라는 것을 만들어 단기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그런데, 회사 내부 상황 상 OKR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너무 많은 TF를 돌려야 했다. OKR을 위해 기형적으로 조직 운영이 된 점이 아쉬웠다.
2. 달성률을 관리하지 않는다.
OKR은 주기적으로 달성률을 점검하면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그런데 달성률을 체크하지 않는 팀들이 생긴다. 그런 팀들을 관리/감독하는 별도의 전사적 조직이 필요했는데, 그 조직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목표로 설정한 일이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었다.
목표를 아무리 잘 세워도 달성률을 체크하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다. OKR을 처음 도입하는 경우 대표가 적극적으로 OKR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종합점수 : 60점
내가 평가하기에 1분기 OKR 평가 점수는 60점이다. OKR이 뭔지도 몰랐던 사람들이 이제는 주마다 OKR 관점으로 업무 보고를 한다. 기약 없이 늘어지던 업무들이 빠르게 실행되었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퇴사했다.
여전히 OKR이 업무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 부서도 존재하고, 과거에 설정된 KPI에 메여 있는 부서도 있다. 커뮤니케이션은 여전히 잘 안되며,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전략팀 없는 주먹구구 경영, 새로 유입된 외부 세력의 조직 지배, 오랜 갈등으로 묵혀 온 정치들이 한데 어우러져 폭풍 같은 1분기를 보냈다.
어쩌다 보니 전사 OKR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 회사를 조직적으로 변혁시키는 경험을 쌓았다. 그 과정에서 너무너무 많은 것을 배웠다. 대부분은 반면교사의 교훈이지만.. 언젠가 더 큰 조직이나 사업을 운영할 때 큰 힘이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