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살 살아보면서 느낀것들

1. 사소한 일에도 의미부여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이건 내 바로 전 직장에서 같이 일한 상사로부터 얻은 깨달음이다. 이 분은 모든 사소한 행동에 전부 이유를 갖다 붙이는 사람이었는데 그 정도가 얼마나 심했냐면, 같이 밥 먹으면서 하는 농담에도 이 농담을 던진 이유가 명확해야 했고, 어떤 메뉴나 식당을 골랐는데 그 이유가 분명하지 않으면 벼락같이 화를 내던 분이다. 그 당시에는 '이 사람 이렇게 살아서 얼마나 피곤할까..'하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같이 2년을 생활하다 보니 확실히 머릿속에 논리가 잡히기 시작하고 일의 우선순위를 파악하는 체계가 생기더라. 아무리 사소한 일일지라도 내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내가 내린 선택의 이유를 생각해 보는 습관은 제법 유용하다. 2. 하루의 모든 순간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건 요즘 느끼기 시작한 건데, 삶의 매 순간 순간이 마치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내가 지금 하는 일, 내가 밥 먹는 이 식당에서 마주친 사람들 등등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순간일지라도 뭔가 미래의 어떤 순간과 어떤 식으로 던 엮여 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이 연결되는 방식은 항상 내가 예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가 프로그래밍 배우려고 코딩을 공부했는데 이게 (내 프로그래밍 능력을 높이기보다는) 내 디자인 스킬을 더 향상해주는 방향으로 작용했고, 디자인 스킬이 향상되니까 (디자인 퀄리티가 높아지기보다는) 디자인 속도가 빨라져서 여유시간이 생겼고, 여유시간이 생기니까 (뭔가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기보다는) 인터넷 블로그 글들 서핑하고 페북에서 노닥거리는 시간이 늘어났는데 이게 또 내가 블로그 활동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고.. 이런 식으로 한 가지 사건이 끊임없이 다른 사건들을 유발하면서 이게 내가 의도했던 방향과는 다른 방향으로 계속 흘러나간다는 것이다. 3. '00회사에서 3년' 그 자체는 커리어로서 아무 가치가 없다. 이것 역시 최근 들어 느낀 거다. 우리 이력서를 보면 많은 사람들이 '00회사에서 3년, ' '00 회사에서 2년' 이런 식으로 커리어가 나열되어 있다. 그 밑에 나름 그동안 뭐 했는지를 간단히 요약해서 적는 방식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이렇게 밖에 설명이 안 되는 커리어는 아무 가치가 없는 것 같다. 그 회사에서 00 업무 3년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00업무 3년을 통해 내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임을 피력할 수 있는 게 중요한 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내가 00 회사에서 영업관리로 3년을 일했다면, 그 일을 통해 내가 최소 '00군의 제품을 00 규모의 시장에서 연매출 00 정도의 채널로 발굴하는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고 피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4. 대행사 직원이 대기업 직원보다 미래에 살아남을 확률이 100배는 높다 대기업 다니다 보면 대행사 직원한테 막대하는 사원-대리급 직원들을 발에 치일 정 도로 보게 된다. 아마도 개발 주도 시대를 살아온 위의 차장 부장님들 하던 행태를 보고 배워서 그대로 따라 하는 것 같다. 그런 그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는 건, 저 대행사 직원들은 그 영역에서 자기 손으로 뭔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고 그 대행사를 부리는 대기업 사원 대리들은 그 사람들이 만들어낸 성과를 잘 다듬어서 위에다가 보고하고 지시를 받아오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직접 자기 손으로 할 줄 아는 사람 vs 보고만 하던 사람 중 미래에 어떤 사람이 살아남을지는 굳이 설명 안 해도 답이 나와있다. 5. 살아가면서 한번쯤 마이너리티가 되보는게 필요하다 우리 대부분이 뭔가 주류에서 벗어나 마이너리티에 속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특히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아까 20번에서 설명했듯이 마이너리티가 되어 보면 그동안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게 보이게 되고, 또 연관된 마이너리티들의 세상이 열리기도 한다. 인생 백세시대에 한평생 주류 안에서만 살기보다는 한 번쯤 마이너리티가 의도적으로 되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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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6일 오전 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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