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에도 드라마처럼 '시즌제'를 적용해 본다면?

(* 지난 '번아웃 1, 2편'에 이어 마지막 세 번째 글을 작성해 봤습니다. 두 편의 글 링크는 아래 댓글로 첨부해놓았습니다.) 01. 당연한 얘기지만 번아웃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 에너지를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소모된 만큼을 원상복구 시키지 않으면 어느 순간 툭 하고 전원이 꺼지는 순간이 오니까요. 그때는 에너지가 얼마만큼 남았는지, 새로 충전하는 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는지 따위가 아무 의미 없습니다. 작은 의욕마저 살아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02. 제가 오늘 하고 싶은 얘기는 '충전'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 충전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잘 쉬고, 마음을 환기하는 측면의 충전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런 충전은 각자의 일상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설계하고 코칭 해주는 게 불가능에 가깝죠. 대신 '내가 하고 있는 일 자체에 회의감이 들 때' 혹은 '과정이든 결과든 어느 한 쪽의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열심히, 잘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자꾸 나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을 때' 어떻게 다시 나를 제자리로 돌려놓을까 하는 문제에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03. 저는 인생을 계단에 비유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습니다. 마치 올라가는 것은 성취이자 승리고 내려가는 것은 퇴보이자 패배라는 인식을 은연중에 심어주기 때문입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참다 보면 네가 한 계단 더 성장해 있을 거다'는 그 말이 주는 뉘앙스도 조금은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오로지 물리적으로 상승하는 것만이 성장은 아니니까요. 때론 깊이감을 가지는 것도, 시야가 넓어지는 것도, 좋은 경험이 많이 쌓이는 것도 물리적이고 화학적인 성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04. 그래서 저는 우리 인생도 드라마처럼 '시즌제'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즉, 우리에게 출발점과 도착점이 있다면 그 안에서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매일 조금씩 이동한다고 생각하기 보다 이를 몇 개의 마디로 나눠 각각의 시즌으로 묶어서 다룰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05. 혹시 시즌으로 된 드라마를 보다 보면 이런 말을 하게 되지 않나요? '시즌 1,2는 재밌지만 3는 좀 약했다. 그러다 시즌 4가 되면 다시 재밌어지고 5는 진짜 장난 아니다' 같이요. 만약 그게 기약 없는 일일 드라마처럼 매일 지속되는 컨텐츠였다면 어땠을까요? 아마도 컨텐츠를 만드는 입장에서도, 컨텐츠를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어느 한쪽은 지치는 순간이 왔을지도 모릅니다. 더 심한 경우는 그 컨텐츠를 끝까지 완료하지 못했을 수도 있죠. 06. 그러니 우리도 긴 목표를 베이스로 일정한 기간 동안 달성해야 할 목표를 잡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그 챕터가 끝났을 때는 의도적으로라도 휴식을 취하고 적절한 평가와 분석이 동반되길 바라봅니다. 긴 목표를 완수하기 위한 중간 목표, 그 중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단기 목표를 두고 '시작과 끝'을 템포 있게 반복하는 게 우리를 '충전하는 삶'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죠. 07. 저 역시도 이 시즌제를 여러 번 실험해 보다가 지금은 알맞은 리듬감을 찾았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히 몇 개월 단위로 끊어보려고 애썼지만 그건 회사원에게 큰 의미가 없더라고요. 우리 일이 시작되고 끝나는 시점이 그리 일정하지 않으니까요. 대신 제가 맡은 일의 단위마다 이건 최소 몇 개월짜리인지 파악해 보고 그 안에서 몇 개의 시즌으로 구분해야 할 지 생각해 봅니다. 60화 짜리 대하드라마인지, 16부작의 미니시리즈인지를 구분한 다음 또 그 안에서 시즌을 나눠보기도 하거든요. 그러니 남들은 '와 이거 언제 끝나나' 생각할 때 최소한 저는 몇 번의 시작과 종료를 반복하며 저만의 충전시간을 충분히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08. 예전에 회사 동료가 제게 이런 말을 해준 적 있습니다. "야. 야구는 한 시즌에 140경기 이상을 하고 포스트시즌까지 합하면 150경기가 훌쩍 넘어가잖아. 근데 그중에서 반만 이겨도 승률 5할로 상위권을 차지하고도 남는단 말이지. 매일이 승부인 프로 스포츠의 세계도 그런데 왜 우리는 매일 이기지 못하면 스스로를 비난하고 외면하는 걸까." 09. 맞아요. 그러니 여러분도 하루하루 승리를 쟁취하며 산다는 생각보다 나에게 맞는 일정한 기간을 정하고 그게 한 시즌이라고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내가 그 시즌에서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 돌이켜보고, 또 새로운 시즌을 설계하면 되니까요. 번아웃의 원래 뜻은 '소진(消盡)'이라고 하죠. 내 에너지가 모두 고갈되지 않게 하려면 결국 불 조절이 관건입니다. 달달 볶다가 다 태워 먹어서도 안되고, 끓어넘쳐서 불씨를 죽여도 안되니까요. 그러니 여러분만의 불씨를 잘 살릴 수 있는, 그 불씨를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시즌제'를 도입해 보기를 적극적으로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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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28일 오후 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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