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 모델보다 안티 모델(anti-model)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01. 굳이 '타산지석'이라는 말을 꺼내지 않아도 타인의 실수나 실패를 통해서 반사적으로 얻게 되는 교훈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조금 슬프지만 저 또한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일 수 있겠죠. 02. 하지만 오늘 이야기해 보려고 하는 것은 그런 '타산지석'의 모델이라기보다는 조금 더 격한 의미의 모델일 수도 있을 듯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는 '롤 모델(role model)'의 중요성보다 '안티 모델(anti-model)'의 중요성을 훨씬 크게 보거든요. 03. 적어도 타인과 교류해야 하는 사회생활에서는 긍정의 모델을 설정하고 따라가는 것보다 부정의 모델을 두고 이와 멀어지려는 노력이 나를 조금이나마 좋은 사람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롤 모델이 없냐고 하면 당연히 그건 아닙니다. 무지 많아요 롤 모델...) 04. 우선 제가 내려 본 안티 모델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 아무리 장점이 많아도 한 가지 이상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 경우. - 그 단점이 내 이미지나 선입견에서 비롯되지 않고 그 사람 개인의 명확한 오류에서 비롯되는 경우. - 단순히 나와 다르다기보다는, 나의 신념이나 가치관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 -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타인이나 조직, 사회 등에 피해를 주는 경우. - 개선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개선하지 않고 있는 경우. 05. 위와 같이 정의한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한데요, 저는 타인의 타고난 기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안티 모델로 설정할 수는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건 그저 나와 그 사람이 다를 뿐이고, 내가 가진 선입견이 오히려 그들의 좋은 점을 보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06. 다만 누구에게나 각자가 가진 오류가 있음을 인정하고, 사람보다는 그 오류 자체에 주목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말해 그 오류 하나로 그 사람 전체를 판단하지 말고, 또 사람 자체에 가려서 치명적인 오류도 좋게 넘기지 말자는 의미입니다. 07. 그러니 타인에게서 '어? 저런 행동은 지금 잘못되었는데?'라고 본능적인 판단이 든다면 스스로에게 이 두 가지 질문을 던져 확인해 보면 좋겠습니다. - 저 행동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봐도 잘못된 행동인가? - 저 사람이 아닌 내가 하더라도 분명 용서될 수 없는 행동인가? 08. 이 두 가지에 부합한다면 그건 더 고민할 필요 없이 우리 인생의 '안티 사전'에 등록해 놓으면 좋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엄청나게 훌륭한 사람은 못될지언정 저런 오류를 가지고 살지는 말아야겠단 생각으로 말이죠. 그리고 이런 애티튜드가 우리에게 더 좋은 긴장감과 주의력을 유지시켜줄 수 있다고 봅니다. 09. 글의 서두에서도 말했지만 타인의 좋은 점을 본받는 것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연말연시의 분위기를 타고 희망적인 목표들을 세워보는 그 중간중간, 적어도 새해부터 이런 건 절대 하지 말자고 눈에 거슬리는 항목들에 밑줄을 쳐보는 것도 꽤 중요한 자세일 수 있습니다. 우리를 이끄는 힘에는 긍정의 힘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때로는 부정의 힘이 밀어낸 그 반동이 우리를 더 좋은 방향으로 세차게 던져줄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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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8일 오후 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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