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과학자의 2022년 회고

2022년은 무척이나 바쁘고 힘든 한 해였다. 내가 과거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면 아마 군시절과 2022년은 선택 안 하지 않을까 싶다. ✔️ 나는 원래도 워크 앤 라이프 하모니를 신경 쓰지 않고 일하는 유형이긴 한데 거의 한 달 동안 하루에 16시간씩 쉬지 않고 일한 적도 있다. 이건 업무 할당량 자체가 많은 탓도 있지만 나 스스로의 욕심과 요령부득의 능력 탓도 크다. 거기서 코로나와 재택근무로 매일 집에 갇혀있고 여름에는 호우 피해를 직격으로 입었다. 정들었던 자동차를 폐차시키고 소비 지출까지 통제하려니 마음에 울화와 분노가 쉽게 치밀었다. 이른바 파충류의 뇌가 지배한다고 한다. 사람의 뇌에서 가장 마지막에 진화한 바깥쪽, 대뇌피질이 심한 스트레스로 자제력을 잃고 가장 원시적인 R-영역이 이성을 장악하는 것이다. 공격성을 담당하는 부위다. 뾰족한 수가 없다. 결국 햇볕, 따뜻한 식사, 그리고 시간이 최선의 치료제였다. 어릴 적 들은 어머니의 말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선택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선택을 잘하면 된다. 선택했는데 잘못된 일은 다시 선택을 잘하면 된다. 선택하지 않았는데 잘못된 일은 애써 이해할 필요 없단다." ✔️ 반면에 성과도 많은 해였다. 2020년 말 이직하면서 OKR 목표로 삼았던 '믿음직한 동료로 성장하자'는 이제는 달성했다고 자부한다. (뻔뻔한 동료로 성장한 것이 아닐까.) 사실 대리 시절까지 내가 일을 잘한다고 생각했으나 과차장에 이르자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이 생겼다. 프로젝트 방향은 정치 싸움에 하루가 멀다 하고 엎어지기 일쑤였고 성과 평가는 사용자의 효용이 아닌, 얼마나 잘 포장해서 보고하는지에 달려있었다. 이럴 때는 수싸움과 친목으로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데, 난 그런 것에 능하지 못했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그런 점에서 만족스럽다. 성과만 잘 내면 된다. 비본질적인 것들은 신경 쓸 필요 없다. 기술적 역량에 대한 추구는 언제나 권장되고 각광받는다. 지난 회사의 4년 간 나는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을 안고 살았는데, 그냥 나와 맞지 않는 곳이었다. 그렙 CTO 한기용 님 인터뷰(https://www.youtube.com/watch?v=3U0cbzmwSYc)였던 것 같은데 특히나 인상 깊은 부분이 있다. "회사 문화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어려움을 모두 자신한테로 귀속시키고 참아내면서 해결하려는 사람이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 없다. 양방향으로 열리는 문처럼 다른 방향을 찾아 나서고 시행착오가 있다면 다시 돌아가면 되고, 그 과정에서 분명 얻는 것이 있다." ✔️ 2022년은 과학 기술로 따져도 놀라운 한 해였다. 비주얼 랭귀지 모델, 라지 랭귀지 모델은 1년 전까지만 해도 이 정도로 성과를 내고 대중에게 전파될지 몰랐다. 비가역적인 변화다. 검색과 소셜 미디어로 집적된 데이터의 부산물에 가까웠던 머신러닝이 이제 인터넷 혁명의 아성을 넘어설 것 같다. 2023년은 얼마나 더 멋질까. 이 거대한 변화의 끝은 어디일까. 그리고 나는 이 혁신의 한복판에서 무얼 해낼 수 있을까. 질문의 답을 미래학자 아서 C. 클라크가 친히 말해주었다. "가능성의 한계를 발견하는 유일한 방법은 불가능할 때까지 시도해 보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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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일 오후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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