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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퀴어문화'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그것은 '세계 만들기의 기획'을 뜻한다. 필연적으로 '세계'에는 정체성으로 자신을 설명할 수 있는 사람보다 많은 사람이, 몇 안 되는 참조점 통해 지도에 그려질 수 있는 공간보다 더 많은 공간이, 타고난 감정보다 배울 수 있는 감정들의 양태들이 더 많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퀴어 세계'를 만든다는 것은 가정적 공간·친족·커플이라는 형태, 재산 또는 국가와 맺는 관계가 아닌 다른 친밀성의 종류를 발전시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친밀성은 퀴어 세계 만들기의 창조성과 퀴어 세계의 연약함을 보여주는 전형이다." "동시에 퀴어 사랑은 언제나 이성애-재생산 중심주의의 제도적 매트릭스 속에서 일시적이고, 불안정하고, 취약하고, 심지어는 '나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퀴어 친밀성의 연약함'이란 바로 이러한 상징적이고 물질적인 기반 없음, 즉 '자리 없음'의 조건에 종속되어 있다. 우리가 얼마나 이 자리 없음에 자긍심을 느끼는지와는 상관없이 말이다." "남자애와의 연애에서는, 적어도 전자의 경우에는 모든 자리가, 모든 의미가 거기에 이미 마련되어 있었다.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말이다. 우리는 식당에서 왜 오붓한 두 자리가 필요한지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 애는 병원에서 내 보호자가 되는데에 아무런 자격 증명을 요구받지 않는다. 의사들은 내가 아니라 그 애의 눈을 쳐다보면서 "여자친구 분"이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를 설명한다. 우리는 우리가 여기에 연인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항의하듯 알릴 필요가 없다. 세상이 이미 우리를 위해 디자인돼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가족이 돼 아이를 낳을 '이성애자 커플'이라는 단위가 아니라면, 세상은 그 외의 것들에게 어떤 권리나 의무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고립시킨다. 그래서 동성애 인권 운동의 주된 요구 중 하나가 바로 결혼할 권리인 것이다. 이러한 권리의 요구는 물론 '자리 없는' 동성애자들에게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겠지만, 동시에 이성애 규범성이 의존하는 '정상 가족'이라는 단위 자체에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세상은 레즈비언 연애에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한국일보

세상은 레즈비언 연애에 자리를 허락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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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6월 13일 오전 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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