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글쓰기] 한 달에 한 편, 글을 씁니다. 기획자로 커리어를 밟아가며 느낀 점들을 가감없이 풀고, 기록합니다. 작성일 : 2022. 5. 6 Title 21. 비즈니스와 제품, 브랜드의 상관관계 리브랜딩을 합시다 회사가 리브랜딩을 했다. 회사의 심볼, 로고, 제품, 콘텐츠 모두 180도 바꿨다. 이 모든 걸 3개월 만에 끝냈다. 미친 속도였다. 그만큼 급진적이었고, 잡음도 많았다. 가장 큰 건 바로 '방향성'에 대한 것이었다. 리브랜딩을 하겠다는 결정도 일방적이었지만 그래, 거기까진 오케이. 그거 하려고 뛰어난 전문가 2명도 모셔 왔으니 멋진 브랜드를 만들 수 있겠네. 그래서 리브랜딩의 아이덴티티가 무엇이고, 어떤 컨셉인데? 어떤 고객의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꿔줄 건데? 없어요. 정말 없었다. '기존 브랜딩이 올드해졌기 때문에 MZ 세대에게 통할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멋지고, 쿨하고, 영감을 주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라는 게 리브랜딩의 취지였다. 그래서 '힙'하게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 리브랜딩을 진행하면서 '브랜드란 무엇인가'에 대해 깊이 고찰하게 되었다. 결국 브랜드란, 제품을 있어 보이게 만들어 바이럴을 만들어 내고, 트래픽 증가를 통해 매출을 견인하는 일종의 비즈니스 성장 방법론인 것일까? 제품의 본질 바야흐로 브랜딩의 시대다. 하루 건너 브랜드가 생겨 난다. 서점에는 브랜드 관련 책들이 베스트셀러 섹션 한가득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냉정하게 생각해 보자. 인스타에서 '있어빌리티'를 갖춘 식당, 카페가 얼마나 갈까? 오래가는 브랜드도 있는 반면 반짝하는 브랜드도 많다. 대왕카스테라부터 브랜드 철학을 강조한 컬트 브랜드들까지. 디지털 프로덕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적인 게 클럽하우스다. 바이럴을 타고 미친 듯이 성장했다가 몰락했다. 그 중심에는 제품이 있다. 기획자로 일하면서 제품의 본질에 대해 더 고민하게 되었다. 제품의 본질이란 제품이 제공해야만 하는 기본 가치를 분명하게 만족시키는 것이다. 애플은 아이폰을 잘 만들어야 한다. 나이키는 신발을 잘 만들어야 한다. 쿠팡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잘 만들어야 한다. 샤넬은 패션 아이템을 잘 만들어야 한다. 제품의 본질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고객은 제품을 찾지 않는다. 구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just do it? 운동에 대한 철학이 아무리 좋다고 한들 몇 번 신으면 밑창 터지는 신발을 사고 싶은가? think different? 아무리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만든다 한들 카카오톡 앱 실행 안되는 휴대폰을 사고 싶은가? 본질을 만족시키고, 경쟁력을 장착하고, 브랜드를 입혀야 한다. 미션, 비즈니스와 브랜드의 연결고리 브랜드는 페르소나다. 고객이 회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느끼는 감각의 총체로 형성된다. 그래서 브랜드는 온/오프라인에서 느끼는 감각들, 이를테면 시각/청각/후각/촉각부터 텍스트/이미지/동영상의 디지털 콘텐츠 모두 일관되어야 한다. 비즈니스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이다. 미션은 회사와 고객에게 행동의 타당성을 부여하고, 수익을 만들어 낸다. 미션에 타당한 행동일수록 고객은 열광한다. 그 반응은 수익으로 이어지고, 기업은 또 다른 제품을 출시한다. 브랜드는 제품과 비즈니스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그렇다고 비즈니스가 브랜드에 종속되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를 하고 나면 어떻게든 브랜드에 끼워 맞춘다. 그것이 잘 안되면 브랜드의 인지부조화가 발생한다. 그러면 브랜드가 새로워지거나 망한다. 요새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확장하고 싶어 하는 회사들이 많아 보인다. 비즈니스 관점에서는 카테고리 확장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제품과 브랜드 관점에서는 글쎄. 제품을 확장하는 것이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일까?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지, 기존의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어떻게 바꾸고 싶다는 건지를 납득 가능하게 제안하는 회사는 아직 못 봤다. 특히 플랫폼 업체의 경우가 그렇다. 차라리 지엽적으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브랜드는 꽤 있다. 워크웨어 브랜드 'WORKWORK'나 캠핑 장비 브랜드 '하이브로우'는 브랜드 철학이 제품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실제로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일하는 환경, 캠핑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 단편적으로는 테라의 맥주 병따개가 그렇다. 기가 막히던데. 제품과 브랜드가 철학(미션)에 기반해 비즈니스가 성장한 케이스가 아닐까. 그래서 상관관계는? 내가 생각한 비즈니스, 제품, 브랜드의 상관관계는 아래 그림과 같다. 우리 회사는 '생각보다 별로'의 포지션에 있었고, '단기 성장' 포지션에서 '점점 망해감'으로 가다가 리브랜딩으로 있어빌리티에 가까운 '생각보다 별로'에 간 것 같다. 아무도 제품의 본질에 대해 생각을 안 해서 아쉬웠다. '꽃을 온라인으로 판매한다'라는 비즈니스에 브랜드가 잘 동작하려면 제품의 본질과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제품의 본질은 고객이 언박싱했을 때 얼마나 기뻐할 만한 가치를 제공하느냐, 화병에 꽂았을 때 행복의 빈도가 얼마나 발생하느냐일 것이다. 경쟁력은 꽃을 얼마나 '신선하게' 배송되느냐, 꽃이 얼마나 오래가느냐이다. 결국 꽃과 패키지에 집중해야 한다. 문제는 리브랜딩 할 때 제품에 대해 아무도 신경을 안 써서 제품 컴플레인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제라도 제품 퀄리티 개선을 언급해서 다행이지. 덕분에 프로덕트를 볼 때 비즈니스에 따라 제품의 본질이 무엇인지부터 보는 법을 터득하게 되었다. 그러면 당장 집중해야 할 개선 부분, 나아가야 할 방향성, 우리의 경쟁력, 마케팅 포인트, 브랜딩 아이덴티티까지 보인다. 이걸 풀어내기만 하면 되는데. 여기서 내 역량을 200% 쏟아내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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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5월 30일 오후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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