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과 마주칠 때

01. 책과 관련해 자주 받는 질문 중에 대표적인 질문이 있습니다. '읽다가 너무 재미없는 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끝까지 읽어야 하나요 아니면 포기해도 괜찮나요?' 02. 감히 제가 답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저는 이런 갈림길에서는 '일단' 덮습니다. (중요한 건 '일단'인데 요건 뒤에서 다시 설명할게요 🙂) 제가 자주 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책 한 권의 분량으로도 타인을 설득하지 못한다면 그건 쓴 사람의 문제지 읽는 사람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이죠. 03. 모든 컨텐츠가 그렇겠지만, 사실 누군가가 쓴 책을 한 권 골라 읽는다는 것 역시 타인의 시간과 돈과 노력과 관심을 모두 사용하는 일입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300쪽 정도 되는 분량의 책 한 권은 다른 컨텐츠에 비해 소비하는 속도도 느리고 집중력도 꽤 요하기 때문에 타인의 에너지를 좀 더 사용하는 매체라고도 볼 수 있죠. 04. 거기에 더해 글은 온전히 각자의 힘으로 써 내려가는 도구다 보니 큰 변명거리를 가질 수 없습니다. 영화처럼 '제작 환경이 열악해서 어쩔 수 없어요'라던지 음악처럼 '좋은 악기와 시스템이 받쳐주면 더 잘할 수 있어요' 같은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딱히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때문에 그 글이 나를 설득하지 못한다고 생각할 때는 '우선' 잠시 떨어뜨려 놓는 게 맞다고 봅니다. 05. 대신 이제 반대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너무 좋은 책인데 나에게는 그렇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이건 각자의 취향 차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타이밍'이 이런 차이를 만든다고도 생각합니다. 즉 내가 이 책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것이죠. 배경지식이 약해서 흥미를 못 느끼는 주제일 수도 있고, 뭔가를 기대하고 접근했는데 예상과는 다른 전개에 당황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선은 '일단' 잠시 그 책을 손에서 놓되 훗날 다시 만날 수 있는 인연의 끈 정도는 붙여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06. 저는 다 읽지 못하고 중도 포기한 책에는 아래 3가지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하나씩 체크해 봅니다. ✔️ 1 . 내가 좋아하는 주제지만, 작가의 말이나 화법, 전개에 공감하기가 어려운가? ✔️ 2 . 책이 주는 정보는 유익한 것 같지만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다른 사전 지식이 더 필요한가? ✔️ 3. 뾰족한 이유는 없지만 계속해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앞의 내용을 자주 까먹게 되는가? 07. 우선 1번의 경우는 저는 과감히 포기하기도 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주제더라도 그 주제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이 저를 설득하는데 실패한 경우라면 굳이 더 붙들지 않고 동일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른 책을 찾아보거든요. 08. 2번의 경우는 좀 다릅니다. 보통 '책이 너무 어렵다'라는 평가를 내리게 되는 경우가 이 경우일 텐데, 흥미로운 주제라면 우선 이 주제에 관한 다른 책을 찾아 적절한 지식을 쌓은 뒤 다시 만나자는 기약을 합니다. 등산으로 치면 너무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기 전에 조금 더 완만하게 돌아갈 수 있는 경로가 있는지 파악해 보는 거죠. 09. 마지막 3번은 '교차 읽기'로 극복해 보려고 합니다. 잠시 멈추되 아예 손에서 놓는 게 아니라 중간중간 다른 책과 병행해 읽는 거죠. 그러다 보면 어려운 내용 때문에 복잡했던 머리가 잠시 환기가 될 뿐 아니라 다른 책들과 의외의 시너지가 날 때도 있어 꽤 유용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10. 물론 저는 우리로 하여금 손에서 책을 놓게 만드는 1차적인 책임은 글을 쓴 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끔은 앞서 말한 그 '타이밍' 때문에 서로 어긋나는 경우도 발생하죠. 그럴 땐 '포기'와 '버티기'라는 극단적인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조금 유연하게 행동하며 서로의 타이밍을 맞춰볼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 지금 읽고 계신 그 책의 책장을 덮으려 했다면 위에서 말씀드린 3가지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럼 적어도 한 걸음은 더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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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1일 오전 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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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애독가 중 1인으로써 매우 공감가는, 주위의 지인들에게도 읽어보길 권하고픈 글입니다. 어떤, 300페이지 분량으로도 설득하지 못하는 책들과는 달리 비단 두 페이지나 될까 하는 글로 설득에 성공하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