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판곤 말레이시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카타르월드컵 16강 진출에 있어 숨은 공로자다. 러시아월드컵 이후 다음 월드컵을 위한 4년의 방향성을 고심하며 대표팀의 새 선장을 선임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벤투 감독을 한국으로 데려온 것이 김판곤 감독이다. 김판곤 감독의 바람처럼 벤투호는 성공을 거뒀다. 말레이시아에 있는 그와 연락이 닿았다. 김판곤 감독은 “벤투 감독 개인의 능력도 훌륭하지만, 벤투 사단의 전문성이 조화가 되어 나온 결과다. 벤투 팀 전체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며 입을 열었다. 1️⃣벤투 감독 선임의 주요 배경이었던 능동적인(PRO-Active) 축구가 한국 축구에 필요하다던 주장이 맞아 떨어졌다. 이번 대회에서 상대적 약팀들의 성공과 실패가 능동적 축구를 하느냐 수동적 축구(RE-Active)를 하느냐로 갈릴 정도다. 🅰️대표팀을 운영하는데 있어서 어떤 방식으로 이기길 원하는가, 그 질문을 새로운 감독 선임 전에 고민했다. 상대에게 주도권을 주고 그들의 플레이에 반응하는 수비를 중심으로 하는 수동적인 축구가 나쁜 것은 아니다. 아마도 승률은 비슷할 거다. 능동적인 축구를 통해 우리가 더 많이 이길 수 있다고는 얘기 못하겠다. 하지만 세계적 트렌드를 쫓아가는 방식을 택해야 한국 축구가 장기적으로 발전이 된다고 봤다. 수동적인 축구로도 결과를 낼 수는 있지만, 한발 더 앞으로 나갈 영감을 얻을 수는 없다. 우리 스타일에 자긍심을 갖는 축구를 하고, 능동적인 축구의 트렌드를 쫓아서 결과를 내야 다음을 위해 한발 더 내딛을 수 있는 거다. 그런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고 봤다. 지금도 능동적인 축구를 해야 한다는 방향은 맞다고 확신한다. 특정 클럽의 축구라면 자신들의 환경과 현실에 맞게 수동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월드컵에서의 큰 성공을 원하는 한 국가를 대표하는 팀이라면 능동적인 축구를 하는 방향이 맞다고 봤다. 2️⃣철학과 기준을 먼저 정하고, 거기에 부합하는 감독을 찾았고 여러 후보를 거쳐 벤투 감독을 데려왔다. 🅰️승리하는 방식에 대한 철학을 먼저 정한 거다. 그게 우리가 면접을 할 때의 가장 큰 화두였다. 우리는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경기를 지배하고 승리를 추구하려고 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감독 후보들에게 물었다. 그러면 그 답에서 감독의 생각과 방식을 읽을 수 있었다. 벤투 감독을 만나기 전 포르투갈 대표팀, 올림피아코스, 충칭 시절 했던 축구만 10경기 넘게 봤다. 과연 이 사람이 말로만 그런 철학을 추구한다고 하는지, 실제로 추구하고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감독의 게임 모델을 세분화했다. 다른 후보들 역시 그런 방식으로 분류를 했다. 우리가 그런 노력을 한 건 이런 방식으로 성과를 내는 감독을 데려와 승리하는 걸 보여줘야 그 철학이 유소년 교육, 지도자 교육, 선수 육성 방향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봐서다. 철학이 바로 서야 더 큰 미래를 위한 준비도 가능하다. 철학이 정립이 안 돼 있으면 지도자를 교육하고, 이런 축구를 해야 한다고 가르칠 근거가 부족하다. 3️⃣황희찬이 포르투갈전에서 골을 넣었다. 가나전을 앞두고 훈련에 복귀한 상태였다. 가나전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고 여겼던 경기였기에, 지고 있는 상황에서 투입을 참기가 쉽지 않았을 거 같다. 그런데 그걸 한번 참고, 포르투갈전에 활용해서 결과를 냈다. 🅰️내가 본 벤투 감독은 선수 보호에 가장 중점을 두는 사람이다. 본인 목이 날아가도 선수가 못 뛰겠다고 하면 기용하지 않는다. 신념이다. 만일 2차전 때 무리해서 기용했다가 한 번 더 햄스트링 근육이 올라왔으면 황희찬의 이번 대회는 끝나는 거였다. 그렇게 참고 참으니까, 3차전에는 황희찬이 몸 상태가 좋아져서 날아다녔다. 만일 황희찬의 그 골이 없었다면 우리는 16강에 못 갔을 거고, 벤투 감독이 준비해 왔던 것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졌을 거다. 선수 보호에 대한 벤투 감독의 신념이 결국 마지막에 자신을 살린 거다.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도 그랬다. 손흥민이 부상으로 제외됐다. 홈에서 열린 1차전을 비기면서 여론이 안 좋았다. 하지만 MRI 결과가 나오니까 벤투 감독은 손흥민을 안 쓰겠다고 했다. 벤투 감독은 단호했다. 그러니 선수들이 이 사람을 신뢰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만일 가족 이슈가 있으면 그것도 철저하게 선수 중심이다. 김민재도 그랬다. 대표팀 소집 기간 중 아이가 아팠다. 벤투 감독은 “나는 너가 필요하지만, 너에겐 네 가족이 더 중요하다”며 보내줬다. 그래서 김민재가 대표팀을 나갔는데, 아이가 많이 호전돼 복귀했다. 선수가 감독에게 보은하고 싶지 않겠나? 아시안컵 기간에 이청용은 여동생 결혼식이 있었다. 경기 사이에 5일의 시간이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한국을 다녀올 수 있었고, 벤투 감독은 흔쾌히 보내줬다. 그런 신념이 강한 사람이다. 단지 훈련을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 선수의 신뢰는 쌓이지 않는다. 4️⃣좋은 시스템과 기준으로 감독을 선임하고, 서포트하고, 평가하고, 그러면서 4년이라는 일정한 사이클을 통해 월드컵에서 결과를 내는 선순환이 다음에도 이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벤투 감독은 본인이 뭘 해야 할 지 하는 사람이다. 철학이 굳건하고, 그걸 타협하지 않는다. 선수들과의 관계도 끈끈하고, 준비도 치밀하게 한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다. 선수 선발을 보면, 코치들과 포트폴리오로 잘 정리해서 포지션 별로 1번부터 8번까지 있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이번 성과는 벤투 감독 개인이 아니라 벤투 팀 전체가 해 낸 일이다. 벤투 사단이 왔기 때문에 이번 성과가 가능했다. 나는 그들 전체를 존중한다. 개개인이 자기 파트의 전문가고, 팀웍이 뛰어났다. 결속력이 엄청나다. 같은 철학을 추구하려는 그들의 일사분란한 방향성에 찬사를 보냈다. 그걸 보면 잘 못하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였다. 4년을 그렇게 해 왔고, 선수들과 하나가 됐는데 결과가 안 나오는 게 말이 안 됐다. 벤투 사단과 함께 한 지난 4년은 한국 축구에 중요한 유산이고 방향성이 될 거다. 이 4년으로 한국 축구의 변화가 다 완성되는 건 아니다. 지속적으로 가야 한다.

[서호정] '벤투 모셔온' 김판곤의 눈 "감독 혼자가 아닌 사단의 힘으로 16강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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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 '벤투 모셔온' 김판곤의 눈 "감독 혼자가 아닌 사단의 힘으로 16강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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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1일 오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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