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가는 궁사를 닮았다

2023년 1월 1일, 올해의 첫 책은 파울로 코엘료의 <아쳐>. 최근 몇달간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 사람인지에 대한 많은 영감을 받았다. 그 아이디어 중에는 연금술사나 궁사도 있었기에, 이 책을 접하자마자 사뒀고, 마침 올해의 첫 책으로 읽게 되었다. 짧은 책이고 공명하는 지점이 많은데, 그 중 노트를 남기고 싶은 인용구는 뒷날개에 쓰인 다음 내용이다. “화살을 쏜다는 것은 단순히 텅 빈 표적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활을 통해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표적에 다다르느냐 다다르지 못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활, 화살, 표적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자신의 삶을 새롭게 창조해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그 결과로 다른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고자 하는 이를 혁신가라 부른다면, 혁신가에게 귀감이 되는 문구가 아닌가 싶다. 다음과 같이 바꿔볼까.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은 단순히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통해 세상을 보려고 노력하는 것입니다. 목표를 달성하느냐 달성하지 못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문제, 제품, 고객 자체가 되는 것입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에 집중하게 될 때가 많다. 방법론에 집착해 핵심 문제를 잊는다던지, 인정투쟁에 너무 몰입해 실행의 원인을 잊는다던지, 타인의 목소리에 휩쓸려 자신의 욕망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던지. 많은 경우에 인간은 도구에 집착한다. 글을 쓰는 자는 핵심 메시지보다 글쓰기 올림픽과 인정투쟁에 집중한다. 일하는 자는 ‘일하는 것처럼 (자신에게) 보이기 위해’ 남들이 만든 그럴듯한 방법론과 프레임워크에 빠져 허우적댄다. 나다움을 찾지 못한자는 MBTI와 취미수집이 마치 내가 누구인지 알려줄 것처럼 집착한다. 혁신가는 궁사를 닮았다. 문제 그 자체에 깊게 집중해, 문제를 바라보는 자신만의 관점을 연성한다. 바람을 타고, 표적을 꿰뚫을 수 있는 나만의 ‘활로.’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활을 왜 들고 있는지, 어떤 표적을 왜 맞춰야 하는지 안다. 그는 매일 활을 쏜다. 의도를 실어 반복하는 실행만이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을 키워주는 열쇠라는 진리를 안다. 올해, 궁사로 데뷔해보면 어떨까. 내 활, 내 화살, 내 표적을 찾는다. 내 눈으로 표적을 보는 관점을 잃지 않는다. 매일 활을 쏜다. 쏘아보낸 화살에 아쉬워하지 않는다. 다음 화살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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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일 오후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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