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네 차례의 자이언트 스텝과 두 차례의 빅 스텝은 시장 참여자들이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한 인상폭이었다. 이에 매스컴에서는 올해의 금리 상승이 유례적인 일이었다고 연신 호들갑을 떨어댔고, 금리 인상의 공포를 반영하듯 1년 내내 주식시장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반응은 다분히 최신 편향의 결과일 뿐이다. 사실 금융시장의 역사를 충분히 공부한 지각 있는 퀀트라면 올해의 금리 상승 이벤트 또한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아니 더 심각했던 사례들이 이미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 금리의 역사를 반추해 본다면, 우리가 흔히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는 장기적 금리 하락 사이클이란 전체 금융시장 역사 중 매우 단편적인 케이스일 뿐이다. 사실 전체 데이터를 놓고 봤을 때 금리 상승이나 금리 하락은 확률적으로 비등한 이벤트이다. 다시 말해, 과거 2,30년간의 금리 하락 추세는 일반적인 현상이 아니었던 것이며, 해당 기간만큼의 금리 상승 추세 또한 과거에는 엄연히 존재했었다. 다만 인간의 최신 편향이 금리 하락 기조를 당연시해왔던 것일 뿐이다. 이러한 사실은 우리의 기억과 직접 경험에만 의존하여 투자와 트레이딩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편협하고 왜곡된 결과를 낳을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우리의 기억은 매우 단기적일 뿐만 아니라 휘발성이 매우 강하다. 그렇기에 감이나 메사끼, 그리고 기억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이는 하룻강아지가 태어난 날 자신이 본 것을 세상의 전부라 착각하고 무모하게 범에게 달려드는 격이다. 금융시장의 역사를 반추하다 보면 우리는 한 가지 사실에 직면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시장에서는 정말 어떤 일이든지 발생할 수 있다'라는 사실이다. 결국 금융시장의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는 내가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범위를 가능한 한 넓히기 위함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바로 이를 뜻하며, 그렇기 때문에 '이번엔 다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매우 오만한 처사이다. 퀀트가 데이터 분석을 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비이성적 행위를 최대한 자제하고 철저히 합리성과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여 의사결정을 하기 위함이다. 퀀트는 금융시장의 역사를 배우기 위해 데이터를 들춰본다. 퀀트에게 있어 데이터란 곧 역사적 사료인 셈이다. 역사학자들이 고문헌을 들춰보며 역사의 행적을 추적하고 이로 말미암아 현재 우리가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가를 연구하는 것처럼 퀀트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과거 금융시장을 돌아보고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금융시장의 다이나믹스가 만들어지는지를 파악하고자 한다. 인류가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계속해서 진보하고 문명의 발전을 거듭해올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과거를 학습하는 능력 덕분이었다. 우리는 기록을 남기고 이를 후대에 전해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생명체였기에 인류의 지식은 기록으로 남아 계속해서 전해져내려 왔다. 따라서 금융시장의 역사를 배우지 않고 그저 변연계가 내리는 본능적인 명령에 따라 최근 몇 년의 아주 협소한 경험만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이는 자신이 금수와도 같은 급임을 스스로 시인하는 것이다. 전설적인 투자자들이 하나같이 철학과 역사 같은 인문학을 사랑하고 다학제적 관점으로 금융시장을 바라보고자 노력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들은 역사가 반복되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인문학은 인간의 본성이 그리 쉽게 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은 쉽사리 바뀌지 않기에 그것의 결과물인 인간의 행동 패턴 또한 역사를 거치면서 비슷하게 흘러왔다. 그 모습과 형태만 시대를 거치며 달라졌을 뿐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이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일찍이 이런 말을 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역사를 잊은 퀀트에게 수익은 없다." 퀀트는 결국 계량적 역사학자다.

퀀트 = 계량적 역사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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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1일 오후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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