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한 도전, 선을 넘는 사람들의 현재 진행형 이야기》

토스는 서비스 이름이고 토스를 만드는 토스팀이 속한 회사 이름은 '비바리퍼블리카'입니다. '공화국 만세'라는 의미를 가진 라틴어는 구호입니다. 프랑스혁명 때 시민들이 외쳤던 구호이고, 토스팀이 '혁명적인 서비스를 만들자'는 의지를 담은 것이죠. 토스는 파급력이 있습니다. 토스는 빠르고, 과감했으며 잘하니까 뭘 해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최근에는 토스증권이 흑자를 기록하면서 토스는 남다르긴 하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기까지가 잘 알려진 이야기였죠. 2015년 2월 시장에 간편송금 서비스를 내놓기 전까지 8번의 실패가 있었고 그 과정이 처절했다는 것은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울라블라', '다보트 포 카카오'를 기억하는 사람은 별로 없으니까요. 토스가 만든 임팩트에는 논란도 따랐습니다. 토스가 선보인 이모지 폰트, 토스페이스는 유니코드가 중요하게 여기는 국제적 표준을 위반했다는 논란으로 이어졌죠. 2021년에는 마이데이터 오픈 API를 적용하면서 금융당국이 정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는 논란도 있었습니다. 의도는 알겠는데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이어졌죠. 이런 논란이 이어질 때마다 토스는 사과했고, 갈 길을 이어갔습니다. 이쯤 되면 선을 넘더라도 일단 방향이 맞는지 빠르게 확인하고 나중에 수습하겠다는 태도로 보였죠. 누군가에게는 토스니까 괜찮았고, 한편으로는 토스는 참 선을 잘 넘네라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저는 궁금했습니다. 토스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이승건 님과 비바리퍼블리카라는 회사를 우연히 접했기 때문입니다. 퍼블리에서 주최한 행사를 통해 이승건 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치과의사가 왜 창업가로 선을 넘으려는지 공감하기 어려웠으니까요. 『유난한 도전』에는 그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1장 《선을 넘어서는 용기》 중에서 울라블라의 실패를 인정하고 서비스를 접기까지 1년 4개월이 걸렸다. 자본금 50000만 원짜리 비바리퍼블리카는 인건비를 포함해 이 앱에 2억 2000만 원을 썼다. 개발 과정에서 팀원이 8명까지 늘어났지만 이태양 외에 모두 떠났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 마음껏 하게 해 줘서 고맙다'라고 인사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패했지만 좋은 기억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는 사람도 없었다. '힘들 때 의지할 수 있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었다. 모두 침묵 속에서 짐을 쌌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실패라는 결과는 고통스러워서,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희망에 부풀어 일했던 기억마저 지워버렸다. 2개월 동안 세 차례에 걸쳐 다른 버전의 앱을 만들었다. 2013년에는 수개월간 카카오톡과 연동 작업을 거쳐 '다보트 포 카카오'를 론칭했다. 당시 카카오는 모바일에서 쓰임새가 있을 법한 외부 앱들을 카카오톡과 연결해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했다. 손만 뻗으면 잡힐 듯했다. 하지만 카카오톡의 거대한 사용자 규모도 다보트의 의미 있는 성장을 돕지는 못했다. 설상가상 카카오톡이 자체적인 투표 기능을 만들어 붙이면서 이승건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거듭된 실패를 냉정하고 회고해야 한다고 제안한 사람은 박광수였다고 이승건은 말했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직설적이고 날카로운 토스팀 문화의 8할은 박광수의 기여라고 입을 모은다. 바깥에서 패인을 찾으려 해던 이승건에게 박광수는 더 이상 '변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승건은 속이 상했지만 가만히 듣는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세상 사람 누구도 원하지 않는 제품을 1년 넘게 끌고 온 것이 자신이었으므로. 실패의 단계를 하나씩 되짚어가며 이승건은 창업의 본질을 고민했다. 모범생답게 그는 책에서 답을 찾았다. 19세기 영국의 사회비평가 존 러스킨은 인간의 직업이 언제 숭고해지는가를 논했다. 군인은 국가를 수호할 때, 의사는 사람들의 건강을 지킬 때, 법률가는 정의를 집행할 때 숭고하며 사회의 존경을 받는다. 그리고 상인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자를 공급할 때 그렇다. "상인은 자기가 파는 물건의 품질과 그것을 생산하는 수단을 철저히 이해하고, 물건을 완벽한 상태로 생산하거나 획득하여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가장 싼 가격으로 분배할 수 있도록 모든 지혜와 정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 존 러스킨,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 큐레이터의 문장 🎒 ] 이 책을 읽는 동안 불편했습니다. 도전해서 성공하려면, 진짜 잘하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이 정도로 치열하게 경계를 부수고, 더 높은 바를 넘기 위해 다시 도전해야 했구나. 이건 핀테크 업체의 성공을 스스로 자랑하는 백서도, 치과의사 출신 창업가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동화도 아니었습니다. 비극은 부러워할 만한 주인공이 불행해지는 결말일 때, 희극은 나보다 못 난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결말일 때 경계를 허물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죠. 유난한 도전은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들이 치열하게 일했고, 가끔 행복한 결과도 있었지만, 그 결말이 아직 다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 긴장한 상태로 에너지를 써야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지극히 사실적이고, 토스팀이었고 토스팀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속기록처럼 담겨있는 이야기. 금융부터 바꾼다는 그들의 말처럼, 그다음은 통신, 모빌리티까지 선을 새로 그은 시점입니다. 유난스러운 도전은 지금도 면을 늘리고 있습니다. 토스팀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통하는 모범답안을 만들고 있습니다.

유난한 도전, 선을 넘는 사람들의 현재 진행형 이야기 | RBB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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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18일 오전 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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