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은퇴를 선언했던 밥 아이거가 CEO로 깜짝 복귀했다. 워낙 갑작스럽게 교체가 진행된 탓에 디즈니+에서 생중계 중이던 엘튼 존 콘서트를 현장 관람하던 경영진들이 메일을 받고 우르르 자리를 비우는 모습이 목격됐다고 할 정도다. 전 CEO인 밥 체이펙도 전날까지 자신의 해고 소식을 알지 못했다고 한다. 밥 아이거는 2005년부터 15년간 디즈니를 이끌며 디즈니를 콘텐츠 왕국으로 만든 인물이다. 픽사, 마블, 루카스필름, 21세기폭스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인수했고 디즈니+를 출범시켰다. 보수적이던 디즈니에 인종•젠더•문화 다양성을 도입한 것도 아이거였다. 아이거가 재임한 15년간 디즈니 주가는 5배 이상, 순이익은 4배 이상 급증했다. 하지만 이번 CEO 교체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였다. 아이거는 은퇴 이후 몇 번이나 복귀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았지만 그때마다 “다시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22년 6월 디즈니 이사회는 체이펙의 임기 계약을 2024년 말까지로 연장했다. “그와 경영진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며 지지도 보냈다. 그런데 불과 6개월도 지나지 않아 해고를 단행한 것이다. 대체 디즈니에선 6개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을까? 일단 표면적인 이유는 실적 악화다. 체이펙의 재임 기간 디즈니의 시총은 3분의 1이 줄었다. 2022년에만 주가가 40% 하락했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7%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충격적인 결과다. 특히 2022년 3분기 디즈니+에서 14억 7,000만 달러(1조 9,590억 원) 적자를 낸 것이 방아쇠를 당겼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손실이 2배 늘었다. 미국 CNBC의 유명진행자 짐 크레이머가 11월 지금의 대차대조표는 지옥에서 온 대차대조표 같다. 체이펙은 디즈니같은 환상적인 회사를 운영할 능력이 없다"며 경질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체이펙이 채용 동결, 일부 해고, 비용 감축까지 예고하자 참다못한 경영진이 반기를 들었고 이사회도 결국 칼을 빼들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사실 실적 악화보다 더 큰 문제는 체이펙의 리더십에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아이거는 구성원들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주변의 의견을 경청하며,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로 평가된다. 하지만 체이펙은 몇 명과만 소통하고 듣기보다 말하기, 비전보다 숫자에 더 강한 리더였다는 평가다. 한마디로 아이거가 쌓아올린 디즈니 특유의 문화와 융화되지 못한 체이펙의 경영 방식에 이미 구성원들의 불만이 고조되던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발표만 갑작스러웠을 뿐 체이펙이 물러나는 것은 놀랍지 않다는 게 직원들의 분위기다. 체이펙의 리더십은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엇이 디즈니가 쌓아올린 문화와 맞지 않았을까? 1️⃣체이펙이 자초한 수많은 논란 체이펙이 CEO가 된 이후 디즈니는 유독 많은 논란에 휩쓸렸다. 우선 2021년 할리우드 배우 스칼릿 요한슨과의 갈등이다. 디즈니가 '블랙 위도우'를 디즈니+와 극장에 동시 개봉하는 과정에서 개런티 계약을 어겼다며 스칼릿 요한슨이 고소장을 제출한 것이다. 디즈니는 “스칼릿 요한슨이 팬데믹의 영향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슬프고 고통스럽다”며 비판의 메시지를 내놓았다. 10년 이상 함께 한 배우에 대한 반응으로는 무례하고 거칠었다는 평가다. 아이거가 CEO였다면 밖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다툼이 적나라하게 대중에 공개됐다는 사실 자체에 디즈니 직원들이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에는 플로리다주에서 시행된 이른바 ‘게이 언급 금지법’이 문제가 되었다. 법안이 발의됐을 때 체이펙이 어떤 언급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리면서 디즈니는 아무런 입장도 내지 않았다. 그러자 직원들이 시위까지 벌이며 반발했다. 아이거 이후 디즈니에는 다양성과 포용, 평등을 강조하는 조직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결국 체이펙은 직원들에게 사과하고 법안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아이거라면 처음부터 분명히 반대했을 것이다. 체이펙은 이것이 플로리다의 문제가 아니라, 디즈니 직원과 디즈니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했다. 2️⃣망가진 디즈니의 고객경험 체이펙은 디즈니+의 적자를 만회하기 위해 테마파크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려고 했다. 2020년 테마파크가 폐장됐을 때는 테마파크 직원인 캐스트 멤버들의 해고를 단행하려다 아이거와 이사회에 의해 제지됐다. 2021년에는 올랜도 공항과 디즈니월드 리조트를 오가는 무료셔틀을 없애고 리조트 투숙객들을 위한 특전도 대폭 축소했다. 리오프닝 이후 관람객이 늘자 2022년 초에는 티켓 가격을 9% 이상 올리고 레스토랑과 굿즈, 주차비까지 인상했다. 수익 증대를 위해 패스트패스를 없애고 도입한 지니+의 가격도 1년도 안돼 다시 올렸다. 게다가 2022년 8월 또다시 티켓 가격 인상을 시사하며 고객 불만을 키웠다. 가격인상 덕분에 테마파크 매출은 2022년 2분기 전년비가 72% 증가하고 1인당 지출도 10% 이상 늘었지만 고객들이 디즈니를 사랑했던 ‘마법 같은 경험’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또 가족친화적인 콘텐츠가 주가 되어야 한다는 아이거와 달리, 체이펙은 “성인들은 아동용 애니메이션을 보지 않는다”라는 발언으로 디즈니 팬들을 화나게 만들기도 했다. 체이펙은 월트 디즈니의 철학을 잊은 것 같다. 월트 디즈니는 “나는 아이들만을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6살이든 60살이든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살고 있는 어린이를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말은 언제나 유효하다. - 엔터테인먼트 비평지 ‘콜리더’ 2022.10.27- 정리하면, 체이펙은 디즈니를 마치 테크회사처럼 운영했다는 비판이 많다. ‘꿈과 희망의 왕국’을 거칠게 현실의 회사로 끌어내리다보니 직원경험과 고객경험이 모두 망가져버렸다는 것이다.

디즈니는 왜 밥 아이거를 다시 불러들였나 - 티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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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8일 오후 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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