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

코로나 시대에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한다는 것은, 방역 지침에 따라 운영의 방식이 바뀐다는 뜻입니다. 저희가 운영한 볼하우스는 ‘실내체육시설'이라는 업종으로 분류되었습니다. 코로나 시대에 실내체육시설을 운영한다는 것은, 2020년 10월부터 ‘술과 음식'을 판매할 수 없게 된다는 뜻입니다(매출의 1/4 정도가 사라집니다). 2020년 11월부터는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하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기도 하고(매출의 1/2 정도가 사라집니다), 2020년 12월에는 집합 금지로 인해 영업을 40일 동안 중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매출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날벼락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부가 정부의 일을 하듯, 우리도 우리의 일을 합니다. 술과 음식이 금지되었을 때는 물과 음료수의 종류를 늘렸습니다. 음식점으로 등록된 공간을 활용해 따로 좌석을 만들어보았습니다. 9시 이후 영업이 금지되었을 때는 오픈 시간을 앞당기고 모든 직원들의 스케줄을 조정했습니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을 타겟으로 광고를 돌려보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가족 손님을 모집해 봅니다. 그런데 영업 금지가 되었을 때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한남동 한복판에 위치한 300평의 공간은, 40일 동안 문을 닫아도 몇천만 원의 고정비가 발생합니다. 줄일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줄여도 갑자기 몇천만 원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날벼락처럼 느껴집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게 ‘위기관리 능력’이었습니다. 이렇게 진부한 단어가 저를 살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40일 동안 멈춰있는 오프라인의 공간을 돌아보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이 하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공간을 운영하느라 시간에 쫓겨 기획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하나 둘 보입니다. 로고를 바꾸고 내부 그래픽을 손본 것으로 다른 공간이 되었습니다. 손님 대응을 위한 매뉴얼을 더 촘촘하게 채워 넣고, 직원들과 서비스의 톤을 맞춰봅니다. 비어있는 벽면을 콜라보레이션으로 채우고, 마음 맞는 피디님들과 방송 촬영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2년의 시간을 버텼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오프라인 공간을 영업한다는 것은 날벼락을 맞는 일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업을 해도 날벼락은 떨어집니다. 금리가 오르고, 투자가 얼어붙고, 회사의 가치가 반토막 납니다. 날벼락은 내가 원하지 않아도 언제든지 떨어집니다. 누구보다 위기를 잘 관리했느냐고 하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한 노력보다 더 나은 방법이 분명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우리는 그때의 최선을 다했습니다. 버티고 살아남았습니다. 다시 일어나서 걸었습니다. 다음에 더 나은 방법,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위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그걸로 충분합니다.

[Project] Bowlho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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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5일 오전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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