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팅을 트려면 좋은 질문을 해라

지난 화요일, 목요일에 업체 미팅을 했다. 솔루션 업체 3곳에게 연락해서 솔루션 설명 요청을 했다. 설명은 우리 회사에서 정한 장소에서 진행을 했고, 나는 내가 근무하는 위치에서 진행하는 회의가 아니었기 때문에 그 일정에 맞춰서 출근지를 조정해야 했다. 이번 미팅 3개는 전체적으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정말 개판 3분 전이었다고나 할까... 그 모든 문제가 우리에게서 비롯되었으니 코로나 19라는 위험한 시기에 오프라인 미팅을 하러 나온 이 업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뿐이었다. "왜? 무슨 일이 있었길래? 뭘 했어야 했는데?"라고 물을 것 같아서 우선 결론부터 이야기하겠다. (그래야 배경에서 시사점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된다...) 업체와의 미팅 3개 모두 업체는 '저를 왜 부르신 거죠?'라고 질문을 했고, 우리는 참석한 사람마다 다 다른 목적의 질문을 했다. 부른 사람도, 부르자고 한 사람도, 불려 온 사람도 다 다른 생각으로 둘러앉아서 이상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가장 부끄러운 사람도 있었는데... 목적을 모르고 엉뚱한 질문을 하는 것 이상의 질문이었다. 바로 '개인적인 호기심 해결'하는 질문이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우선 업체뿐만 아니라 미팅에 참석하는 실무자들이 '미팅의 목적'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들어왔다. 배경 설명을 듣지 못한 게 나뿐이었다면 다행이지만 미팅이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절대 그렇지 않았다.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미팅이었다면 참석자가 '나도 오라고 해서 들어왔어'라는 마인드가 아닌 '질문 하나라도 제대로 해서 기여를 해야겠다'라는 마음으로 들어와야 했다. 근데 그 누구도 배경 및 목적 즉, '우린 이걸 해야 하고 이걸 얻어내야 하고 무엇을 달성해야 해요'라고 말해주지 않은 채 연관된 사람을 무작정 초대해서 '제대로 하겠지'라고 기대해버렸다. 그렇다면, 제대로 미팅을 진행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1. 미팅의 배경 및 목적을 명확하게 알자. 믿거나 말거나 솔루션 설명 미팅이어도 미팅의 배경 및 목적에 따라 검토해야 하는 것이 다르다. 업체에게는 모든 걸 설명해주지 않을 수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그 배경/목적이 명확하게 전달되어야 한다. 우리가 이 업체를 어떻게 부르게 된 건지(어떻게 알게 된 거고, 왜 그들 중 선택을 한 건지), 업체 각각에게 개별적으로 얻어내고자 하는 게 무엇인지, 업체들을 다 만난 다음에 전체적으로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하는지 등 말이다. 이 목적이 뭐가 중요하냐고 반문하다면, 당신은 일을 못하는 사람이다. 2. 목적을 알았으면 질문을 준비하자. 질문이 중요하다. 직원 채용을 할 때 면접 질문이 중요하고, 소개팅을 나가도 질문이 중요하듯 (물론 소개팅은 그 외에 수만 가지가 똑같이 중요하지만) 업체 미팅도 마찬가지로 중요한 질문을 해야 한다. 같이 일하는 협력사를 찾는 거라면 목표/가치관이 비슷한지를 알아야 하고, 좋은 설루션을 선정하려는 거라면 솔루션의 수준을 가늠해봐야 하고, 사람을 수급받는 상황이라면 경험을 알아야 한다. '오는 사람이 어련히 알아서 설명해주지 않겠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당신이 면접을 보는데 자기 단점을 이야기 할리가 없지 않은가. 심지어 솔루션 업체를 부르면 없는 것도 있다고 할 때가 있다. 캐물으면 그제야 '없지만 만들고 있다'라든지, '있긴 한데 적용된 고객사는 없다'라든지 부연설명이 온다. 진실공방을 위한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게 아니다. 어느 누구도 자기 단점을 먼저 자백하지 않으니 그걸 찾아내는 게 미팅에서 질문자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왜' 질문을 준비하냐 라고 묻는다면(대답해드리는 게 인지상정), 그 이유는 '나에게 필요한 답을 얻기 위해서'다. '업체를 만난다'라는 것은 그거에 대한 결과를 상사에게 보고하는 단계가 예정되어있기 마련이다. 상사는 아주 쉽게 "그래서 어땠어(요)?"라고 물어보겠지만, 미팅 목적에 따라 내가 대답할 수 있는 답변은 무궁무진하다. 그 보고의 시사점/결론을 위해 나는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상사에게 "솔루션 설명을 들었는데 자체 솔루션이 아니더라고요"라고 대답한다면 내가 미팅에서 질문해야 하는 것은 "이 솔루션은 자체 솔루션인가요?"가 된다. 하지만 상사에게 "솔루션이 실제 적용 사례가 많더라고요"라고 대답하려면 "이 솔루션이 적용된 곳이 어디 어디인가요?"라고 물어야 한다. 