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번아웃이 올까요? 우리가 '방전'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 지난 '번아웃 1편'에 이어 두 번째 글을 작성해 봤습니다. 1편 글 링크는 아래 댓글로 첨부해놓았습니다.) 01. 그동안 어찌어찌 번아웃을 잘 피해왔다는 이야기를 하면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미 번아웃이 온 사람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하고 말이죠. 사실 거기에 대한 답을 쉽게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번아웃을 겪고 또 극복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 해도 그걸 타인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으니 말이죠. 02. 대신 이렇게 한번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번아웃이 올락 말락 하는 순간에서 지혜롭게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서 말입니다. 저 역시도 번아웃에 빠져 바닥을 쳐본 경험이 없을 뿐 늘 그 경계까지 갔다가 되돌아온 아찔한 순간들은 있었습니다. 심지어 '와 이렇게 하다가 사람들이 번아웃 되는 거구나'하는 말을 육성으로 내뱉어본 적도 있거든요. 그러니 '감기도 안 걸려본 놈이 감기 얘기한다'라는 관점보다 '감기 예방법을 잘 지켜 그동안 감기를 잘 피해온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03. 개인적으로 번아웃은 '배터리의 수명'과 유사한 패턴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자동차 배터리든 작은 충전용 건전지 하나든 충전량이 바닥을 드러낼 때까지 사용하면 배터리 자체 수명에 큰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래서 잘 찾아보면 어딘가에 '잦은 방전은 배터리의 수명을 단축시킵니다'라는 문구가 들어있죠. 04. 제 주위에서 번아웃을 겪은 사람들 중 한방에 번아웃의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오히려 한 번씩 본인을 방전 수준으로 사용해서 기진맥진하다가 주말 동안 아무일 하지 않고 널브러져 있고 그렇게 다시 주중에 며칠간을 방전하는 생활을 반복한 경우가 많았죠. 본인은 '그래도 주말에 쉬었으니까 주중에 또 힘내야지'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다독였을지 모르지만 그 사이 본인의 에너지 수명은 계속 단축되고 있단 사실을 몰랐던 겁니다. 05. 그래서 저는 '본인의 하루를 방전시키지 마라'라는 조언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아, 물론 저도 이 말을 잘 못 지킬 때가 있습니다. 회사 일이라는 게 어디 내 맘과 같나요. 내일까지 당장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으면 끼니도 거르고 밤도 꼬박 새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거니까요. 다만 이걸 당연시하거나 혹은 '그냥 오늘 아예 확 George고, 내일 푹 쉬자'는 습관을 반복하지 말라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는 할 때 하고 놀 때 논다'는 건 일하는 시간에 집중하고 쉬는 시간에 적극적으로 쉰다는 것이지 방전과 충전을 거듭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니 말이죠. 06.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제 방식은 'Core Time'을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즉 하루에 8시간 근무를 한다고 해도 내가 가장 생산성이 높아지는 시간대에 나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의도적인 시간 배치를 하는 것이죠. 계속 나를 번아웃 시키는 게 아니라 어느 지점에서 효율적으로 잠깐 버닝을 할 건지 결정하는 것과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오후 3-6시까지가 제 코어 타임입니다. 저는 이때 머리와 몸이 제법 풀린다는 느낌을 받고 집중력도 좋아진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제가 결정할 수 있다면 가급적 중요한 회의를 이 사이에 두거나 긴 호흡으로 작성해야 하는 기획서를 치거나, 생산적인 아이데이션이 필요한 업무들을 배치합니다. 07. 이렇게 코어 타임을 설정해두면 '내가 오늘 하루 몇 시간 일했다'가 아니라 '내가 오늘 코어 타임 이후에도 얼마나 빡세게 일했나'가 보입니다. 즉 하루 근무시간 종일을 코어 타임처럼 보냈다면 분명히 방전이 될 수 있다는 신호로 여기고 스스로 휴식시간을 강제하는 것이죠. '이제 슬슬 주유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라는 의미로 주유등이 뜨는 것처럼 내 업무 사이에도 스스로 그런 알럿을 설계해 놓는 것이 번아웃을 예방하는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08. 그러니 번아웃을 피하려면 왜 번아웃이 오는지부터 한번 잘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물론 업무 강도가 높아서, 주변 동료들이 힘들게 해서, 일이 재미가 없어서, 밝은 앞날이 안 보여서 등의 외부요인들이 있겠지만 그중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요인들도 있을 거거든요. 때문에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과감하고 빠르게 적용해 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리고 이런 습관이 여러분에게 좋은 루틴과 마인드를 가져다줄 거라고 믿고요. 09. 오늘도 제법 긴 얘기를 했지만 다음 편에서 번아웃에 대한 마지막 이야기를 이어가볼까 합니다. 이번 글에서 방전을 경계하는 이야기를 했다면, 다음엔 충전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서 또 글을 써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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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7일 오후 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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