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어떤 의자에 앉아 일하시나요?

제가 집에서 쓰는 의자는 듀오백입니다. 2006년에 제가 회사에 처음 들어갈 때 17만 원 정도를 주고 샀던 것 같습니다. 이제 15년쯤 사용했네요. 돌아보면 그 15년 동안 항상 제 곁에 있어주던 친구가 셋 있었습니다. 어머니. 강아지 민이. 그리고 듀오백 의자. 제가 컴퓨터를 할 때 항상 의자에 함께 있어줬던 내 친구 오래되고 낡았지만 함께한 추억 때문에 버리질 못하고, 결혼한 지금도 이 의자를 가져와서 쓰고 있습니다. 추억은 추억. 언젠가는 의자를 바꾸긴 해야겠죠. 오늘 허먼밀러 의자를 살펴보다가 최소 가격이 100만 원이 넘어가는 걸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의자야말로 창업자가 직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가장 좋은 지표 아닐까?' 저는 네이버에서 허먼밀러 의자에 처음 앉아봤습니다. 모든 의자가 허먼밀러였거든요. 에어론. 130만 원짜리. 2005년도부터 130만 원 주고 샀으니 지금 돈으로는 300만 원쯤 하겠습니다. 솔직히 좋은 줄은 잘 못 느꼈습니다. 어떤 날은 그냥 옆에 굴러다니던 피시방 의자를 가져와서 썼던 적도 있습니다. 더 편한 것 같아서. ㅋㅋ 그래도 다음 의자를 산다면 허먼밀러를 사고 싶습니다. 100만 원이 넘어가지만 의자는 한 번 사면 최소 10년은 쓰는 물건. 내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고, 앞으로 10년 이상 내 친구가 되어 줄 물건에 이 정도 투자는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부담스러운 돈이긴 하죠. 제일 싼 게 100만 원이고 200만 원이 넘어가는 제품도 많습니다. 10년 전, 제가 네이버에 다닐 때 직원수가 3,000명. 내가 쓸 의자를 100만 원 주고 사는 것도 부담스러운데, 이 3,000명 모두에게 100만 원짜리 의자를 사준다고? 내가 창업자였다면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그냥 듀오백이나 시디즈 의자 사주면 오분의 일만 돈을 쓰면 될 텐데? 대다수 사람들도 만족할 거고. 진심으로 직원들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런 결정은 못 합니다. 여러 좋은 회사들을 다녀봤지만 모든 직원이 허먼밀러를 쓰는 회사는 네이버밖에 없었습니다. (추가: 지인들의 제보로 알게되었는데 요즘은 당근마켓, 카카오엔터프라이즈도 전직원 허먼밀러 의자를 쓴다 합니다) 진심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만 알 수 있습니다. "나중에 회사가 돈 많이 벌면 월급도 올려주고 의자도 허먼밀러로 바꿔줄께." 이런 비슷한 말을 다들 한 번씩은 들어봤을겁니다. 실제로 하는 회사는 얼마나 될까.. 여러분이 회사에서 앉는 의자는 어떤 제품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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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2일 오전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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