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여, 미디어에 갇히지 말아요

인간은 자신이 언어와 이미지로 정의한 그 이상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종이 위에] 글쓰는 사람’, ‘글밥 먹는 사람’으로 자신을 정의하면, 자신도 모르게 출판 미디어에 갇혀버립니다. 출판 미디어와 디지털 미디어는 그 물성의 성격이 다릅니다. 출판 미디어는 ‘마른 잉크’의 속성을 가지고 있고, 한번 인쇄하면 바꿀 수 없다는 특징 대문에 ‘경성 지식’, ‘말보다 글’, ‘전문성’, ‘편집과 교정’ 등과 강하게 결부됩니다. 디지털 미디어는 다릅니다. 어떤 이론가가 말한 것처럼 ‘글보다 말’에 가깝습니다. ‘마르지 않는 잉크’의 속성을 가졌고,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으며, 읽기보다는 ‘보고’ ‘듣는’ 것에 가까워요. 구술은 시끄럽고, 처음과 끝을 정의하기 어렵고, 그래서 선형적이지도 않으며, 항상 다시 시작되죠. 대표적인 예시가 뉴스레터일겁니다. 최근 어떤 자리에서 ‘뉴스레터가 한국으로 넘어오더니 ‘꾸미기 경쟁’이 되어버렸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다수의 중산층이 원서를 읽고, 글쓰고, 토론하는 교육을 대학에서 받지 못했으니 ‘소소하고 재미있게 대화하는 미디어’로 뉴스레터가 자리 잡은 것은 아닐까요.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뉴스레터 만드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창작자는 어떻게 될까요? 빠르게 생겨나고 있는 각종 지식 서비스와 링크드인과 같은 도메인 소셜네트워크, 각종 크리에이터 플랫폼과 서비스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워지겠죠. 뉴스레터의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우주적 애틋함’ 같은 것이 있고, ‘꾸미기 경쟁’과 톤앤매너 연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도 분명히 있는데요, 그렇다고 ‘사회적 거리’가 사뭇 다른 다양한 프로덕트, 서비스, 플랫폼의 변화를 무시할 필요는 없겠죠. ‘편지’는, 그냥 하나의 미디어일 뿐이잖아요? 편지에 목숨 걸 필요가 없죠. 오늘 글은 결론부터 대문에 걸고 시작해버렸는데요, 위와 같은 결론(사실은 가설)을 도출한 배경은 다음과 같습니다. 출판 미디어에서는 ‘글쓰는 사람’으로 자신을 정의할 때 미디어의 물성에 갇히는 현상이 있는 것 같아요. ‘마른 잉크’에 적합한 수준의, 완성도 있는 글을 쓰기 위해 계속 연마하고 글을 고칩니다. ‘글을 잘 쓴다’는 수사는 출판 미디어에서 보통 나오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뉴스레터는 ‘쓴다’고 안하고 ‘만든다’고 하잖아요? 뉴스레터 만드는 사람한테 ‘글을 잘 쓰시네요’라고 하지도 않고. ‘문자’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글쓰는 사람’은 글쓰기 올림픽에 휘말리게되고, ‘글의 목적은 메시지’라는 핵심을 잊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글쓰기의 목적은 좋은 글을 쓰는 것이 아닙니다. (제 사견입니다) 글쓰기의 목적은 글을 읽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논문의 평균 인용수가 ‘제로’에 수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아무리 좋은 글을 써놔도 그 누구도 읽지 않고 세상에 변화를 가져오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인간 삶의 목적이 과연 지금까지 인류가 만들어 놓은 좋은 글을 쌓아두고 유유자적하며 책이나 읽다가 죽는 것일까요. 글쓰기의 목적은 좋은 삶을 위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그 외에 그 어떤 것일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글쓰는 사람’은 사실 자신을 ‘메시지의 전달자’로 정의했어야 하죠. 디지털 미디어도 동일합니다. 뉴스레터를 만들던, 광고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던, 유료구독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던, [소통참여자에게 실제로 전달되는] 좋은 삶을 위한 메시지를 콘텐츠에 담는 것 외에 그 어떤 것도 콘텐츠 작성의 목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미디어에 갇혀버리죠. 뉴스레터 구독자 올림픽에 빠집니다. 24시간 미디어로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쉽게 번아웃에 빠질 수 있고, 유튜브 채널 구독자수 올림픽에 빠질 수 있죠. 개별 미디어는 단선 네트워크의 성격이 있어서, 하나의 미디어에 자신의 창작 역량과 시간을 모두 투입한다면, 다른 미디어 역량은 개발되지 못한채로, 시장에 대한 이해도는 그대로인채로, 성장세가 더뎌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크리에이터는 삶의 창조주라는 그 본연의 의미로 다시 돌아가 자신을 정의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크리에이터는 메시지의 전달자입니다. 기존의 미디어의 게이트키핑으로 인해 사람들이 전달받지 못했던 삶의 메시지를 소통참여자에게 건네는 것이 미션이죠. 업계 인사이드 지식, 특정 도메인 전문성, 라이프스타일, 정체성, 감각과 감성 덩어리 등을 소통참여자에게 전해 참여자가 자신의 삶을 자신의 비전에 맞게 바꿔나가는 일을 돕습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미디어가 꼭 뉴스레터, 소셜 포스팅, 블로그, 인스타그램 이미지, 유튜브 영상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메시지를 전달하며 도메인 전문성과 대체될 수 없는 창작자만의 ‘나다움’을 만들어가고 있다면, 미디어 역량은 계속해서 늘려가면 되는 것 아닐까요. 완전한 인간은 하루 종일 글만 읽거나, 하루 종일 글만 쓰거나, 하루 종일 오디오 콘텐츠만 만들거나, 매일 영상만 만드는 사람이 아닐 것 같아요. 완전한 인간, 자신의 삶을 새롭게 창조해 소통참여자의 ‘삶의 혁신’을 돕는 사람은 글도 쓰고, 말도 하고, 영상도 만들고, 이미지로도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온전한 삶의 창조주’가 아닐까요. 물론 모든 미디어 역량을 높은 수준으로 가질 수 있는 인간은 적을 수 있기에, 성장하며 플랫폼이나 팀원의 도움을 받으면 좋겠죠. 기회가 될 때 다시 더 자세하게 쓰고 싶은데요, 멀티플랫포밍(multiplatforming), 멀티미디어(multimedia), 멀티지능(multi intelligence) 크리에이터의 시대가 오고있는 것 같습니다. 크리에이터는 곧 메시지에 기반한 커뮤니티의 창조주이자 매니저이고, 다양한 플랫폼, 다양한 미디어, 다양한 재능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해 소통참여자들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도울 수 있겠죠. 그러니 삶의 창조주여, 미디어에 갇히지 말아요. #creator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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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0일 오후 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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