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으로 시작하는 리더의 대화 ‘스킬’은 사실 문제가 없다. 문제는 ‘알맹이’다. 사람들이 가끔 착각할 때가 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스킬’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질문법’을 공부하고 ‘경청’의 원리를 배운다. 물론 이런 부분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에 앞서 준비해야 하는 게 있다. 바로 ‘마음’이다. 자기 앞의 상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싶은지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소통 스킬이 부족해도 통할 수 있는 대화를 할 수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실리콘밸리’하면 신기술과 높은 연봉, 치열한 경쟁 등 다양한 단어가 생각날 것이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수많은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는 그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이 구성원들에게 항상 묻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무엇일까? 사람들에게 위와 같은 질문을 하면, 기술 개발이 중요한 곳이니 ‘개발 진척도’를 매일매일 체크할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온다. 또는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이미 탁월한 사람들이니 관리는 필요 없을 테고 ‘뭘 도와줄까’를 물을 것 같다는 답변도 돌아온다. 물론 둘 다 필요한 질문이고 리더가 해야 하는 질문이 맞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의 리더들이 구성원에게 관심을 갖고 하는 질문은 의외였다. 바로 “당신은 행복한가?”라는 질문이다. 그냥 의례적으로 “괜찮아?”라고 묻는 게 아니다. 정말 행복한지 계속 묻고 또 묻는 게 이들의 문화라고 한다. 이유는 무엇일까. 리더들이 착해서가 아니다. 그게 조직의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측면에서 그렇다. 1️⃣이 질문을 통해 ‘조직에서의 행복도’를 파악할 수 있다. 팀 동료와 마찰은 없는지, 다른 프로젝트 리더와 갈등은 없는지, 업무량이 너무 많아 허덕이고 있지 않은지를 ‘행복한가요?’라는 질문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렇게 파악한 정보를 토대로 리더는 조직 내 갈등 해결이나 업무 재분배를 시도해 볼 수 있다. 2️⃣이게 더 중요한데 구성원을 ‘제대로’ 이해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가?’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조직 내 이슈가 아니라도 개인적으로 주말에 행복한 일이나 또는 풀리지 않는 고민에 대해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듣는 말이 있다. ‘공과 사를 구분하라’, ‘회사에서 개인적인 감정 때문에 일에 지장을 주지 마라’ 등의 핀잔을 들어 봤을 것이다. 언뜻 들으면 맞는 말 같다. 그러나 매우 안타깝게도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에 ‘공’, 다시 말해 일의 영역과 ‘사’, 즉 개인적 감정 등을 칼로 무 자르듯 완벽하게 나눌 수 없다. 지난밤 아이가 아파서 응급실에 다녀온 부모가 출근을 한 순간 아이에 대한 걱정을 잊을 수 있을까. 결혼을 앞두고 전세금 마련이 쉽지 않아 고민인 직원이 그것을 머리에서 깨끗이 지우고 ‘일‘만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그래서 리더는, 그리고 조직은 구성원 개개인의 상황과 거창하게는 ‘행복’을 챙겨야 한다. 소통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아 안타까운 상대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지금 그 사람의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일까? 상대방이 최근 무엇을 했을 때 가장 즐거워 보였을까? 이 질문에 대해 선뜻 답하지 못한다면 미안한 얘기지만 소통은 어렵다. 잊지 말자. 소통의 시작은 ‘관심’이다. 그럼 상대방을 충분히 알고 있다면, 대화가 항상 물 흐르듯 흘러갈까? 안타깝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다. 앞서 예를 든 상황을 다시 보자. 간밤에 아이와 응급실에 다녀와 불편한 마음으로 출근한 동료가 있다. 이 상황을 알게 된 당신은 어떻게 대화하는 게 좋을까? “어휴, 힘들었겠네. 나도 아이 키우면서 열이 나서 응급실 몇 번 갔었는데 지나고 나면 별것 아니더라고. 응급실 가봐야 해 주는 것도 없고 말이야.” 이런 식의 대화가 떠올랐다면 당신은 소통을 잘 못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를 비난할 수는 없다. 원래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기 얘기’를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소통을 하고 싶다면 참아야 한다. 그냥 들어주면 된다. “어쩌다가 다친 거야. 많이 아픈 거야”라고 말이다. 짧은 감탄사 몇 번만으로도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금은 좀 괜찮아지긴 했는데”와 같은 스스로를 위로하는 대화가 나오기도 한다. 결국 ‘경청’만이 답인 것일까? 맞다! 하지만 그냥 ‘듣기’만 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우리는 언제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듣게 될까? 정말로 ‘궁금할 때’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또는 아이의 지금 상태가 어떤지 궁금하면 묻게 된다. 그래서 진짜 소통이 되려면 ‘경청 스킬’ 이전에 상대가 가진 문제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하다. 조직에서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많은 리더들은 호기심이 없다. 특히 구성원의 ‘문제 상황’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일이 많다고 푸념하는 구성원에게 공감을 해준다며 “어쩌겠어, 조직이 다 그렇지”라며 오히려 문제를 부추기거나, 위로해 주겠다며 “나때는 더 힘든 일도 많았어, 그 정도는 참고 해보자”는 꼰대 같은 잔소리만 하게 된다. 왜 힘들어 하는지 진심으로 궁금해하지 않기 때문에 저런 대응이 나오는 것이다. 많은 리더들은 오랜 조직 생활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이 직원들의 속성을 잘 안다고 자부한다. 정말 그럴까? 미안한 얘기지만 상대가 힘들어 하는 이유를 타인인 리더가 다 알 수는 없다. 소통하라고 해서 상대의 얘기를 그냥 참고 들어주는 게 아니다. 그건 ‘성인군자’나 가능한 행동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상대의 문제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보면 어떨까. 작은 호기심 하나가 대화를 이어 주는 큰 물꼬가 될 수 있다. 소통은 어렵다. 그래서 배워야 한다. 설득적으로 말하기 위한 기술은 무엇인지, 상대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화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등등에 대해 말이다. 하지만 기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를 향한 자기 마음이다. 상대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호기심’을 갖고 계속 접근한다면, 비록 그 스킬이 서툴더라도 내용은 전달된다. 연설을 통해 수많은 사람을 자기편으로 만든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말더듬이였던 것처럼. 결국 핵심은 상대방이다.

원활한 소통은 상대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다

Han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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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5일 오후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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