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게 일한다'의 진짜 의미

01.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았던 카타르 월드컵의 대한민국 경기들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덕분에 모처럼 또 즐겁고 심장 쫄깃한 순간들을 느껴봤네요. 스포츠가 주는 무한 매력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고 말이죠. 02. 저는 이번 월드컵 중계방송을 보며 유독 안정환 해설 위원의 멘트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상대가 경기에 흥미를 느끼도록 해주면 안 됩니다. 경기가 재미 없어지도록 해야 해요." 어린 시절부터 무수히 많은 축구 중계를 봐왔지만 경기를 풀어가는 방향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구사하는 사례는 처음 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 신선한 표현은 정말 제 마음속에 와서 콱 박히더라고요. 03. 이 말을 반대로 해석하면 이렇게 될 겁니다. "경기에 이기기 위해서는 우리가 하는 플레이 자체가 재미있어야 하고, 선수들 스스로 흥미를 느끼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도로 말입니다. 그리고 이 문장은 다시, "우리가 원하는 대로 문제가 풀리고, 이로써 문제를 해결하는 행위 자체에 몰입하게 되는 것"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 이건 비단 축구뿐 아니라 우리가 각자의 필드에서 하고 있는 업무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대목일 겁니다. 04. 저는 '재미있게 일한다'는 게 '신나게 일한다', '밝은 분위기에서 일한다', '서로 상냥하고 친절한 커뮤니케이션을 유지한다', '늘 유쾌한 유머를 동반한다' 등과는 다르게 접근되어야 하는 개념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제가 해석한 '재미있게 일한다'는 재미를 찾기 위해 일에 다가가는 게 아니라 일에서부터 발견할 수 있는 흥미와 몰입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고, 장애물을 걷어내고, 대열을 가다듬은 다음, 한 단계 더 높은 문제를 향해 달려가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느끼는 희열이란 얘기죠. 05. 따라서 '동기부여'라는 것도 어쩌면 우리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행위를 우리 조직원들이 얼마나 매력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가에 맞닿아 있는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모티베이션 할 수 있는 여러 장치들은 차치하고서라도) 내 업무에 염증을 느끼거나 스스로 무기력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그 '문제를 해결하는 재미'를 선물해 줘야 할 테니 말이죠. 06. 다시 축구 얘기를 해볼게요. 축구 중계를 보면 또 재미있는 워딩 하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흐름이 완전히 우리 쪽으로 넘어왔어요!" 라는 표현이죠. 저는 소위 이 '흐름'이라는 것도 결국은 '아, 잘하면 우리 이 문제 풀 수 있겠다'는 그 희망의 빛을 보는데서 부터 시작된다고 봅니다. 07. 비록 빗나가긴 했지만 방금 날린 슈팅이 상대방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거나, 아쉽게 차단됐지만 조금 전과 같이 공격을 전개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겠다는 확신이 쌓을 때 그 '흐름'이라는 게 발생하는 것 같거든요. 왜 우리가 동전 던져서 물컵 안에 넣는 단순한 게임 하나를 할 때도 '야야. 나 진짜 한 번만 더하면 넣을 수 있어. 지금 완전 감 잡았어'하는 그 문제 해결에 몰입하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러니 일에서도 작게나마 그런 성취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08. 아쉽게 8강이란 문턱을 넘어보지 못한 채 막을 내렸지만, 또 브라질이란 축구의 신을 영접하며 큰 벽을 실감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상하게 이번 월드컵은 '안되겠다'는 마음보다는 '한 게임만 더 있었으면', '추가시간 10분만 더 있었다면'이라는 마음을 갖게 한 대회 같아요. 어쩌면 그건 실력과는 별개로 문제를 풀어 나가는 데서 느끼는 재미와 다시 문제에 몰입하고 싶어지게 하는 그 흐름을 탔기 때문은 아닌가 싶네요. 09. 그런 의미에서 '빌드업'이란 건 공격을 만들어가는 작업이기도 하지만 우리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하며 더 집요히 몰입하게 만드는 과정인 것도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떤가요? 지금 각자가 하고 있는 경기 자체에 흥미를 느끼고 계신가요? 아니라면 무엇을 통해 다시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을까요? 이럴 때야말로 한방에 대지를 가르는 긴 롱패스가 아니라 계속 공을 주고받으며 하나씩 풀어나가는 빌드업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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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6일 오후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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