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가족끼리 제주도에 와서 일주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친구의 별장에서. IT산업에 있다 보니 대박이 나서 벼락부자가 된 친구들이 몇 있습니다. 저는 이들의 별장에 기생해서 삽니다. 기생충 가족처럼. 한 달은 속초에서, 또 다른 달은 제주도에서. 올 해는 그렇게 살다가 보낼 것 같습니다. 친구의 별장에서 가족끼리 편히 쉬고 있는 중 아내가 말합니다. "여보,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어요." "음? 뭔데요?" "부자들이라고 해서 보통 사람들이랑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랑 똑같이 너구리 먹고 신라면 먹고 테라 마시잖아요." 푸하하. 깔깔 웃다가 잠자코 생각해봤습니다. 둘러보니 진짜 그랬습니다. 선반에 있는 라면들. 냉장고에 있는 테라와 한라산. 여기저기 이케아 소품들. 보통 사람들의 집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유회 기념일 수건. 모르는 사람이 보면 이게 유니콘 창업자의 집이라고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아내는 또 말합니다. "사람들은 부자들이 대단한 삶을 살 거라고 생각하는데 막상 현실에서 보니 우리랑 별반 다른 게 없어요. 직접 보지 않았으면 깨닫지 못했을 것 같아요." "허허.. 그러게요." 깔깔 웃다가 머리를 한 대 두드려 맞은 것 같습니다. 그들도 우리랑 똑같이 시시콜콜한 농담하며 작은 것에 기뻐하고 슬퍼하고 하는데. 똑같이 신라면 너구리 먹는데. 어쩌면 우리는 부자들의 삶을 제대로 보지도 않고 지레짐작해서 부러워하며 사는 건 아닐까? 현명한 아내를 둬서 정말 다행입니다. 추가: 이 글을 읽은 별장 친구의 코멘트. "신라면 블랙이라도 사다놨어야 했나..."

부자들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Brunch Story

부자들도 우리랑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2년 11월 10일 오전 9:03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