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새 마음으로” 일하고 싶다면?

2022년보다 더 성장하고, 더 행복하고, 더 멋지게 2023년을 보내고 싶은 분들께 2023년의 첫 책으로 자신있게 추천하는 책은, 바로 이슬아 작가님의 “새 마음으로” 입니다. 이 책은 “노인”, 혹은 누군가의 “할머니”, “할아버지”라고만 여겨졌지만 알고보면 수십년동안 직업인의 길을 걸어오신 분들을 담은 인터뷰집입니다. 응급실 청소노동자 이순덕님, 농업인 윤인숙님, 청소노동자이자 이슬아 작가의 조부모인 이존자•장병찬님, 출판사 회계팀 김혜옥님, 수선집 사장 이영애님이 인터뷰이로 등장합니다. 수십년간 직업인으로 살아온 그들의 목소리를 듣다보면, 어쩐지 2022년에 제가 일터에서 했던 고민은 한없이 작게 느껴집니다. 저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을 데려왔습니다. 마음이 동하셨다면, 원문도 읽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아름다운 문장이 많은 책입니다. p.42 저는 일하면서 실수 잘 안 해요. 의사 선생님들은 기술이 어려우니까 실수할 때가 있을지 몰라도 나는 청소일이니까 완벽하게 해요. 남의 자리에서는 일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어요. 그저 내가 맡은 일만은 완벽하게 하는거예요. p.48 순덕 님은 “사는 게 너무 고달팠어요”라고 말한 뒤 “그래서 더 힘든 사람을 생각했어요”라고 덧붙였다. 나는 이 두 문장이 나란히 이어지는 게 기적처럼 느껴진다. p.80 이슬아: 신지 언니 예전에 남미 여행할 때 얘긴가? 윤인숙: 응. 멀리 갔었지. 세계 여행한다고. 신지 떠났을 때 나는 더 일에 집중했어. 걱정하는 마음을 잊어 버리려고. 시간 여유가 있으면 더 걱정되니까… 애가 천리만리 길을 떠났는데 어떻게 잘 있나, 괜찮을까, 이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마음이 아프고 걱정이 끝이 없으니까 일을 막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거예요. 잊어버리려고. 너무 걱정하지 않으려고… p.81 10년이 지난 지금, 너무 늦은 대답을 하고 싶다. 그때의 내가 그렇게 멀리 갈 수 있었던 건 사실 엄마를 닮아서라고. 마주 오는 차가 무서워도 운전대를 잡고, 두려워도 멀리 가보려 하는 엄마 속에서 내가 나왔기 때문에 그때, 그만큼, 멀리 갈 수 있었던 거라고. 내가 물려받은 건 겁뿐만 아니라 그 겁을 이겨내는 용기이기도 하다고.” p.97 감정이 올라올 때도 있지만 빨리빨리 잊어버리려고 해. 스트레스를 안고 꿍해있으면 나 자신이 너무 상해버리잖아. 새 마음을 먹는 거지. 자꾸자꾸 새 마음으로 하는 거야. 돈이라 생각하고 일하기보다는 사랑으로 키우는 거지. 키우는 과정도 솔직히 예뻐. 키우는 중에 내가 만약 ‘키워도 야가 돈이 안 되면 어카지’ 하면 갸가 잘 자라겠어? 크는 단계에서는 식물이나 동물이나 똑같아요. 모든 것을 사랑으로, 사랑으로 키워야 돼. 스트레스도 잠깐만 받고 금세 잊어버리고 자꾸 새 출발해야 해. p.121 이존자: 힘들다고는 생각 안 한 것이, 옛날에는 하고 싶어도 못 했자녀. 농사 지을 땅도 없고 돈 벌 자리도 마땅치가 않았응께. 지금은 내 몸만 허락하면 일을 할 수가 있자녀. 그게 행복한겨.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장병찬: 나도 일하면서 위안을 많이 받았어. 다른 잡념이 없어지자녀. 일하는 게 심신 단련하는 효과가 있는겨. 경비원으로 취직을 했더니 윗사람들 텃세가 세. 지내기가 상당히 어려웠지. 그런데 내가 하도 열심히 해서 삼 개월 만에 반장이 된겨. 그럼 윗사람 눈치는 안 봐도 되지만 몇 배로 더 열심히 일해야 댜. 반장이 모범을 보여야만이 아랫사람들이 따르자녀. 출근하면 남덜보다 일을 더 고되게 했지. p.150 장병찬: 지금도 큰 욕심이 없어. 입에 풀칠할 수 있고 마음 편하면 그걸로 됐다 싶어. 할머니하고의 세월을 돌아보면 정말 잘했다고 느껴. 요즘에는 그저께 만난 사람 얼굴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오래된 일은 아주 선명하게 기억나. 이상햐. 미안한 일들도 한스러운 일들도 어제 일처럼 기억나는데, 그런데도 나한테 삶이라는 게 아주 풍족한 것 같어. p.214 김혜옥: 늘 하던 일인데도 실수할 때가 있어요. 약간 안일한 마음으로 ‘그냥 넘어갈까?’하고 넘어갔던 부분에서 꼭 사고가 나더라고요. 최근에도 실수 했는데요. 예상했던 것보다 책 사이즈가 크게 나와서 디자인이 살짝 흐트러진 거예요. 디자인보다 큰 판형으로 책을 제작해서 문제였던 거죠. 디자이너님의 실수이기도 했지만, 제가 가제본 나왔을 때 더 꼼꼼하게 살폈으면 바로잡았을 실수거든요. 아니면 출력실에서 확인한다거나 판을 걸 때 바로잡았을 수도 있고, 혹은 제본소에 계신 분이 제본하다가 지적해줄 수도 있는 문제였죠. 어느 한 파트에서라도 잡아주면 사고가 되지 않는데요. 여러 파트가 조금씩 무심하게 일하면 이렇게 사고가 나요. 서로 꼼꼼해야 하는 것 같아요. p.217 김혜옥: 일은 자존감이랑 연결되는 것 같아요. 회계뿐 아니라 다른 업무로 제 영역을 더 확장하고 있는데 솔직히 좀 자랑스러워요. 제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 있잖아요. 그 느낌이 좋죠. 계속해서 점점 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p.229 (중략) 손님이 늘 한두 명 앉아있고 사장님은 손님을 등진 채 작업과 대화를 병행한다. 이때 사장님의 어깨를 이완되어 보인다. 얼만큼의 세월이 필요할까? 어깨에 힘을 빼고도 틀림없이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숙련되기까지. p.267 이영애: 젊었을 땐 남편이랑 바람 피우고 살림 차린 젊은 여자도 참 미워했고, 우리 시어머니도 미워했어. 이제는 아무도 밉지가 않아. 이슬아: 왜 안 미우세요? 이영애: 몰라. 어느새 이해가 돼. 안 미워. 그 여자들도 안쓰러워. 그들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게 아닐 거야. 그 사람들 삶도 기가 막혀. 그래서 안 밉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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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일 오후 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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