이런 식으로 보고 내용에 따라 질문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역시나 "업체가 알아서 말해주지 않을까요?"라고 묻는다면 또다시 대답해주겠다. 물론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단점이 된다면 절대 먼저 말하지 않는다. 당연한 거여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묻지 않고 듣지 않은 것을 사실이라고 보고하는 오류를 범해선 안된다. 절대. 네버. 이번 포스팅은 업체 미팅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포인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위의 2번이다. 제발 업체 미팅을 가면 질문을 준비해 가도록 하자. 내가 주요 부서라면 무조건 준비를 하고, 내가 참관자라면 후보 질문을 준비해 가자. 배경과 목적을 아는 입장에서 나오지 않은 질문이 있을 경우 내가 질문을 해준다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미팅을 할 때 한 사람이 대표로 들어가지 않고 여러 사람을 데리고 들어가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다. 1) 한 사람이 모든 걸 이해하고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보통 소개나 설명을 듣는 업체 미팅은 모르는 내용을 처음 듣는 경우가 많다. 이때 한 사람만 들어가면 들은 내용을 다 소화해낼 확률이 낮고, 그 사람이 모르는 범위에 대해서는 자동 생략되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가 있다. (엔지니어가 기술 이야기만 전달한다든지, 영업이 가격 정책만 이야기한다든지 등). 이럴 때 다양한 업무의 사람들을 데려간다면 그 다양성이 커버가 가능해진다. 그래서 관리자 1명, 기술자 1명이 보통 들어가고 나머진 미팅 내용에 따라 정해지곤 한다. 2) 질의를 통해 빠진 부분을 채워야 한다. 설명에서 다 듣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질문을 해서 그 답을 얻어내야 한다. 하지만 한 사람이 들어가면 그 사람의 경험이나 준비로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다. (개발자가 개발 관련 질문만 하느라 인력 관련 질문을 빠뜨린다든지, 개발만 생각하느라 운영은 생각 못한다든지 등). 그럴 때 다른 사람이 '이 내용을 못 들었네'라고 질문을 해주면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 (위의 내용을 한번 더 쓴 거 맞습니다.) 이 질문에서 빠뜨린 걸 챙기는 게 얼마나 큰 차이를 주겠냐 생각할 수 있다. 추가 질문이 생기면 추가로 연락해서 질문을 해도 되는 거 아니냐 그런 논리를 세울 수도 있다. 맞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가끔, 아주 가끔 질문 하나가 모든 판을 뒤집기에 충분할 때가 있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채택한 솔루션이 윈도우 기반에 구축되어야 하는데 누구도 확인을 안 하고 리눅스를 설치한 적이 있다. 프로젝트 시작하고 모두가 깨달은 채로 난리법석을 떨어야 했다. (해결된 이야기는 길어서 패스) 가끔 누군가의 질문이 '와, 저런 질문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너무 당연해서 왜 묻나 하는 그런 질문. 하지만 그 질문이 모든 걸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감안하고 듣도록 하자. 그리고 당연한 답이 돌아오면 질문자를 한심해하지 말고 답변에 안심하도록 하자. 돌다리 두드리는 사람을 욕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전 질문할 게 없어요"라는 사람을 주의하는 게 맞다. 자 그럼 질문을 잘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질문'이 왜 궁금증 해소가 되면 안 되는 걸까? 바로 위에서 분명 당연한 질문도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질문을 하기 위해 입을 여는 순간 업체 사람들의 눈빛이 초롱초롱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질문에 '당신의 목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업체 사람들은 '왜 우릴 불렀을까?', '이해했을까?', '마음에 들었을까?', '다른 곳보다 우리가 나은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질문 하나하나에 긴장하고 촉각을 세우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긴장된 상황에서 당신이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질문을 하면 그 망신은 개인의 망신이 아닌 회사의 망신이 된다. 