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의 상생이란

사상 첫 흑자, 쿠팡 비하인드: 연 매출 20억 회사가 22조 회사에 주는 성장장려금 https://www.ddanzi.com/ddanziNews/757789436 신생 플랫폼, 제로 수수료 철회...“정상 수익 구조 전환” http://m.apparelnews.co.kr/news/news_view/?idx=202298 --- 뉴스를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판매자 역시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는 만큼 그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쿠팡의 행태가 맘에 들지 않겠지만, 그 이익을 구매자의 편익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쿠팡의 논리도 일견 타당성이 있기에 무작정 매도하는 것도 공정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행태가 왜 불편하게 느껴지는 것인지 곱씹어보고 있습니다. 1. 아쉬움이 있다면, 쿠팡의 경우 구매자와 판매자의 편익 중 전자쪽으로 상당히 기울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편향으로 인해 구매자 볼륨이 확대되고 이것이 다시 판매자를 끌어모으게 되는, 즉 플라이휠을 가속화하는 전략으로 훌륭한(플랫폼 입장에서) 방법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다만 그 편익의 비용을 꼭 시소게임하듯이 반대편(판매자)으로부터 뜯어오기보다는 플랫폼으로서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하여(데이터 사업이든, 혹은 또 다른 비즈니스를 일으키든) 충당할 수는 없었는지 하는 아쉬움인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것이 쉽지 않은 숙제이긴 합니다만. 쿠팡도 당연히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을 것 같지는 않지만 여러 사업으로 확장되는 모양새를 보면 기업 철학적으로 편향이 조정될 것 같지는 않다는 느낌이랄까요. 2. '플랫폼 기업으로서 이런 편향은 지속 가능한 모델일까'라는 점에 대해선, 개인적으로 냉정하게만 본다면 오히려 더 성장할 것 같습니다. 아마존도 판매자 고혈을 빨아먹는 것으로 그렇게 악명이 높지만 여전히 승승장구하는 것처럼요(물론 쿠팡과 아마존은 여러면에서 상당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만).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듯이 마치 영악하게 자신의 것을 챙겨먹을 줄 아는 사람들이 혜택을 더 누리고 잘 사는 것 같은 불편함과 유사한 감정이랄까요. 하지만 '롱런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아니오'라고 생각합니다(아니 그렇게 믿고 싶다는 느낌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애덤 그랜트의 Takers/Givers/Mathers 이론을 기업에게도 대입할 수 있다면 Takers에 해당하는 기업은 롱런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물론 플랫폼 기업이라는 것이 워낙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에 이렇게 극단적으로 단순한 구도로 설명하는 것은 그리 합리적이는 않겠습니다만. 3. 이익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이라는 태생적 속성상, 플랫폼 비즈니스 기업으로서 플랫폼 참여자들 모두에게 '선한 기업'이란 허울만 좋은 허상일지도 모르겠다 싶습니다. 또 각자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스스로 균형을 이루어가도록 하는 것이 자본주의 시스템이기도 할테고요. 아무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 시대가 되었다지만 그 또한 사회적 인식에 맞춰 기업의 생존/이익창출 전략을 정책적으로 조정하려는 노력의 일환일 뿐 근본이 바뀔 수 있는 것 아니라 생각하고, 어쩌면 그럴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참여자들이 스스로 균형을 잘 찾아갈 수 있다는 전제 하에). 4. '지마켓은 선한 기업인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제가 그걸 답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고 이 또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개 직원으로서 내부에서 느끼는 분위기에만 비추어봤을 때 이렇게는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양 사이드의 공정성을 함께 고려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런 고려가 거꾸로 플랫폼 기업으로서의 성장에 방해가 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영악한 동물이 먹이를 차지하는 야생이니), 그런 고려를 하고 있다고 해서 '잘' 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고요. 또 그렇게 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경쟁 상황이 야속한 느낌마저 듭니다. 또 모르죠. 지마켓이 시장의 절대적 지배자였던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고, 현재의 행태조차도 쿠팡에 대한 원성이 자자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약해보이는 걸수도 있겠고, 쿠팡의 내부 분위기는 모른채 뉴스만 보고 기업철학을 함부로 재단할 수도 없겠습니다만. 적어도 기업의 상생 노력이라는 것이 단지 이익을 포기하고 다른 시장 참여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투자'라고 본다면 현재의 이커머스 생태계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큽니다. --- 아무리 뭔가를 주장하거나 결론을 내기 위함이 아니기는 했어도, 마구 써내려가다보면 생각이 어느 정도는 정리될 것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더 답답해지는 기분이군요 ㅎㅎ 만일 제가 경영자라면 어떤 선택을 했어야 했고, 해야 할까요.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2년 12월 5일 오전 2:4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