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성장을 포기하지 말아요. 펜을 놓지 말아요.

‘좋은 글을 읽고, 토론하고, 쓰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성장한다.‘ 제가 미국 대학에서 조교로 일할 때의 이야기입니다. 학생들은 저를 미스터 리(Mr. Lee)라고 불렀고, 저는 가끔 그 호칭이 너무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학부와 석사 과정에서 트레이닝을 받았고 과정에 합격해 입학해서 조교로 일하고 있으니 ‘제도적인 자격’은 갖춘 셈이었지만, 전문적인 주제에 대한 글을 영어로 읽고, 토론하고, 쓰는 실력은 공부하는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수준이었으니까요.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제가 운영한 섹션이 가장 과제가 많고 빡셌다고 해요. 역설적이죠. 25명의 학부 1학년생, 2, 3주에 한번씩은 1000단어 분량의 에세이를 써야 했죠. 매주 수업을 앞두고 100~150페이지 분량의 리딩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아이비리그의 경우에는 학부생에게도 수업당 매주 리딩량이 엄청나다고 들었습니다. 버클리에서도 수업에 따라 다르긴 했지만 리딩량이 엄청난데다 대학자의 고전을 그대로 읽게 하는 교수님도 있었어요. 푸코의 ‘담론(discourse)’에 대한 글을 졸면서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매주 1시간 45분 가량의 강의를 듣고, 제 섹션의 학생들은 저와 50분 정도 토론 섹션(discussion section)에서 토론했습니다. 예를 들면,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글을 읽고 도대체 그게 뭔지, 그게 왜 무너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지 토론하는 거죠. 굵직한 이론이나 현안 주제를 매주 다루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수업이었습니다. 거기다가 별도의 글쓰기 과제를 제가 내줬고, 점수도 지금 생각해보면 꽤나 짜게 줬으니 빡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학생들의 에세이 점수를 매길 때면 많은 생각이 들었어요. 학부 1학년인데, 고등학교 갓 졸업하고 입학한 학생들인데, 글쓰기 훈련이 되어 있는 학생들이 있었거든요. 주장을 펴는 글, 논쟁을 위해 세부주장과 팩트를 배열게 명료하게 생각을 전달하는 글의 기본이 탄탄하게 잡혀있고, 매주 어려운 주제를 잘 소화해 글에 녹여내는 학생이 있었어요. 학부 1학년인데 이정도고, 세계적 패권언어인 영어가 모국어이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학생들, 나와는 완전히 다른 ‘지식권역’에 속해 있고 이들이 졸업하고 활동할 반경도 완전히 다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얼마 전에 그 때 제 토론 섹션에 속해있던 학생에게 안부 메일을 받은 적이 있어요. 국회의원실(상원의원었는지 하원이었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네요)에서 인턴을 하고, 국제기관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고, 이제 졸업을 앞뒀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좋은 글을 읽고, 토론하고, 쓰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성장한다.’ 인생의 치트키는 복리이고, 복리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대한 빨리 자본을 납입하는 것이죠. 어떤 가족에서 태어났느냐와 같이 복권과도 같은 큰 운을 얻은 사람이 사실 앞서갈 수밖에 없는 게임이죠. 이미 탄탄한 글쓰기 실력을 가지고 있던 미국의 학부 1학년과 같이요. 그런데 IT 기술의 발전으로 좋은 글을 읽고, 토론하고, 쓰는 훈련의 진입장벽은 그 어느 시대보다 낮아진 것 같아요. 도서관이 멀거나 주변에 없어도 디지털로 접근할 수 있고, 디지털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커뮤니티를 찾을 수 있고, 글쓰기 커뮤니티나 플랫폼, 프로덕트도 더 늘어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아쉬운 것 같아요. 지식 성장을 포기한 사람들, 펜을 놓아버린 사람들, 나의 이야기를 쓰지 않고 있는 사람들. 역설적으로 이 집단에는 글쓰기를 직업으로 하는 분도 포함됩니다. 학술적인 글쓰기 외에 별다른 글쓰기 활동을 하지 않는 대학원생이나 졸업자, 기록을 위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다가 온라인 독백이 싫어서, 관심을 받지 못해 자연스레 글쓰기를 멈춰버린 사람, 한창 때 글과 토론 깨나 좋아했었는데 일 시작하고 다 놓아버린 사람들,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지만, 막상 내 지식 성장은 멈춰버린 분들. 