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은 없다는 위기감의 약효

대규모 장기 프로젝트였던 제품이 출시되고 나면 설명하기 어려운 공허함과 허탈감이 찾아 오곤 한다. 공을 많이 들인 제품이었을수록, 간절히 바라고 열심히 한 프로젝트일수록, 참여 기간이 길수록, 분명 기뻐야 하는데 (다들 기뻐하는 것 같은데) 마냥 기쁘지만은 않은 자신의 감정에 당혹감을 느낀다. 제품이 출시가 되려면 수많은 아이디어들이 버려지고 변경되고 보완되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그 과정에는 여러 팀 간의 조율, 협의, 협상, 협박, 정치 등이 난무한다. 지루한 신경전이 길어지기도 하고,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하고, 조율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산으로 가면서 너덜너덜 해지기도 한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출시 승인이 나고, 마침내 제품이 소비자 손을 만나고, 마켓에서 피드백이 전해오기 시작하면… 서서히 밀려오는 감정이 있다. ‘겨우 이걸 하려고 그 고생을 했단 말인가’, ‘이게 뭐라고 그렇게 싸웠단 말인가’... 현타가 찾아오는 시점이다. ​리더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이번에 망하면 다음은 없다." 그러니 온 힘을 다하라는 요구이다. 물론 정말 기업의 상황이나 팀의 상황이 마지막 기회인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런 벼랑 끝 전술로는 장기적으로 지속력 있고 건강한 팀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벼랑 끝 전술은 승부의 성공이나 실패의 여부와 상관없이 수많은 부상자와 전사자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위험한 결과는 벼랑 끝에 내몰렸던 기억이 공포로 내재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다음 상황을 지레 회피하거나, 반응하지 않거나, 무기력해지거나, 심하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밀어버리는 공격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장렬히 전사할 듯 싸움에 임하는 기세는 억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아니다. 다음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음을 위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열정, 다음을 위해서 비축하고 정비하는 운영, 다음을 위해서 전열을 가다듬는 회복이 반드시 함께 필요하다. 장수를 모두 전사시키고 이기는 전쟁의 승리는 오래 지속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브라질과의 월드컵 16강전이 끝나고 경기 운영의 미흡함에 대해 기자가 묻자 손흥민 주장이 인터뷰에서 한 답변이다. “I’m so proud of what they’ve done. I don’t want to blame any of our players because they gave everything.”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한 팀원들을 격려하고 팀의 자존감을 세우는 게 리더의 역할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최선을 다해 함께 전투에서 장렬히 뛴 리더만이 그 메시지가 울림을 줄 수 있다. 리더의 진심 어린 메시지는 지친 선수들의 전열을 가다듬고 다음을 기약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르투갈전에서 멋진 역전승을 거두고 최종 16강 진출 확정을 기다리는 그 짧은 순간에 손흥민 주장은 선수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진짜 최고야!" ​경기는 이어진다. 다음은 없다는 협박보다는 우리 진짜 최고라는 긍정의 에너지를 믿어 보면 어떨까. 12월이다. 한 해를 돌아보고 내년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함께 일한 동료에게, 팀원에게, 리더에게, 여러 협력 부서에, “진짜 최고다"라고 감사의 메시지를 전해 보면 어떨까… ///

[커리어 노트 85] 다음은 없다는 위기감의 약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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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노트 85] 다음은 없다는 위기감의 약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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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1일 오전 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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