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번아웃을 잘 피해 간(?) 어느 회사원의 고백

01. DM을 통해 자주 받는 문의 중 하나가 '혹시 그동안 일하시며 번아웃 온 적 없으신가요?', '있다면 어떻게 극복하셨나요?'라는 질문입니다. 우선 저는 회사 일을 하며 큰 번아웃을 겪은 적은 없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이 힘든 일이야 종종 있었고 그 강도가 크고 깊을 때도 있었지만 그건 번아웃의 영역과는 다른 '힘듦'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만 10년 정도를 일하면서도 아직(?) 다행히 제대로 된 번아웃은 경험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겠죠. 02. 뭐 이런 말을 하고 나서 몇 달 만에 제게 번아웃이 찾아올 수도 있을 겁니다. 세상에 어디 맘대로 되는 게 있던가요. 인생의 여신은 이런 말을 내뱉을 때마다 '요놈 봐라' 하면서 시련을 주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번아웃을 잘 피해온 저만의 방법이 있을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에 관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볼까 합니다. 03. 우선 저는 반드시 해야 하는 루틴들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중에는 운동과 글쓰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이 둘을 위한 시간은 늘 따로 확보해두는 편이고 이를 매우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내 일상을 무너뜨리는 가장 쉬운 방법 = 불규칙적인 생활이라는 공식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체감되더라고요. 때문에 언제나 '내 인생의 제일 중요한 루틴'들을 잘 간직하고 가꾸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04. 다음으로는 '이것만 끝나봐라'라는 생각에서 자유로워지는 것도 중요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만 마치면...', '이 TF에서만 벗어나면...', '올해만 지나가면...'처럼 그다음 스텝 없이 종료지점만 고대하고 사는 것은 제 에너지를 마이너스로 끌고 가게 되더라고요. 대신 빨리 넥스트 플랜을 세우고 지금의 상황에서 그다음 과정으로 어떻게 유연하게 넘어갈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의외로 무언가를 끝낸 다음 그 허무함과 무기력함으로 번아웃을 겪는 경우를 종종 봤거든요.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는 게 꼭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겁니다. 05. 더불어 내 능력을 과신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시절에도 느낀 거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느낀 거지만 저는 벼락치기가 잘 맞지 않는 성격입니다. 데드라인이 주는 그 긴장감이 시야를 좁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더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게 정말 싫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건 제 직업 분야의 특성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자기 능력을 믿고 이를 한 번에 발산하려는 현장을 수도 없이 목격했습니다. 본인의 인생을 바쁜 날과 안 바쁜 날로, 텐션 넘치는 날과 초죽음 상태인 날로 이분하는 것은 삶의 질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고 봅니다. 그러니 스스로의 능력을 인정하고 그에 맞는 플랜과 자세를 지니는 게 가장 합리적일 수 있겠죠. 06. 마지막으로 작게라도 무엇인가를 성취한 경험을 빨리 내 습관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왜 그런 말이 있죠. 시험 딱 한 번만 잘 보면 그다음부터는 계속 잘 볼 확률이 쑥 높아진다고요. 일이란 것도 삶이란 것도 이와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크기에 상관없이 나 스스로 인정할 수 있는 성취나 성공을 이루면 그다음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니까요. 다만 이때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더 자신을 몰아세우는데 치중할 게 아니라 어떤 점이 나를 성취로 이끌었나 들여다보는데 집중하는 게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렇게 덜어낼 건 덜어내고 더할 건 더하며 나를 다듬어 가는 게 내 경쟁력을 키우는 방법이니까요. 07. 너무 수도승 같은 얘기를 했나 싶지만 돌이켜보면 볼수록 희뜩번뜩한 팁은 없었던 것 같아요. '매일 자신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나 '칭찬일기를 써보세요' 같은 오글거리는 방법도 저랑은 맞지 않았던 것 같고 말이죠... 대신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내 생활을 바로 세울 수 있는 태도를 가지는 게 결국 번아웃을 예방하는 최고의 방법이지 않나 싶습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우선 잘 먹고, 잘 자고, 많이 움직이는 게 답이라는 것처럼 가장 근본적인 것들과 마주하는 게 우리의 첫걸음일 수도 있으니까요. 08. 번아웃에 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어서도 해보려고 합니다. 제가 번아웃 전문가는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해볼 수 있는 솔직한 이야기들이 또 있다고 생각되더라고요. 그럼 저는 그 생각들을 잘 정리해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2편을 쓴 후에는 2편 링크도 아래 첨부해놓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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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3일 오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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