저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아요. 갈수록 복잡해지는 세상, 대학생 때는 그렇게 관심 가지고 토론대회 참여하던 이슈들, 지금은 잊어버리고 관심도 놓아버린 것들이 많죠. ‘글은 당신이 쓰는 것이 아니에요. 글은 독자가 씁니다.’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좋은 글을 쓰려면, 오랜 시간 읽고 쓰는 일을 반복해 어떤 경지에 이르러야 하죠. 그 과정에서 독자의 피드백, 관심, 격려가 중요해요. 자연스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 글, 어떤 플랫폼에 올릴 만할 글을 먼저 쓰게 됩니다. 예전에는 삶의 중요한 기점을 지날 때 페이스북에 복잡한 감정을 기록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글을 저도 썼었고, 제 주변의 밀레니얼 세대들도 그랬죠. 어느 순간 페이스북은 ‘오피니언 리더’들의 인정투쟁장이 되었고, 밀레니얼세대와 Z세대는 자연스럽게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갔죠. 그 중에서도 글 깨나 쓴다는 사람은 브런치 작가가 되었고, 기록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블로그를 시작했고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플랫폼이 없을 때, 이야기는 죽습니다. 인스타그램이나 네이버 블로그에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하는 사람은 없죠. 톤앤매너가 안맞으니까요. 이야기가 죽으면, 생각이 죽어요. 일상에서 사라져버리죠. 학부 때 열심히 토론활동했던 제 친구들이 이제 인스타그램에서 맨날 먹방찍는 게 이걸로 설명되죠. 그런 의미에서 쓴 문장입니다. ‘글은 당신이 쓰는 것이 아니에요. 글은 독자가 씁니다.’ 정확히 말하면, 글과 독자를 이어주는, 어떤 장을 만들어주는 플랫폼과 커뮤니티가 있어야 하죠. 술자리에서 진지한 얘기를 하면 안되는 암묵적 규범이 있는 사회에서는 진지한 얘기가 죽고,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암묵적 규범이 있는 커뮤니티가 있다면 이야기가 살아나는 것처럼요. 지식 성장의 갈망, 아직 간직하고 계신가요? 헤드라인 읽고 아는척하는 거 말고, 유튜브 영상 보고 핏대 세우지 말고, 광고와 혐오가 가득찬 곳에서 나쁜 경험 하지 말고요. 나 혼자 성공하는 이야기 말고,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에서, 글을 읽고 토론하고 쓰는 습관을 들일 수 있다면 어떨까요? 청년 논객으로, 주제 칼럼니스트로, 논픽션 작가로, 아니면 적어도 매주, 매달 글쓰며 나의 생각과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 욕망, 아직 가지고 계신가요? 공식적인 표현이 아닌 제 표현이지만, 저는 ‘우리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작하는 플랫폼이기에 더 많은 기회가 있어요. 페이스북 초기나, 항상 이슈가 끊이지 않았던 트위터, 함께 나누는 이야기가 너무 그리웠던 사람들이 모여든 클럽하우스, 생각나시죠? 광고로 느껴질 수 있기에 링크를 남기지는 않겠습니다. 혹시 글쓰며 성장하고 싶은 욕망을 가지셨다면 저에게 메시지를 보내주세요. 저희 플랫폼에서 어떻게 활동하시면 좋을지 가이드를 보내드리려고 합니다. 관심 주제를 알려주시면 관심 가지실만한 관련 글도 추천해드릴게요. 특히나 제 주위의 대학원생(출신) 분들, 학부때 토론했던 분들, 펜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건 다른 글의 주제지만, 글쓰기를 생활화해서 저는 (저만의, 소박한) 성장의 길을 발견했고, 관심의 여정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거든요. 목표는 갑자기 대단한 책을 쓰는 것이 아니잖아요? 우리의 목표는 어제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글 쓰며 숙고하고 배운 것을 연결하고 기록해서, 더 지혜롭고 공감력 높은 사람이 되는 것이니까요. 지식 성장을 계속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똑똑한 중산층이 있다면, 민주주의도 되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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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5일 오후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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