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회고 - 월가 돌진하는 황소를 보며

1/ 12월 맹추위에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11년 만에 다시 방문한 뉴욕은 익숙한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브루클린 브리지’는 웅장했으며, ‘타임스퀘어’의 화려한 전광판은 뉴욕이 여전히 세상의 중심임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오페라의 유령’과 ‘라이언킹’이 상영 중이었고 ‘월가’에 있는 ‘뉴욕증권거래소’ 건물에는 새롭게 상장한 회사의 거대한 축하 팸플릿이 걸려 있었습니다. 2/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본 뉴욕은 새로운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12월 9일, 뉴욕타임스는 44년 만에 종이 신문 발행을 중단한 채, 기자와 직원들이 파업을 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노조는 임금, 의료보험 및 퇴직금 인상 안에 대해 40여 차례 협상을 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우연히 지나간 ‘뉴욕타임스’ 본사 앞에서는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이는 직원들의 ‘냉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3/ 트위터, 아마존, 메타 등 빅테크에서 시작된 구조조정 물결은 월가도 강타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전체 인원의 약 8%를 조정하겠다고 알려졌으며, 시티그룹과 바클리, 모건스탠리도 조정 행렬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4/ ‘월가’는 자본주의의 근본인 ‘효율성’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미국에서 ‘자유로운 해고’는 직업 선택의 자유만큼이나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런 미국에서조차 12월 ‘정당한 사유’ 없는 해고를 방지하고자 뉴욕시 의회의 티파니 카반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뉴욕에서는 이미 패스트푸드 고용보호법 외에도 프리랜서에게 신속하게 급여 지급을 보장하는 법률이 시행되고 있고, 4인 이상 사업자의 채용 공고에 급여를 명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거라면 ‘공산주의‘냐며 비판이 일었을 법안들이 자본주의의 상징인 뉴욕에서 시행되고 있습니다. 5/ 이런 맥락에서 ‘노동의 종말’로 알려진 ‘제레미 러프킨’은 ‘효율성’을 기반으로 한 ‘발전의 시대’가 끝나고 이제는 ‘회복의 시대’라 명명하고 있습니다. 역병, 자연재해 및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태계적 접근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6/ 2022년은 저에게도 그 어느 해보다 역동적이자, ‘효율성’이 더 이상 최우선가치가 아님을 느끼게 해주는 한 해였습니다. 2022년 ‘스토리 테크’ 업계에서 가장 큰 소식 중 하나는 7월 ‘나 혼자만 레벨업’의 '장성락' 그림 작가의 사망입니다. 향년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운명을 달리하자, 업계에서는 고강도의 업무 강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한국 웹툰 산업의 경쟁력은 고강도의 노동을 감내하는 작가들의 노력이 가장 큰 한몫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역설적으로 이런 이유 때문에 해외에서 웹툰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7/ 두 번째는 10월 전례 없는 카카오 서버 다운입니다.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나면서 카카오 서버 3만 2천여 대가 한꺼번에 멈춰 섰습니다. 10월 15일 화재가 난 후, 20일이 되어서야 완전 복구가 되었습니다. 화재의 원인 파악과 보상은 현재도 진행 중입니다만, 서버를 분산 관리하지 않은 카카오로서도 비판을 피해 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8/ '효율성‘은 자본주의의 근간이자 대한민국 IT 업계가 성장한 기반이 되어왔습니다. 하지만 동전에 양면이 있듯, 극단적인 효율성 추구는 ‘도덕적 해이’와 ‘취약한 위험 노출’을 가져왔습니다. 2022년 몇 개의 굵직한 사건들은 ‘효율성 추구‘ 이면에서 치러야 할 대가가 되었습니다. 9/ 그래서 많은 이들에게 2022년은 ‘혼돈’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고효율 고성장을 추구하던 패러다임에서 경기 침체 및 고금리로 투자가 주춤해지면서 갑작스레 구조 개선과 정리 해고 및 수익성 개선으로 화두가 전환되었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과 수차례의 ‘자이언트 스텝’이 2022년의 헤드라인이 되었다면, 2023년은 이제 ‘회복’이 키워드가 될 것입니다. 10/ 월가를 상징하는 ‘돌진하는 황소’는 1987년 10월 ‘블랙 먼데이’ 사태에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출신의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는 훗날 “스스로 강하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주고 싶었다”라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11/ 중요한 것은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 그래서 2022년 회자가 많이 된 ‘꺾이지 않은 마음’ 일 것입니다. 그렇게 2023년을 시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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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2월 27일 오후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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