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CEO 일지 - 빅쇼트
일요일 밤, 빅쇼트를 다시 봤다. 몇번째인지 모를 정도로 많이 봤는데 또 봐도 새롭다. 여전히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도 있다.
세 그룹 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누구인가. 마크 바움과 마이클 버리 둘 중에서 선택하는 건 참 어렵다. 그래도 캡처를 하고 보니 마크 바움의 말이 이번엔 좀 더 많았다. 그는 시장의 거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플로리다로 날아가서 유저 리서치를 한다. 처음 CDO의 존재를 알려준 자레드 베넷의 팔을 비틀어 라스 베이거스로 날라가서 질문을 던지고 인터뷰를 한다. 차곡차곡 증거를 수집한 후, 그는 큰 베팅을 한다. 하지만 그 베팅은 그에게 무척 고통스러운 것이다. 영화 마지막에 “팔아”라는 결정을 하면서도 그는 자신이 자본주의 시장 시스템의 붕괴로부터 큰 돈을 번다는 것에 못내 씁쓸해한다. (이는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무너져내릴 때 돈을 벌어서 신나하는 두 젊은이에게 그는 따끔하게 쓴소리를 한다)
마이클 버리는 외롭다. 가장 일찍 데이터로 시장의 붕괴를 눈치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믿어주지 않는다. 그는 회사의 대표이지만 사실상 1인 대표와 다름없다. 투자자들조차 돈을 빼내려 한다. 가장 일찍 눈치를 채고 극중 세 그룹 중에서 가장 큰 돈을 걸었던 그는, 결과적으로 가장 큰 돈을 벌었지만, 가장 먼저 미래를 내다본 탓에 가장 큰 고통을 겪었다. 마크 바움에게는 “언제 팔지는 내가 결정해” 라고 호통을 쳐도 그를 믿고 따르는 팀이 있었고, 두 젊은이는 동지였으며 브래드 피트라는 멘토가 있었다. 하지만 마이클 버리에게는 드럼과 음악, 그리고 가족 뿐이었다. 약 3년 반의 고독한 시간을 그가 어떻게 미치지 않고 버텨냈는지, 감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스타트업 시장에 겨울이 오고 있으며 (혹은 이미 왔으며) 앞으로 1-2년간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나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장기적 사고로, 투명하고 정확하게 비즈니스를 만드는 곳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것. 사기와 근시안적인 사고는 들통이 난다는 것. 아무도 못 보기 때문에 거품이 거품이라지만, 거품이 걷힐 때 생존하는 곳이 드러난다는 것.
그리고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