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공감 능력은 'Relatable'로부터 (리더십 이야기 1편)

01. 올해 마지막 독서 모임의 키워드는 '리더십'이었습니다. 의외로 이 단어는 사람들 간의 호불호를 많이 불러일으키는 단어입니다. 평소 리더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겐 스스로 좋은 동기부여와 책임감을 북돋아주는 단어일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부담스러운 무게감과 압박감을 먼저 느끼게 되니까 말이죠. 02.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끌어줄 책은 벤 호로위츠의 ⟪하드씽⟫으로 골랐습니다. IT 역사의 살아있는 조상이자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핫한 벤처캐피털리스트 중 한 명인 그의 인생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에게 리더에 대한 좋은 관점을 던져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상적인 관점보다는 꽤나 현실적이고 냉정한 잣대로 말해줄 화자가 필요했고, 그럼에도 '사람'에 대한 소중함을 맨 앞에 둘 줄 아는 균형 잡힌 존재가 필요해서였다고도 할 수 있겠네요. 03. 세상에 리더십만큼이나 정의가 다양한 키워드도 드물겠지만, 저는 리더가 갖춰야 할 필수적인 요소로 '공감 능력'을 꼽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타인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들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우니까요. 04. 다만 이 '공감 능력'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는 해명이 좀 필요합니다. 흔히 공감을 영어 단어로 표기할 때 'sympathy'를 사용하곤 하는데요, 꼭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들어맞는다고 할 수 없는 게 이 sympathy에는 동정과 연민의 감정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은연중에 우리는 '공감 능력'이 마치 상대방의 처지를 먼저 이해해 주고 그들의 감정에 이입해서 희로애락을 함께해 주는 것이라고 오해하는 현상이 발생하죠. 05. 최근 미국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공감'이라는 표현으로 'relatable'이 훨씬 많이 사용됩니다. '(상대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는'이라는 이 뜻은 '이 작가가 하는 말에 진짜 공감이 많이 돼', '이 컨텐츠가 우리 시대에 공감대를 불러일으키고 있어' 등과 같은 늬앙스를 표현할 때 쓰입니다. 즉, 동정과 연민의 감정이 아니라 '우리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로서의 공감을 의미하는 거죠. 06. 서두가 길었지만 저는 리더야말로 이 'relatable'한 공감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상대가 겪고 있는 문제를 정확히 같이 이해해 줄줄 아는 능력, 상대가 무엇에 강하고 무엇에 약한지를 파악할줄 아는 능력, 우리 조직 전체를 두고 봤을 때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를 찾아내고야 마는 능력, 본인이 먼저 알게 되었거나 먼저 확신하게 된 사실을 상대방의 언어로 풀어낼 줄 아는 능력 등이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죠. 저는 이게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또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이끄는 존재로서의 공감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07. 하지만 이를 꼭 리더의 역량 부족으로 몰아세우고 싶지는 않습니다. 리더는 물론이고 리더를 따르는 팔로어들조차 이 '공감 능력'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있지 않거든요. 감정적으로 조직원들을 잘 케어하는 능력까지 갖춘 리더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본질이자 핵심은 아닙니다. 제일 중요한 건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나와 상대방이 얼마나 교감하며 서로를 효과적으로 연결해가고 있느냐 하는 거니까요. (반대로 조직원들은 뭔가가 '끊어져있다'고 생각할 때 가장 불안함을 크게 느낀다고 봅니다. 그게 정보든, 문화든, 시스템이든, 사람이든 간에 말이죠.) 08. 따라서 저는 리더가 자기 조직의 문화를 만들 때도, 팔로어들이 그 문화를 받아들이고 개선 포인트를 제시할 때도 '어떻게 하면 우리가 더 relatable 하게 일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시작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제일 중요한 가치가 합의되지 않았는데 서로의 태도와 자질만 비판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으니까요. 무엇으로 서로를 평가할지부터 정해놓고 게임을 시작하는 게 가장 기본인 셈입니다. 09. 그럼 여러분과 저도 이번 글을 통해 우선 relatable 한 공감 능력에 대해 어느 정도 교감을 했으니 다음 글에서 '어떻게 하면 이 능력을 키울 수 있는지, 거창한 방법이 아니라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한 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2편 작성이 완료되면 아래 댓글에 링크도 추가해 놓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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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19일 오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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