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상 대부분의 일이 그렇고 다른 스포츠들도 마찬가지지만, 개인적으로 축구는 운에 의해 너무 많은 요소들이 좌우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2. 심판의 스타일에 따라 경기의 판도가 순식간에 바뀌기도 하고, 그날 날씨나 경기장 컨디션이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도 하니까. 3. 그래서 축구에서는 이변이 많이 일어나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유독 축구에서는 “공이 둥글다"는 말을 많이 쓴다. 사실 야구, 농구, 테니스 등 거의 모든 스포츠에서 사용하는 공은 다 둥글고.. 심지어는 골프공도 둥근데.. 4. 유난히 축구에서만 “공이 둥글다"는 말을 많이 쓰는 이유는 그만큼 이변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이변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그만큼 경기 결과에 운이 많이 작용하기 때문일 테고. 5.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은 놀랍도록 기쁜 일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여기에는 많은 운이 따랐다. 추가 시간에 포르투갈이 얻는 코너킥 기회에서 튕겨나간 공이 우연히 손흥민 선수 앞에 떨어졌고, 6. 질주하는 손흥민 선수를 따라 황소같이 돌진한 황희찬 선수는 다행히 온사이드로 공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달리는 손흥민 선수를 뒤에서 따라오던 포르투갈 선수는 손흥민 선수를 넘어뜨리려고 힘으로 밀어 붙었는데.. 다행히 손흥민 선수는 넘어지지 않고 포르투갈 선수 다리 사이로 공을 찔러 넣으며 공을 연결했다. 7. 만약 그 공이 손흥민 선수에게 가지 않았다면, 황희찬 선수가 오프 사이드에 걸렸다면, 손흥민 선수를 밀었던 선수가 더 더티하게 깊은 태클을 걸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물론 또 다른 기회가 펼쳐졌을 수도 있지만 이런 놀라운 결과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8. 더 흥미로운 일은 우루과이-가나전에 펼쳐졌는데, 2:0으로 지고 있는 가나가 경기 막판에 시간을 끄는 모습을 보면서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우루과이-가나에게는 이전의 악연이 있었고, 9. 그래서 가나 선수들과 가나 국민들은 본인들이 16강에 가는 것 못지않게 우루과이가 떨어지고, 수아레즈가 눈물 흘리는 것을 보고 싶었다고 하더라. 그리고 2:0 스코어 때문에 본인들의 16강 진출이 어려워지자, 우루과이와 같이 떨어지는 것이 그들에게는 차선이었다고 ㄷㄷ 10. 2:0으로 지고 있으면서도 선수 교체를 하면서 시간을 끌어주는 가나 대표팀의 모습은, 그리고 선방하는 가나 골키퍼의 모습은 한국 대표팀 입장에서는 정말이지 놀랍고 감사한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11. 그리고 그동안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했지만, 한 번도 경우의 수대로 굴러간 적이 없는데, 이번에는 여러 행운이 겹치면서 기가 막히게 경우의 수가 맞아 들어갔다. 그동안 있었던 그 어떤 월드컵보다 마지막까지 쫄깃한 16강 진출이라고나 할까. 12. 생각해 보면, 불과 10분이 안되는 시간이긴 했지만 상대 팀의 경기(가나-우루과이전)를 이렇게나 간절한 마음으로 본 적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고. 13. 무튼 많은 운이 겹치면서 한국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했는데.. 좀 더 곰곰이 생각해보니 조금은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다. 14. 어쨌든 운이 많이 좌우하는 축구 경기에서조차도 꾸준히 잘 하는 나라 혹은 팀이 있지 않나? 그럼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생각이 드니 미친 것 같지만, 운이 많이 작용하는 스포츠일수록 실력 있는 팀에게는 오히려 더 많은 운이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요상한 생각이 들었다. 일종의 상승 효과 같은 거라고나 할까? 15. 사실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경기력과 실력은 꽤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역대급 경기력이었다고 생각을 했는데.. 마지막 포르투갈 전 또한 16강에 못 오르더라도 별 상관 없이 대표팀 경기를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새벽에 실시간으로 봤다. 16. 그런데 마지막에 운이 몰리면서 16강에마저 진출해버렸다.. 이 또한 실력에 운이 따른 결과가 아닐까? 17. 그래서 8강, 4강에 더 진출하지 않아도 별 상관이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펼쳐질 단판 경기는 운이 더 작용하기 마련이라서 뭔가 더 기대된다고나 할까. 18. 그리고 대표팀의 경기력과, 마지막 순간 포르투갈 선수의 밀침에도 쓰러지지 않은 단단한 손흥민 선수의 모습을 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9. 세상 많은 일에는 운이 작용하지만, 실력이나 끈기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운이 따라도 이를 좋은 결과로까지 연결시키지 못할 테니까. 나 화이팅! 대표팀도 화이팅! #오늘의아무말

대한민국 축구팀의 16강 진출에는 많은 운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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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팀의 16강 진출에는 많은 운이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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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4일 오전 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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