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지평선' 역주행이 반갑다

1. 퇴근길에 압구정역까지 뛰어간다. 도착해서 숨을 고르며 들린 노래가 나중에 찾아보고 싶을 정도로 좋았다. 오늘 채권 보고서를 읽다가 '인상의 지평선 너머로'라는 제목을 보고, 그 노래가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것을 알았다. 2. '사건의 지평선'보다는 '이벤트 호라이즌'이란 말로 더 친숙한 이 단어는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내부에서 일어난 사건이 더 이상 외부의 관찰자에게 영향을 줄 수 없게 되는 경계면을 뜻한다. 연인 또는 꿈과의 헤어짐을 이미 블랙홀로 빨려 들러간 사건으로 분류하고 새 출발을 기약하는 은유이다. 3. 은유가 어려워서인지 이 노래는 22년 3월에 발매되고 묻혔다. 하지만 축제가 시작되며 입소문을 탔고, 7개월 만에 각종 차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우산’으로 1위를 기록한 이후 8년 만인데, ‘우산’은 피처링으로 참여했기에 사실상 윤하 노래로는 데뷔 이후 18년 만에 처음 1위를 기록했다. 4. 윤하의 데뷔 자체가 역경이자 역수입이었다. 국내에서 오디션에 스무번 넘게 탈락하고, 일본에서 데뷔해서 유명세를 얻고 국내에 다시 돌아왔다. 데뷔 이후에도 복면가왕 등 여러 경연 대회에서 초기 라운드에 떨어지며 가창력도 의심받았다. 5. 요즘 아이돌은 더 이상 흔한 사랑을 노래하지 않는다는데, 그렇게 바뀐 눈높이 때문인지 2007년부터 ‘혜성’, 태양계 해성들의 고향 ‘오르트 구름’, 혜성의 순우리말 ‘살별’ 등 천체물리학적 소재로 채워진 윤하의 세계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6. ‘사건의 지평선’은 기존 윤하 노래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과거의 그녀의 노래 위에 새로운 노래가 쌓일 때마다 특별함이 더해졌다. 그래서 그녀의 예전 노래와 비슷하지만, ‘사건의 지평선‘은 전주부터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매우‘ 특별한 노래가 됐다. 7. 최근 대중의 관심에 윤하는 덤덤하게 ‘평소에 하던 일들을 계속했을 뿐이다.’고 답했다. 그 평범함을 계속하면 얼마나 특별해지는지를 보여준 데뷔 18년 차 가수 윤하의 역주행이 반갑다. 오늘의 평범함에 좌절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괜찮다'라고 말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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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9일 오전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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