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손흥민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수년간 축구 팬들 사이에서 농담 반 진담 반처럼 돌던 이 말이 이제는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손흥민이 세계 최고 선수가 되는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특히 토트넘으로 이적한 첫 시즌인 15-16 시즌에는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으며 주전 자리를 꿰차지 못해 현지 팬과 언론의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당시에 “손흥민은 2-3년 후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최고 중 하나로 꼽히는 공격수가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한 사람이 있다. 한국 축구 사상 최고의 풀백이자 ‘토트넘 선배’인 이영표 강원FC 대표이사다. 1️⃣6년 전 손흥민이 유럽 최고 선수 중 한 명이 될 거라 예언했는데. ✳️응원의 의미를 담은 말이었다. 손흥민에게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3가지 특별함이 있다. (1) 상대가 쫓아오지 못할 정도의 엄청난 스피드가 있다. (2) 스피드가 있더라도 골을 넣을 수 있는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적절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손흥민은 그걸 갖췄다. (3) 마지막으로 마무리 능력. 득점 찬스에서 왼발과 오른발 가리지 않는 슈팅 능력이 있다. 결정력과 득점을 통해 경기 결과와 향방을 바꿀 수 있는 선수가 아시아에서 나온 것이다. 2️⃣내심 손흥민의 잠재력을 확신하지 않았나. ✳️손흥민에게는 앞서 말한 3가지 요소를 감싸는 ‘멘털(정신력)’이 있다. 경기에 임하는 태도와 축구에 대한 마인드가 남다르다. 손흥민은 독일과 EPL 토트넘에서 활약하는 긴 시간 동안 매년 20개 이상의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1, 2년은 할 수 있지만 매년 이렇게 한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다. 3️⃣손흥민 선수가 아버지에게 엄하고 무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 하더라. 그렇게 축구를 배우면 창의적인 플레이를 못하는 것 아닌가. ✳️흔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두면 창의력이 커질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 반대로 일정한 규칙과 질서를 정해두어야 창의력이 더 극대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일관된 성장은 규칙과 질서 안에 있을 때 가능하다. 강하고 엄하게 가르치는 건 외형적인 문제이고, 핵심은 그 가르침 안에 사랑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한다. 4️⃣과거 강연에서 “재능이라는 건 무시할 정도다. 노력을 하면 다 이길 수 있다”고 한 말이 화제가 됐다. 그런데 손흥민이나 메시, 호날두 같은 선수가 되려면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메시나 호날두 같은 수준은 신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0년을 제대로 노력하면 한 분야의 ‘마스터’ 정도는 될 수 있다. 노력만으로 메시가 될 순 없겠지만, 메시를 막는 선수는 될 수 있다. 5️⃣노력하다 스스로 한계를 느끼는 경우도 많지 않나. ✳️한계라는 건 성장할 때만 찾아오는 것이다. 나 역시 선수 때 한계에 부딪혔던 적이 무수히 많았다. 3m 두께, 5m 높이의 강철에 부딪히는 느낌이었고, 부딪히는 순간 나뒹굴며 넘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이거 절대 안 돼. 내가 뚫고 지나갈 수 없다’는 느낌에 절망했다. 6️⃣그걸 이겨낸 건가.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 내가 밀려나간 게 아니라 그 한계라는 벽이 밀려난 것이었다. ‘한계를 만나면 절망할 게 아니라 내가 그 한계를 넘어 성장하기 직전에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린 선수들이 한계를 실패의 빌미로 삼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계를 만나는 건 내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지 절대 포기해야 한다는 신호가 아니라는 걸 말하고 싶다. 실패는 성공의 반대가 아니라 성공의 필수 조건이다. 7️⃣인내하고 버티는 힘을 강조하던데. ✳️보통 한 달, 6개월, 1년, 3년 정도 해보고 ‘안 되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내가 말하는 노력은 ‘10년’이다. 10년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누가 묻더라. 의사 1명을 뽑는데 100명이 노력하면, 결국 1명 뽑히는 건데 열심히 한 99명에게도 왜 노력하면 된다는 식으로 말하느냐고. 그럴 듯하지만 이 질문에는 오류가 있다. 현실에서는 1명의 의사를 뽑는데 절대 100명 모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 보통 80명은 3일 정도 노력하다가 그만둔다. 나머지 20명 중 15명은 2-3 달 내에 ‘쟤가 나보다 더 잘하네” 계산하며 나가떨어진다. 그렇게 15명 포기하고 나머지 5명이 끝까지 경쟁하다가 2-3명이 남고, 그중에 1명이 의사가 된다. 그럼 마지막까지 경쟁하다 남은 2명은 실패한 애들인가. 아니다. 그 아이들은 의사가 아니라 다른 무엇을 해도 성공할 애들이다. 8️⃣노력을 잘하는 것도 일종의 재능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면 노력을 영영 못 할 것 같다(웃음). 내가 겪어본 바로는 재능을 말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 속에 ‘노력하지 않고 성공하고 싶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성공하고 싶다’는 심리가 깔려 있다.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환경, 부모, 인맥을 언급하길 좋아한다. 9️⃣예측 잘하기로 유명한데, 카타르 월드컵은 어떻게 전망하나. ✳️재미로 했던 예측이 운 좋게 몇 번 맞아서 오해가 생긴 거다. 나는 예측력이 정말 없다. 그럼에도 이번 월드컵은 그 어느 월드컵보다 16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손흥민 때문인가. ✳️그 반대다. 손흥민 선수만 돋보일 때에는 견제가 워낙 강해 손흥민이 활약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황희찬, 김민재, 권창훈, 황인범, 조규성, 이재성 황의조 등 많은 선수들이 살아났다. 한두 명이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살아나서 시너지가 나면 견제가 분산돼 손흥민 선수가 더 활약할 여지가 생긴다. 📌인터뷰 내내 ‘노력’을 강조하는 이영표의 확고한 모습을 보며 ‘냉혹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동시에 “나는 천재성을 타고나지 못해 24시간을 통째로 축구에 들이부어야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손흥민의 말과, “우리 아들은 절대 월드 클래스 선수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외치던 손웅정씨가 떠올랐다. ‘최고’의 반열에 간 사람들은 얼마만큼의 겸손과 노력을 감수했던 걸까.

현실이 된 그의 예언... "손흥민, 세계 축구사의 위인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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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3일 오후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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