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학생 생존팁 - 언어

나의 유학생 시절을 떠올리며 유학생 생존팁, 특히 모국어가 아닌 언어(영어)에 적응하는 팁 3가지를 나눠보려고 한다. 1. 절박함과 강한 동기가 필요하다. 미국에 와서 처음으로 영어 공부(ESL)를 위해 다녔던 학교는 시카고 커뮤니티 칼리지이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영어 공부를 하는 학생들 대부분은 당장 미국에서 생존을 위해 영어가 필요한 이민자들이 많았다. 어느날 이런 일이 있었다. 결석도 없이 수업을 성실히 임하던 첸(중국인) 아저씨가 웬일인지 수업이 시작됐는데도 보이질 않았다. 그러다 수업이 중간 정도 지나는 무렵, 첸 아저씨는 아내와 7살 정도로 보이는 아들과 함께 수업에 들어왔다.(나중에 알고보니 미국에 도착한 가족을 공항에서 픽업해서 바로 수업을 들으러 왔다고 했다) 짧은 발표를 하게 된 첸 아저씨는 그 어느 때보다 또박또박 영어를 읽어 나갔다. 첸의 영어 발음은 중국 사성과 결합돼서 마치 중국어를 하는 것처럼 들렸는데, 그날 첸의 사뭇 비장했던 표정과 목소리를 나는 여전히 기억한다. 낯선 나라에 자신 하나 믿고 따라온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으로 첸은 가족을 안심시키고 싶었을 것이다. 어떻게든 해보겠다는 그의 투지가 나에게도 큰 자극이 되었던 기억이 있다. 강제성도 없는 ESL 수업을 9개월 동안 빠지지 않고 다녔으니 스스로 대견한 부분이다. 그러다 IIT(일리노이 공과대학) 대학원 어드미션을 받고 혹시나 대학원 수업을 따라가기에 내 영어 수준이 부족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밀려왔다. 그래서 IIT에서 운영하는 어학원 3개월 코스를 비싼 학비를 내고 다녔다 (지금 생각해 보면 불안 소비였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의 경험은 돈 낭비로 끝났다. 미국 대학 어학원을 다니기 위해서 여러 나라에서 온 어학연수생들에게 영어는 생존이 아닌 경험 쌓기로 느껴졌다. 각고의 노력에도 결과가 더딘 외국어 학습은 절박함과 강한 동기가 없으면 지속이 어려운 것 같다. 영어를 왜 하려고 하는지, 영어 공부를 해서 어디에 쓰려고 하는지, 영어를 못하면 내 삶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등 명확한 동기를 상기시키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다. 2. 환경을 만들고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인간의 몸이 아닌 아바타의 몸으로 그들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그들의 생활법을 배운다. 내가 다녔던 커뮤니티 칼리지 수업에는 한국 학생이 없었다. 그러다 보니 무조건 영어를 써야만 하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문법이 틀리거나 발음이 이상한 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대부분 비슷한 수준이기도 했고, 의사소통을 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필요하면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몸짓으로 표현하기도 했고, 단어를 종이에 끄적이기도 했다. 그중 함께 토플 시험을 준비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우리는 매일 따로 만나서 스피킹 모의시험 연습을 하곤 했었다. 정말 부끄러운 수준이었지만 매일 다른 질문을 가지고 영어로 의견을 말하는 연습은 나에게 훗날 큰 도움이 되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실제 말을 한 양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말을 하면 되는지 머릿속으로 이렇게 저렇게 말을 만들어 보았던 시간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잘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영어 환경을 만들어서 매일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못하는 영어가 부끄럽다면 영어 말하기 순간만큼은 내가 아닌 아바타라고 생각을 하면 어떨까? 3. 학교는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물건)이다. 유학생은 영어가 부족하니(물론 출중한 영어실력을 가진 유학생도 있다) 수업 시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어렵고 그래서 위축되고 자신감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처럼 아웃풋이 있는 전공이거나, 실험실에서 연구를 하는 전공이면 그나마 보충이 될 텐데, 비즈니스 전공이거나 그룹 토론이 많은 수업의 경우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외국 학생이 경쟁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심해야 하는 것은 학교는 내가 돈을 내고 다니는 내 연습장이라는 사실이다. 졸업을 하면 바로 프로 리그인데, 프로의 세계에선 더 이상 모의훈련이 아닌 실전의 현장이다. 그러니 학교에서 충분히 발표하는 연습을 하고, 네트워킹하는 연습을 하고, 커뮤니케이션 연습을 하는 게 좋다. 그룹 과제를 하다 보면 외국 학생들은 제 몫을 못 챙기는 경우를 종종 보곤 한다. 기여도가 떨어지는 경우는 그렇다 쳐도, 본인이 한 분량의 발표를 영어를 잘하는 그룹원에게 미루는 경우가 있는데, 아마도 그룹 과제 점수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을 하거나 부족한 영어 때문에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런 와중에 스크립트를 써와서 자신의 분량을 직접 보고 읽거나, 교수님과 그룹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전 녹화를 한 발표 영상을 활용하는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자기 몫을 챙기고 노력하는 사람은 성장할 수밖에 없다. 학교는 내가 몸값을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과 장소이다. 충분히 활용하고 충분히 본전을 뽑자. ///

[커리어 노트 86] 유학생 생존기 1 -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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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1일 오전 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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