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일

통장은 말라가고 손님은 줄어듭니다. 코로나 시대의 2년 동안 통장이 마르지 않고, 손님이 줄어들지 않은 실내 체육 시설은 없었습니다. 당연합니다. 40일 동안 문을 닫았습니다. 2명 이상 모일 수가 없고, 음료수도 마실 수가 없습니다. 9시 이후 문을 닫습니다.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도 스우파에 나오기 직전 알바 어플을 깔았다고 합니다. 공연이 열리지 않으면 대한민국 최고의 댄서도 일이 없습니다. 씬이 어려우면 손님이 없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럼 우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버텨야 합니다. 참 무책임한 말입니다. 뭘 보고 버티라는 건지, 어떻게 버티라는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버텨야 합니다. 건물주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밀린 월세의 상환 계획을 전달합니다. 공동 창업자 두 명은 손님이 없는 시간에 외주를 뛰러 나갑니다. 이미 둘의 월급이 밀린 지는 9달이 넘었습니다. 빈 공간을 활용해 촬영을 섭외하고, 콜라보레이션 컨텐츠를 만들어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씬이 죽었습니다. 9시 이후에 문을 열지 못하면, 술을 팔지 않으면, ‘저녁을 먹고 놀러 오는 공간’에는 생기가 돌지 않습니다. 턱없이 부족합니다. 한 달씩 추이를 지켜보자 마음을 먹어보지만, 방역 지침은 계속 늘어납니다. 3달째 변함이 없습니다. 9달째 변함이 없습니다. 그러다 1년 만에 드디어 24시간 영업이 가능해집니다. 연말이 되어 딱 1년 만에 모든 제한이 풀렸습니다. 기다린 날이 왔습니다. 매출은 바로 3배가 됩니다. 모두가 신이 나서 뛰어다닙니다. 마케팅을 돌리고, 직원을 구하고, 축배를 듭니다. 그리고 3주 만에 다시 제한이 시작됩니다. 준비했던 모든 이벤트를 취소합니다. 미안하다는 전화를 돌립니다. 익숙해진 관계자들과 자조 섞인 웃음을 주고받습니다. 그래도 버텨야 합니다. 자책도 남 탓도 아무것도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씬이 죽었다면 살아날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동안 쌓인 먼지를 털고, 필요한 일을 하면 됩니다. 아무리 해도 매출이 오르지 않는다면, 허니제이처럼 알바 어플을 깔면 됩니다. 우연히 스우파에 출연을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게 아니라면 기다리면 됩니다. 버티면 됩니다. - 실내체육시설의 시간제한은 2022년 4월에 완전히 풀렸습니다. 1년 8개월 만에 정상적으로 영업을 재개하게 되었습니다. 매출은 3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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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1일 오후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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