관련해서 추가 포스팅 내용이 궁금하다면 아래 글을 참고하자. 2021.04.21 - [슈르의 오피스라이프/오피스라이프 팁] - 업무 중에는 내가 회사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업무 중에는 내가 회사를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bongshurr.tistory.com 자기 솔루션을 팔기 위해 자료를 만들고 발표 준비를 하고 시간을 내서 갑의 회사로 찾아온 업체 앞에서 '내 스터디를 위한 질문'을 한다는 건 업체 입장에서는 맥이 빠지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아, 아무것도 모르면서 불렀구나', '스터디하려고 우리한테 설명 요청한 거였어' 하면서 돌아서서 나오기 마련이다. 그 영향은 나중에는 잘못하면 설명을 요청해도 응하지 않는 것으로 돌아오기도 한다. 스터디 질문이 뭐고 당연한 질문은 뭘까. 대충 예를 들면 이런 거다. - 당연한 질문 : "리눅스 지원되나요?" "클라우드 지원되나요?" 등 '지원이 되나요', '호환이 되나요' 이런 건 스펙을 맞추는 것이다. 마치 핸드폰을 샀을 때 '무선충전 지원되나요?', '지문 인증 지원하나요?' 이런 질문이다. 물어봐도 되는, 물어볼 수 있는 그런 질문 말이다. '보통 핸드폰은 무선충전이 되어야 한다, 지문 인증이 되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개념이 있는 상태의 질문들이다. - 스터디 질문 : "그런 정보는 어디에서 구하나요?", "어떤 원리로 작동하나요?" '어떻게', '어디서' 이런 how를 묻는 질문은 엄청 위험한 질문이다. 그 '어떻게'가 처리 방법에 대해 필요에 의해 물어봐야 하는 기술적 질문이라면 괜찮다. 하지만 그 질문의 의도가 '뭐야, 이걸 알아내려고 우리 부른 건가? 자기들이 직접 만들라고?"라는 뜻으로 해석되거나 "와, 다 캐내려고 하네"라고 생각하게 되면 문제가 커진다. 순수한 질문에 웃으면서 대답하지만 다른 솔루션 업체를 고르거나 자체 개발하기로 결정해버리면 오해든 아니든 소송을 제기할 확률도 생긴다. '중소기업 기술 유출'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내세우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런 싸움에서 갑 회사는 절대 이길 수가 없다. 스터디 질문은 잘못하면 얼굴에 침 뱉기가 된다. 모르는 게 당연한 영역이라면 '너 이런 거 모르지? 내가 알려줄게 잘 들어봐. 음하하하'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겉으로 매우 나이스 하게 설명해줄 것이다. 모르면 안 되는 영역이면 뒤에서 회사가 욕을 먹는 상황이 발생한다. 질문은 어렵다. 근데 질문을 잘하면 업체가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저 사람은 잘 아는 사람이야. 저 사람이 실무자네. 저 사람의 의견이 크게 작용할 거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느 질문이 그런 질문인지 아는 것이 사실 쉽진 않다. 가끔 슈 과장도 헛소리에 가까운 질문을 할 때가 있다. 질문할 게 없어서 설명은 듣지도 않고 그 생각/고민만 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다른 사람들의 질문을 열심히 들어야 한다. 누군가가 시작한 (좋은) 질문에 추가 질문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그 좋은 질문을 내가 하면 된다. 내 질문에 대한 반응을 관찰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만약 내 질문에 단답형으로 "네. 됩니다"라고 온다면 나쁜 질문일 확률이 높다. 나의 질문에 고민하다가 길게 설명한다면 나쁜 질문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내 질문에 갑자기 자세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설명을 한다면, 그 과정에서 자료를 보여주면서 하고 있다면 좋은 질문일 확률이 높다. '내 물건을 팔기 위한 설명'일 테니 말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질문을 했든, 어떤 기류로 회의가 진행되었든 간에 자리가 마무리될 때는 칭찬과 감사 인사를 잊지 말자.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하다고, 설명도 질의응답도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이다. 결과가 잘 나왔으면 좋겠다고 빈말도 해주고 회사 칭찬도 할 수 있는 건 골고루 해주자. 누군가가 힘들게 와서 긴장하면서까지 일을 했으면 그걸 넙죽넙죽 받지 말자는 것이다. 회사에서 대충 들고 온 것 같은 자료도 누군가가 고생해서 만든 자료이고 너무나도 쉽게 평가하는 그 솔루션들도 팔리지도 않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만들어서 지금 설명하고 있는 것이니 말이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지금 간편 가입하고 다음 내용을 확인해 보세요!

또는

이미 회원이신가요?

2022년 12월 29일 오전 11:00

 • 

조회 1,02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